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떨어진 땅콩 한 알
땅콩 껍질을 까서 한 움큼 제제에게 건넸다.
제제는 땅콩 몇 알을 입에 넣고 열심히 오물거린다. 맛있는지 계속 그릇에 손을 뻗던 제제가 그중 한 알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곁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거실 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빠, 바닥에 떨어진 건 먹지 마."
"왜? 아깝잖아."
강한 어조로 훈계하길래 웃으며 변명하긴 했지만 사실 제제의 말이 맞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 건 좋지 않다고 제제에게 가르쳤음에도, 가르친 자가 가르침에 반하는 행동을 한 셈이다.
"미안, 아빠가 실수했어."
"응, 실수니까 이해해 줄게. 대신 나랑 물고기 박물관에 가자."
사과를 받아냄과 동시에 본인이 원하는 것까지 얻으려는 기술이 능수능란하다. 이게 훈훈한 마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수습을 마치고 제제가 말하는 물고기 박물관을 향해 집을 나섰다.
땅콩 한 알 집어먹으려 했다가 주유비, 톨비 두 번, 물고기 박물관 이용료, 주차비, 간식비까지 삼만 팔천 원이 순식간에 지갑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고속도로를 제법 달려 도착한 그곳엔 깔끔한 하늘과 선명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제제의 웃음은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멈출 줄을 몰랐으니 말이다.
"아빠, 다음에 또 오자."
"그래, 아빠도 이곳이 마음에 들어."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제제가 보는 앞에서 바닥에 떨어진 땅콩 한 알을 집어먹어야겠다.
그럼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겠지...,
#46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어류 생태학습관입니다. 제제는 이곳을 물고기 박물관이라고 부릅니다.
거실 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주워 먹었다가 제제에게 혼났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용서할 테니 물고기 박물관에 가자더군요. 쓴웃음을 지으며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죠. 부릉부릉~ 차를 몰아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진해(창원) 해양공원 내부에는 해양생물 테마파크와 어류 생태학습관이 있습니다. 솔라타워와 다른 전시관도 있지만 제제는 두 곳만 사랑해요. 헉습관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할 때는 부모님도 미리 공부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 앞에서 한 번쯤 큐레이터 역할을 해보시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 아빠의 멋진 설명이 함께할 때 아이는 훨씬 더 즐거워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오랜 시간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제제가 큐레이터처럼 설명하고 저를 이끌어 줍니다 어떤 곳에 가든 항상 제제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준비해요. 이런 준비는 방문하는 곳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죠. 제제에게 전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제제의 입을 통해 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아빠, 저기 봐. 각시붕어가 있어. 각시붕어는 그냥 붕어랑은 생김새가 조금 다르고 크기도 작아. 아빠, 내가 여섯 살이 되면 낚시할 때 사용하는 구명조끼 사주기로 했지? 우리 함께 낚시하러 가자. 지금은 함께 강변의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먼저 쓰레기 처리를 가르치고 그다음이 낚시죠. 그리고 놓아주는 즐거움도 가르칠 겁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를 제제와 함께 나눕니다. 이 작은 학습관을 돌면서 말이죠. 작은 보트 정도는 직접 몰 수 있어요. 언젠가 제제와 아내를 태우고 바다에 나가고 싶습니다. 다음에도 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한 알 집어먹어야겠어요. 작은 행동 하나가 다른 큰 일들을 만들어내더라고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