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남성 전업주부의 요리
한 그릇의 음식을 내놓기 위해 들이는 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게 내가 먹는 게 아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른과 아이, 각자에 알맞은 식단을 짠다. 짧게는 한 주에서 길게는 한 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 무얼 먹을지 기본적인 구상을 마치면 장보기는 그다음이다.
마트에 들러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주워 담으면 좋겠지만 수입의 총규모에 알맞게 식비를 관리해야 하는 것도 주부의 몫이다. 값비싼 식재료를 거리낌 없이 선택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적은 돈으로 큰 효율을 내야 하는 날도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다.
식재료를 손질하는 것과 맛있게 요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버리는 일 없이 사용하려면 보관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트에 들렀을 때도 짜 놓은 식단에 따라 적당한 양을 구입해야 하는 건 필수다.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다. 식사 이외에도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과일이나 간식을 준비해야 하고 냉장고와 주방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조미에 필요한 장류와 오일류 그리고 향신료를 관리해야 하고 주방기구들도 가지런해야 한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서 늘 번듯하게 식탁을 채우고 싶은 게 주부의 마음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사실 매일 잘해도 티 하나 안 나는 일이기 때문에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날도 종종 찾아들곤 한다. 물론 그렇게 며칠만 소홀했다가는 빈자리가 그대로 드러나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끼니 몇 번 챙기는 것도 이렇게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그래서 가끔 주방이란 공간에 서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기분이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지휘자 말이다.
"아빠, 기절할 만큼 맛있어."
"여보, 당신이 만든 요리가 최고예요."
단 몇 마디에 머릿속이 맑아지고 손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지휘봉을 단단히 움켜쥐고 다시 주방으로 향하는 내 모습은 명랑하기 그지없다. 다시 주방을 진두지휘할 때다. 주방일에 지친 주부를 리셋시키는 방법은 칭찬인가 보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더 맛있는 걸 준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