내 불행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늦은 아침, 둥근 해가 하늘 중앙에 박힐 때쯤 일어난다.
가족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온다.
끼어들고 싶으면 끼어들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평범한 일상.
불행하다고 말해선 안 될 것만 같은 나날이 이어진다.
몇 주 전.
나를 옥죄던 회사와는 이별을 고했다.
매일 나를 몰아세우던 압박감으로부터도 벗어났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드는 새로운 불안.
나의 불안은 끊이질 않는다.
어디서 자꾸만 사 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생겨난다.
일상으로부터의 행복이 자양분이 되어, 어딘가에 숨어있던 불행의 씨앗이 자라난다.
밟아 죽이고 싹을 뽑아버리고 싶은데.
보이지도 않아서 매일 애를 먹는다.
그러다 밤이 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듯 불행을 내뿜어서 내 숨구멍을 틀어막는다.
살아보려고 까치발 들고 고개를 자꾸만 위로 쳐든다.
그러면 진짜로 행복해 보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는 천국이 있는 모양인데, 왜 나는 거기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건지.
차라리 까치발을 들지 못해서 숨구멍이 틀어박히는 편이 나았던 걸까.
답이 없는 고민은 밑바닥까지 이어진다.
종내엔 지구를 꿰뚫고 다시 나를 향해 날아올 것이다.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치 같은 불행들이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평범한 불행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