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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Apr 14. 2019

# 112. 추억을 아들에게 전합니다

# 추억을 아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아파트 단지는 산이 주변 삼 면을 둘러싼 모양새였다.  


곁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그 끝에 작은 호수도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사계절의 변화를 찾아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었다. 집을 나서 몇 걸음만 떼면, 어린아이가 접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자연의 여러 모습들을 쉬이 목도할 수 있었다. 그건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았다. 


수서곤충이나 개구리를 만나는 건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 호숫가를 누비며 질리도록 경험했고, 첨벙거리며 깨끗한 시냇물에 들어가면 반드시 가재나 도롱뇽을 잡아낼 수 있었다. 


문구점에서 산 대나무 낚싯대와 비닐 어항을 들고 버스를 타곤 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길게 뻗은 하천이 보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다 보면, 되지도 않는 솜씨임에도 작은 붕어와 피라미를 한 바구니나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전부 놓아주고 돌아오긴 했지만 어린 마음엔 풍요로움이 들어찼다. 


산골짜기 다람쥐가 되기도 했다. 


내 키보다 더 큰 칡뿌리를 찾아내서 일부를 떼어내 질겅질겅 씹으며 놀았다. 작은 모종삽 하나로 그 큰 칡뿌리를 모두 파내고는 어깨에 메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산마 잎사귀를 발견하면 구슬땀을 흘려가며 조심조심 줄기 주위의 흙을 털어냈다. 끊어지지 않게 그렇게 땅을 파 들어가면 어른 손가락만 한 크기의 마를 캘 수 있는데 툭하고 꺾으면 찐득한 즙이 흘러나왔다. 그걸 구워 먹고 배가 차면 다시 새총을 들고 비둘기를 잡겠다며 온 산을 누볐다. 당연히 아무것도 잡지 못했지만 만족감으로 온몸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곁에는 항상 내 아버지가 계셨다. 


제제와 함께 집을 나서 산속을 누비고 강변을 돌다 보면 문득 그때가 고스란히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떠오르는 기억 사이사이마다 생생함이 살아있다. 무려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 적어둔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다.  


제제가 저 멀리 달려간다. 말없이 지켜보시는 아버지를 등 뒤에 두고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즐겁게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보인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이제 내가 아버지의 역할을 물려받았다는 것뿐이다. 


"제제, 천천히 가자. 그렇게 뛰다가 넘어져." 


그때 내 아버지도 

내게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46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아버지 #아버지께_받은_추억을_아들에게_전합니다



저는 참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산골짜기 다람쥐처럼, 그렇게 살았어요.
서울과 인접한 도시였지만 아파트 단지 주변은 온통 산이었고 그 곁으로는 시냇물이 흘렀습니다. 작은 호수도 있었죠.
버스를 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제법 큰 하천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그런 추억이 고스란히 제 머리와 가슴에 남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제 유년시절이 행복했기 때문에 제제와 함께 매일 집을 나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도 제제와 함께 소풍을 나서면 아버지와 함께였던 제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떠오르곤 합니다.
함께 곤충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다가 질문을 하고 아버지의 경험담을 듣기도 했던 기억들이 철 지난 영화처럼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죠.
그럼 한 발자국 더 앞장서게 되고 한 마디라도 더 다정하게 설명하게 됩니다.
아버지께 받은 추억을 고스란히 제제에게 전하는 기분이 들어요.
제제도 언젠가 제게 건네받은 추억을 자신의 아이에게 전할 날이 있겠죠?
저도 제제처럼 호기심이 무척 많은 아이였대요. 한 번 길을 나서면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아버지께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제가 쉴 틈 없이 질문해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습니다. 저도 아버지잖아요.
아빠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 언젠가 제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도 아빠의 아빠 엄마에게 배웠다고 대답했더니 제제는 할아버지랑 할머니? 하며 묻더니 즐거워했습니다.
우와~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최고 박사네. 감탄을 하는 제제에게 네 말이 맞다고 답했습니다.
제제야, 이제 네가 물 만난 물고기랑 산골짜기 다람쥐가 될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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