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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un 02. 2019

# 124. 꼬마신사의 품격

# 꼬마신사의 품격 


"아빠, 난 이제 신사야?" 


셔츠를 입히고 타이를 매 주는데 제제가 질문을 했다. 정장 차림인 사람을 신사라고 부르는 걸 제제는 교육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옷을 멋지게 입었다고 해서 신사라고 부르지는 않아. 신사는 교양과 예의를 갖춘 사람을 표현하는 거야." 


날이 제법 더우니 소매를 걷어주고 음료수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집 근처 공원에 가는 길, 짧은 거리지만 차 안에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근데 교양이 뭐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걸 교양이 있다고 말하지.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오해를 사지 않게끔 행동하고,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우선이야.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아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알려줄 수도 있어야 해.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진짜 신사라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귀 기울여 아빠의 이야기를 듣던 제제가 갑자기 무언가 느낀 바가 있는지 즐거운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예의 바른 어린이니까 교양만 있으면 신사가 될 수 있어.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에게 예쁘게 인사할 거야.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장난감도 함께 가지고 놀고 싶어.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고, 우는 친구는 안아줄 거야. 내 사탕을 달라고 하면, 내가 조금만 먹고 나머지는 나눠줄래." 


"우리 제제가 진짜 신사가 됐구나!" 


47개월 제제가 이해한 신사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내용이다. 장황한 내 설명은 구석으로 밀어놓고 어쩌면 나 자신부터 제제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주차를 마치고 제제와 함께 공원을 걸었다.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리며 꼬마신사가 된 제제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꼬마신사의_품격



꼬마신사 제제입니다.


많이 자랐죠?
아직 47개월 꼬마신사지만 나름의 품격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예쁘게 인사할 거래요.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장난감도 함께 가지고 놀고 싶다는군요.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고, 우는 친구는 안아줄 거래요. 사탕을 달라고 하면, 조금만 먹고 나머지는 나눠주고 싶대요.
어쩌면 아빠인 제가 배워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아빠, 이제 나 신사야? (그럼! 당연하지.)
시청 녹지과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잠시 들여보냈습니다. 게이트볼 치는 곳이기도 하니 괜찮대요. 제제에게 왜 풀밭에 들어가려 하는 거냐 물으니...
민들레 씨앗이 무척 예쁘길래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고 싶었대요. 꼬마신사가 되려면 감수성도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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