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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14. 2019

# 114. 어느 남성 전업주부의 요리

# 어느 남성 전업주부의 요리 


한 그릇의 음식을 내놓기 위해 들이는 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게 내가 먹는 게 아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른과 아이, 각자에 알맞은 식단을 짠다. 짧게는 한 주에서 길게는 한 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 무얼 먹을지 기본적인 구상을 마치면 장보기는 그다음이다.  


마트에 들러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주워 담으면 좋겠지만 수입의 총규모에 알맞게 식비를 관리해야 하는 것도 주부의 몫이다. 값비싼 식재료를 거리낌 없이 선택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적은 돈으로 큰 효율을 내야 하는 날도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다. 


식재료를 손질하는 것과 맛있게 요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버리는 일 없이 사용하려면 보관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트에 들렀을 때도 짜 놓은 식단에 따라 적당한 양을 구입해야 하는 건 필수다.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다. 식사 이외에도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과일이나 간식을 준비해야 하고 냉장고와 주방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조미에 필요한 장류와 오일류 그리고 향신료를 관리해야 하고 주방기구들도 가지런해야 한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서 늘 번듯하게 식탁을 채우고 싶은 게 주부의 마음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사실 매일 잘해도 티 하나 안 나는 일이기 때문에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날도 종종 찾아들곤 한다. 물론 그렇게 며칠만 소홀했다가는 빈자리가 그대로 드러나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끼니 몇 번 챙기는 것도 이렇게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그래서 가끔 주방이란 공간에 서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기분이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지휘자 말이다. 


"아빠, 기절할 만큼 맛있어." 


"여보, 당신이 만든 요리가 최고예요." 


단 몇 마디에 머릿속이 맑아지고 손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지휘봉을 단단히 움켜쥐고 다시 주방으로 향하는 내 모습은 명랑하기 그지없다. 다시 주방을 진두지휘할 때다. 주방일에 지친 주부를 리셋시키는 방법은 칭찬인가 보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더 맛있는 걸 준비할게."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아빠요리 #전업주부 



직접 주방을 맡아 생활을 해보면 이게 꽤 힘든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매일 새벽에 운동을 마치면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해요. 그런데 마트에 가는 것도 사실 귀찮은 일입니다.
요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죠. 가족 구성원들의 입맛에 잘 맞아야 하니까요.
균형 잡힌 식단도 준비해야 하고
때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음식도 필요하죠.
날씨에 따라먹고픈 음식이 달라질 수 있고요.
어른과 아이의 식단도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요리에 신경을 쓰지만 철에 따라 반찬도 빠짐없이 준비하고 김치 담그는 일도 빼먹을 수 없어요.
가끔 특식도 있어야 입이 즐겁겠죠?
음식점에서조차 먹어보지 못할 요리도 제공합니다.
그런데 가끔 지칠 때도 찾아옵니다.
매일 열심히 해도 별로 티가 안 나는 일이거든요.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도 쉴 수 없죠.
슬럼프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주방에 섭니다.
다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주방을 조율해요.
사랑하는 가족이 먹을 음식이니 힘을 내서 요리합니다.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딱 하나인 것 같아요. 바로 그들이 보내주는 사랑이죠.
"아빠, 기절할 만큼 맛있어." "여보, 당신이 만든 요리가 최고예요." 칭찬은 남성 전업주부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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