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감 아파트
제제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길을 함께한 후, 아내와 나는 함께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곤 한다.
"여보, 제제 방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아요?"
"맞아요, 지금이 딱 알맞은 시기죠."
아내가 꺼낸 이야기에 동의했다. 그렇지 않아도 필요한 걸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둘 중 하나가 물꼬를 터주면 각자의 생각을 쭉 늘어놓을 수 있어 편하다.
"당신이 가끔 제제 방 앞에 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봤어요. 무언가를 두고 생각이 많을 때 그러거든요. 당신이 미간이랑 윗입술에 힘주고 있는 거 말이에요."
아내는 제제 방에 가구를 더 들여야겠다는 내 생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모저모 알아보고 그중 몇 가지 가구를 추려놓은 다음, 해당 가구들의 사진을 준비하기까지 했다.
"이게 마음에 들어요."
"그게 지금 제제 방에 있는 가구랑 연결할 수 있는 거예요. 이제 가구는 골랐으니까 이 소식은 당신이 제제에게 전해주면 좋겠어요."
아내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가구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틈이 벌어지고 모양이 잘 맞지 않는 녀석들을 달래 가며 제 모습을 찾게 만든 다음, 독소를 제거하는 용액을 발라 정성스레 닦았다. 환기를 시키고 완성된 가구에 맞춰 기존의 구조물들을 이동시킨 다음 재설치를 마무리했다. 꺼냈던 공구들을 정리하고 나니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샤워할 생각에 욕실에 들어갔다가 거울을 보았다. 미간과 윗입술에 잔뜩 힘을 준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진짜 그런 표정이네..., '
준공 허가가 떨어지고 공사가 완료됐다. 현재 장난감 아파트는 분양이 백 퍼센트 마무리된 상태다.
시행사: 제니스 산업개발
시공사: 마이클 건설
공사명: 제제 장난감 아파트 신축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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