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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14. 2019

# 113. 장난감 아파트

# 장난감 아파트 


제제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길을 함께한 후, 아내와 나는 함께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곤 한다.  


"여보, 제제 방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아요?" 


"맞아요, 지금이 딱 알맞은 시기죠." 


아내가 꺼낸 이야기에 동의했다. 그렇지 않아도 필요한 걸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둘 중 하나가 물꼬를 터주면 각자의 생각을 쭉 늘어놓을 수 있어 편하다. 


"당신이 가끔 제제 방 앞에 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봤어요. 무언가를 두고 생각이 많을 때 그러거든요. 당신이 미간이랑 윗입술에 힘주고 있는 거 말이에요." 


아내는 제제 방에 가구를 더 들여야겠다는 내 생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모저모 알아보고 그중 몇 가지 가구를 추려놓은 다음, 해당 가구들의 사진을 준비하기까지 했다.  


"이게 마음에 들어요." 


"그게 지금 제제 방에 있는 가구랑 연결할 수 있는 거예요. 이제 가구는 골랐으니까 이 소식은 당신이 제제에게 전해주면 좋겠어요." 


아내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가구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틈이 벌어지고 모양이 잘 맞지 않는 녀석들을 달래 가며 제 모습을 찾게 만든 다음, 독소를 제거하는 용액을 발라 정성스레 닦았다. 환기를 시키고 완성된 가구에 맞춰 기존의 구조물들을 이동시킨 다음 재설치를 마무리했다. 꺼냈던 공구들을 정리하고 나니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샤워할 생각에 욕실에 들어갔다가 거울을 보았다. 미간과 윗입술에 잔뜩 힘을 준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진짜 그런 표정이네..., ' 


준공 허가가 떨어지고 공사가 완료됐다. 현재 장난감 아파트는 분양이 백 퍼센트 마무리된 상태다. 


시행사: 제니스 산업개발

시공사: 마이클 건설

공사명: 제제 장난감 아파트 신축공사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장난감아파트 

장난감 아파트를 건설했습니다.


틈을 맞추고 균형도 신경을 써야 해서 사실 고생을 좀 했어요.
제제의 방은 본래 이런 구조였는데 이번에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지금 필요한 책만 남기고 어릴 때 보던 책은 주변에 다 나누어 드렸어요. 장난감이나 교구들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읽을 책은 따로 보관함에 넣었고 지금 읽을 것들만 남겼죠.
기존에 있던 구조물은 조금씩 이동했습니다.
장난감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는 제제가 진행했어요.
나름 깔끔하죠? 구조물마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이유는 아내가 모든 걸 수치화해두기 때문입니다. 노트에 다 적어놓거든요.
봄을 맞아 제제가 원하는 걸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진행했습니다.
제 마음을 알아주고 일을 척척 진행시키는 아내가 참 고마워요.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시공만 하면 됩니다.
중앙 팬트리에는 아직도 제제의 장난감과 책이 가득입니다.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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