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신사의 품격
"아빠, 난 이제 신사야?"
셔츠를 입히고 타이를 매 주는데 제제가 질문을 했다. 정장 차림인 사람을 신사라고 부르는 걸 제제는 교육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옷을 멋지게 입었다고 해서 신사라고 부르지는 않아. 신사는 교양과 예의를 갖춘 사람을 표현하는 거야."
날이 제법 더우니 소매를 걷어주고 음료수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집 근처 공원에 가는 길, 짧은 거리지만 차 안에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근데 교양이 뭐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걸 교양이 있다고 말하지.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오해를 사지 않게끔 행동하고,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우선이야.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아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알려줄 수도 있어야 해.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진짜 신사라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귀 기울여 아빠의 이야기를 듣던 제제가 갑자기 무언가 느낀 바가 있는지 즐거운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예의 바른 어린이니까 교양만 있으면 신사가 될 수 있어.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에게 예쁘게 인사할 거야.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장난감도 함께 가지고 놀고 싶어.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고, 우는 친구는 안아줄 거야. 내 사탕을 달라고 하면, 내가 조금만 먹고 나머지는 나눠줄래."
"우리 제제가 진짜 신사가 됐구나!"
47개월 제제가 이해한 신사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내용이다. 장황한 내 설명은 구석으로 밀어놓고 어쩌면 나 자신부터 제제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주차를 마치고 제제와 함께 공원을 걸었다.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리며 꼬마신사가 된 제제를 축하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