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말, 롯데 자이언츠 타자 정훈이 2루수 수비를 빠져나가는 중견수 방향 안타를 해낸다. 1루로 간다. 다음 타자는 빅터 레이예스다. 그는 방망이가 부러질 정도로 타격한다. 그렇게 중견수 방향 안타에 성공하며, 정훈은 3루, 레이예스는 2루까지 간다. 이후 전준우의 유격수 쪽 땅볼과 함께, 3루 정훈이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는 1:0이 된다.
롯데는 생각보다 삼성 라이온즈를 잘 막아낸다. 삼진, 땅볼, 삼진, 삼진, 삼진, 플라이 아웃, 삼진, 플라이 아웃, 삼진, 삼진, 땅볼, 땅볼. 5회 초까지 삼성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는다. 5회까진 말이다.
6회 초
안타와 볼넷으로 1, 2루를 채우더니, 대타로 출전한 8번 타자 김지찬이 홈런을 때리더라. 심지어 시즌 1호 홈런이라네? 스코어가 갑자기 3대 1이 되었다.
또다시 안타를 허용했다. 2번 타자 김헌곤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린다. 스코어가 5대 1로 벌어진다.
9회 초
김헌곤은 볼넷, 구자욱은 좌익수 앞 안타로 노아웃 1, 2루가 된다. 5번 타자 김재혁이 1, 2루 간을 빠져나가는 우익수 앞 안타를 해내며 김헌곤은 홈으로 들어온다. 스코어 6대 1. 놀라운 건 6번 타자 김영웅도 똑같이 1, 2루 간을 빠져나가는 안타를 해낸다. 이번엔 김헌곤이 아니라 구자욱이 홈으로 들어온다. 7대 1이 된다. 이후 8번 타자 김지찬이 우익수 앞 안타를 해내며,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온다. 스코어 8대 1.
나는 롯데 팬이다. 지금까지 경기 내용을 4문단으로 요약했는데, 롯데 공격이 단 1문단 밖에 없다는 게, 그 1문단에 맞게 1점 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도 슬프다. 점수를 더 내주면 내가 뭘 못 쓰리오? 20점을 냈다면, 20문단이라도 기꺼이 글을 써줬을 거다.
사실 여기에 슬픈 이야기가 추가로 하나 더 있다. 야구 경기마다 컨셉이 있다. 이번 삼성과 진행한 경기의 컨셉은 미니 클래식이다. 각 팀의 예전 옷을 입고 경기를 하는 것부터, 각 팀의 노래를 같이 공유하기까지 한다. 5회 경기가 끝나면 클리닝 타임으로, 잠시 쉬는 시간인데, 이때 각 팀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간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엘도라도,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갈매기가 대표적인 곡이다. 행사에 맞게,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근데 부르면서 그 생각은 들더라.
부산갈매기 (SBS뉴스) / 엘도라도 (엠빅뉴스)
아니, 우리 롯데는 정말 못할 때는 공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수비는 한 30분 하는데……. 그 와중에, 삼성의 엘도라도는 불러도 불러도 끝이 안 나는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매우 길고, 롯데의 부산 갈매기는 짧게 끝나네? 괜히 내가 찝찝하게 느끼는가?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엘도라도 부른 이후, 6회에 바로 홈런 2개를 맞았으니깐.
엘도라도 / MBC 뉴스
더 놀라운 사실은, 다음날에도 똑같은 일이 생겼다는 거다. 5회 끝나고, 엘도라도를 따라 불렀다. 6회 초, 2번 타자 김헌곤의 안타 후, 구자욱이 곧바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렸다.
삼성의 엘도라도는 정말 무서운 노래다.
PS. 사실 더 놀라우면서 슬픈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유튜버 피식대학이 롯데의 승리를 고른 이후, 그날의 경기를 패배했고, 이후로 8연패란 긴 늪에 빠졌다. 이럴 거였으면, 구독자 500만을 누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