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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Feb 12. 2020

킨포크와 힙스터의 도시 포틀랜드, 3일 기록

포틀랜드

지난 글에도 수차례 언급했지만, 이번에 미국에 오기 전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포틀랜드였다. 킨포크의 발상지, 에이스 호텔, 힙스터의 천국이라니, 그 수식어만으로 포틀랜드행을 결정했다. 잠시 머무는 곳일지라도 포틀랜드에서의 3일은 한동안 내가 떨어져 살았던 세상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했다.

시애틀에서 암트랙을 타고 포틀랜드에 도착해 에이스 호텔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잡지에서만 보던 이 곳에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세상 힙스터가 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에이스 호텔의 로비를 보고 한껏 고양된 기분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황당함으로 바뀌었는데, 참 이상한 건 밖에 나와 걷을 때마다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 기대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그런 호텔 룸과 너무 달라서 그렇지 방 하나에 포틀랜드 감성이 다 담겨있었다. 내 방이 이렇다면 없던 예술혼까지 살아날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포틀랜드 거리 또한 대단했다. 미국에 한 달간 머물면서 요즘 동부에서 가장 힙하다는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 버그, 워싱턴 DC의 뜨는 거리 조지타운, 각 지역의 힙한 카페와 거리를 가보았지만 포틀랜드 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며, 내 마음속에 가장 뚜렷이 떠오른 문장은 바로 <진짜다. 여기가 진짜다>. 포틀랜드에 오기 전 보았던 여러 평가와 글귀들이 하나하나 이해되었다. Keep Portland Wierd, 괴짜들의 도시, B급 문화의 메카. 공간이 특이했다거나 (물론 정말 감각 있는 샵들이 늘어져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거리가 온갖 예술품으로 가득했다거나,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포틀랜드는 사람 자체로 만들어져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포틀 랜더> 들은 기다란 수염을 기르고 있거나 (어디서고 이렇게 수염 많은 무리를 본 적이 없다), 온갖 문신으로 몸을 덮어놓고 있는 등 (이렇게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타투를 하고 있는 걸 본 것도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내 팔이 너무 조신해 보이는 느낌), 그저 놀고먹는 영혼들이라며 젊은 은퇴자들의 도시라고 포틀랜드를 비꼬는 말도 그럴법하다고 느껴졌지만, 남들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이 포틀랜드엔 지역을 사랑하고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사람들, 돈이 아닌 정직한 방식을 따라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일에 균형을 잡고 가꿔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문화가 킨포크를 만들어냈다.


한 달간 일정 중에 포틀랜드가 가장 재미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건이나 구조물이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시, 지금껏 다녀본 어느 도시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더 새로웠다. 이런 모든 사상과 자유로움을 모두 담고 있는 말이 힙스터라면 다른 곳의 힙스터는 모두 가짜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한 달 체류의 마지막 기간, 나에게 1.5일의 여유가 더 주어졌을 때도 바로 포틀랜드행을 생각할 정도로 이곳을 떠나는 게 아쉬웠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듯했고 더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3일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여행 중 받은 인상과 이들의 생활방식을 내 삶에서 잘 녹여내야겠다.



매거진 B의 에이스 호텔/ 포틀랜드 - 덕분에 이 곳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다른 법


시애틀에서 기차 타고 포틀랜드로-


세상 힙한 에이스 호텔 포틀랜드 로비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에이스 호텔 스탠더드 백 룸


커피 랜드 포틀랜드


부속물 어획을 지양하고 신선한 바다에서 잡은 건강한 어류들만 취급한다는 뱀부스시, 특이하게 호텔리어 출신이 세운 스시집


에이스 호텔


관심 없으면 그냥 지나칠법한 에이스 호텔 입구- 하지만 다른 세계로 연결해주는 마법 문 같은 이 곳


편집샵 Loving tender empire


Wildfang- 페미니스트가 세운 페미니즘 의류 가계


노스웨스트 23번가 쇼핑


포틀랜드에서 만든 물품만 취급하는 곳, made in PDX


하지만 포틀랜드엔 홈리스가 많다. 오레곤주는 마약 (마리화나)이 합법화되어있기 때문에 밤에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이따금 거리를 점령한다고 한다. 포틀랜드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동산 업자도 몰리고 이에 따라 집값이 폭등한 결과이기도 하고, 시애틀처럼 극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홈리스 지원 정책을 펴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홈리스로 살기를 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너무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거리에 누워있는 걸 보면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즐거운 포틀랜드 거리


포틀랜드 2박 3일,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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