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강철 체력인가? 4시간을 어떻게 콘서트 하냐?
2019년 7월 20일, 비가 엄청나게 오던 날이다. 우린 부산 서면에 모였다. 소주에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소주 한 잔, 고기 한 점. 다시 잔을 채우고. 소주 한 잔. 고기 한 점. 다시 잔을 채우고. 무한하게 반복되었다. 소주, 고기, 잔 채우기……. 거기엔 단 한 가지가 빠졌다. 바로 ‘말’이다. 우리는 대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2019년 7월 20일, 싸이 흠뻑쇼 예정이었다. 처음으로 성공한 티켓팅. 최초로 가보게 되는 콘서트. 과연 얼마나 물을 많이 뿌리길래 흠뻑쇼라고 하지? 그 모든 게 궁금하고 설레던 마음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콘서트는 끝났다. 후기를 말하고 싶지만, 언급조차 불가능하다. 태풍이 와서 콘서트가 정말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의 콘서트에 대한 첫 기억은 이렇다.
1. 태풍 때문에 취소되었다.
2. 남은 건 소주와 고기, 그리고 나의 눈물이었다.
소주와 함께 고기를 먹던 우리는 내년에는 반드시 가자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며, 내년도 끝났다. 그렇게 우리 인생엔 싸이 콘서트가 없을 줄 알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2024년, 싸이 콘서트 스탠딩석 예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가고자 했던 이와 갈 수 없게 되었다. 솔직히 두렵더라. 코로나 이전의 싸이 흠뻑쇼는 새벽까지 무한 앵콜을 했다고 한다. 싸이가 관객들에게 집 좀 보내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깐, 말 다 한 거 아니겠는가? 곰곰이 생각했다. 이게 가능해? 나는 쓰러질 거 같은데…….
그렇다고 안 갈 순 없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 이렇게 좋은 자리 잡았는데! 5년 전에도 못 갔다고 슬펐는데, 이번에도 안 간다면 후회되지 않을까? 그래!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가자! 거기 가는 관객이 몇 명인데,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가기로 결심했다. 친한 친구 한 명을 섭외해서.
수많은 후기를 보니, 공연은 6시지만 4시 반까진 가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스탠딩석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네? 그럴 순 없지. 4시 반까지면 30분은 일찍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사람들이 많으면 미리미리 가는 게 낫지! 아니야……. 안전을 위해서 3시까지 가자. 가서 구경도 좀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갈 거라고 믿으련다. 성격이 급한 나머지, 6시 공연인데 친구와 만난 건 2시였다. 만나서 밥 한 끼 든든하게 챙겨 먹고, 3시까지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대기 장소에 들어가니 3시 반! 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곳은 땡볕 한 가운데의 잔디밭이었다. 잔디밭 근처로 그늘이 있었지만,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어떻게 끼어 앉긴 했다만, 습하면서 뜨거운 열기가 체력을 2배에서 3배 이상 빠르게 소모하더라. 안내 직원이 말했다. 4시 20분까진 쉬다가 줄 서시면 된다고. 여기서 또 급한 성격이 튀어나왔다. 4시 20분이면 그때부터 하면 될 것을, 굳이 또 4시 10분부터 줄을 섰다. 그늘에서도 쉽지 않았던 열기는 땡볕 한가운데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싸이 흠뻑쇼만 아니었다면 포기했을 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 입장했다. 드디어 콘서트를 볼 수 있구나! 1시간 뒤면! 기대감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60분도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게 꽉 찼다. 앉으려고 하면 앉을 수도 있지만, 막상 그게 쉬운 구조는 아니었다. 콘서트를 더 잘 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 곳은 수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서 있는 게 답이었다.
결론 1
1) 3시간에 걸쳐서 기다렸다. 그중 서서 기다린 시간만 대략 2시간이다.
2) 더운 날씨 때문에 2시간 서 있는 건 정말 고되다.
3) 안전을 위해서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다. 반드시 챙겨야 한다.
4) 준비물 : 시원한 얼음물 하나, 그냥 물 하나, 달콤한 간식거리
집에서 나와서 기다리기까지 총 4시간.
4시간의 시간을 쓸 만큼 괜찮은 콘서트였을까?
흠뻑쇼라고 하는데 해 봤자 얼마나 젖게 하겠어?
대답하자면, 정말 흠뻑 뿌려댄다. 물을 사정없이 뿌린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다 젖었다. 중간중간 쉴 틈 없이 뿌린다. 정말 시원하다. 고글이 없으면 눈이 안 떠질 정도다.
기다린 보람 있다. 싸이의 대표적인 신나는 음악들, 다들 알 거다. 예술이야, 연예인, 나팔바지 등 말이다. 듣자마자 막 흔들게 되는 음악들과 분위기를 잠시나마 쉬게 하는 발라드를 적절하게 넣어줌으로써 관객들의 호흡 밸런스를 유지했다.
싸이 흠뻑쇼 하면, 게스트들이 기대된다. 2024년 8월 11일, 부산에서 진행한 콘서트엔 2명이 찾아왔다. CL과 성시경이다. 고등학생 때 투애니원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다. 그 음악들을 싸이 콘서트에서, 무려 라이브로 듣다니! CL 덕분에 추억 여행 잠시 다녀왔다.
“제 콘서트는 이렇게 습하지도 않고, 이렇게 열광적인 팬들도 없어요.” 성시경의 말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물 때문에 습기가 확 올라오면서, 싸이 때문에 뜨거워진 콘서트장, 분위기 때문에 열광에 빠진 팬들. 여기서 듣는 노래 [거리에서]. 좀 모순적이긴 하더라? 그래도 좋더라. 가수 성시경의 음악을 라이브로 언제 들어보겠어?
그렇게 2시간을 때리면 끝나는 줄 알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싸이 콘서트를 단 한번이라도 검색했다면 알 거다. 원래라면 새벽까지 무한 앵콜을 돌리는 게 싸이 콘서트라고, 그래서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덕분에 2시간을 또 뛴다. 발라드에 댄스 음악 매들리, 싸이의 대표적인 음악들 챔피언과 새까지!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끝나니 아쉽다. 더 놀 수 있을 거 같은데!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앵콜도 시간이 제한되었다. 하, 이왕이면 진작에 가 볼걸 그랬다.
결론 2
1) 흠뻑쇼는 말 그대로다. 정말 다 젖는다.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2) 준비물 : 갈아입을 옷, 닦을 수건, 전자기기를 보호할 방수 가방과 방수팩
3) 참고로 방수 가방을 주긴 하지만, 생각보다 방수가 안 되기에 하나 마련하자.
4) 2시간 놀고 2시간 더 뛴다. 체력이 중요하다.
5) 준비물 : 물과 간식은 필수다.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9년 소주 먹으며 싸이 콘서트를 즐기지 못했던 그 한스러움을 날렸다. 만약에 가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표를 환불 처리했다면, 이 느낌을 영원히 알 수 없었겠지? 다른 콘서트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콘서트가 너무나도 의미 있었다. 어떻게든 체력을 관리해서, 매해 싸이 콘서트만큼은 가고 싶을 정도다. 그만큼 자신의 열정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가수 싸이가 나에겐 인상적이었고, 고마웠다.
PS 1. 언젠가는 2시간 신나게 놀고, 예전처럼 뒤에도 무한정 놀고 싶어요. 그날이 다시 찾아오겠죠?
PS 2. 아래 사진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맥주 2잔과 싸이 흠뻑쇼 방수백, 그리고 죽은 갤럭시 워치 6.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