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을 아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아파트 단지는 산이 주변 삼 면을 둘러싼 모양새였다.
곁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그 끝에 작은 호수도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사계절의 변화를 찾아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었다. 집을 나서 몇 걸음만 떼면, 어린아이가 접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자연의 여러 모습들을 쉬이 목도할 수 있었다. 그건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았다.
수서곤충이나 개구리를 만나는 건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 호숫가를 누비며 질리도록 경험했고, 첨벙거리며 깨끗한 시냇물에 들어가면 반드시 가재나 도롱뇽을 잡아낼 수 있었다.
문구점에서 산 대나무 낚싯대와 비닐 어항을 들고 버스를 타곤 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길게 뻗은 하천이 보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다 보면, 되지도 않는 솜씨임에도 작은 붕어와 피라미를 한 바구니나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전부 놓아주고 돌아오긴 했지만 어린 마음엔 풍요로움이 들어찼다.
산골짜기 다람쥐가 되기도 했다.
내 키보다 더 큰 칡뿌리를 찾아내서 일부를 떼어내 질겅질겅 씹으며 놀았다. 작은 모종삽 하나로 그 큰 칡뿌리를 모두 파내고는 어깨에 메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산마 잎사귀를 발견하면 구슬땀을 흘려가며 조심조심 줄기 주위의 흙을 털어냈다. 끊어지지 않게 그렇게 땅을 파 들어가면 어른 손가락만 한 크기의 마를 캘 수 있는데 툭하고 꺾으면 찐득한 즙이 흘러나왔다. 그걸 구워 먹고 배가 차면 다시 새총을 들고 비둘기를 잡겠다며 온 산을 누볐다. 당연히 아무것도 잡지 못했지만 만족감으로 온몸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곁에는 항상 내 아버지가 계셨다.
제제와 함께 집을 나서 산속을 누비고 강변을 돌다 보면 문득 그때가 고스란히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떠오르는 기억 사이사이마다 생생함이 살아있다. 무려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 적어둔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다.
제제가 저 멀리 달려간다. 말없이 지켜보시는 아버지를 등 뒤에 두고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즐겁게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보인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이제 내가 아버지의 역할을 물려받았다는 것뿐이다.
"제제, 천천히 가자. 그렇게 뛰다가 넘어져."
그때 내 아버지도
내게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육아이야기 #아버지 #아버지께_받은_추억을_아들에게_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