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구름 Nov 23. 2022

너가 내게로 온 후
















 

무한도전의 <극한알바>편을 본 적이 있다. 세계 3대협곡이라는 리장 호도협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마꾼 알바를 하는 내용이었다. 가마 무게만 10kg, 여기에 사람을 태우고 1200개의 계단위로 사람들을 옮겨야 하는 알바였다.


하하와 형돈에게 일을 가르쳐 주던 가마꾼 선배가 있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해왔지만 그들은 한번도 자신이 가마에 타본적이 없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절경을 손님들에게만 보여주며 자신들은 바닥만 보면서 올라가는 생활을 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형돈과 하하가 가마를 태워 주겠다고 하자 가마꾼 분들은 소년처럼 웃으며 선뜻 가마에 올랐다.


함께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남편이 뜻밖의 말을 했다.


가마꾼 분들을 태워주겠다고 한 출연자나 연출진을 칭찬할 줄 알아는데 가마꾼 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의 호의를 받아주는 것도

호의인 것 같아.‘


남편의 말은 들은 순간 표현하진 않았지만 누군가 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른 듯 했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어주면서 상냥한 얼굴과 태도를 보이면 왠지 움츠러들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쉽게 받아들여도 될까?

타인과 나 사이의 선이 허물어져도 되는 걸까?  

의심하면서 뒷걸음쳤던 것 같다.


남과의 인연을 만드는 데 너무 두려워하는 마음은 어쩌면, 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내 마음 속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그 호의를 믿고 상대를 믿었는데 사실은 그런 사람이 아니면 어떡할까. 상대의 도움을 받고 그가 그것을 빌미로 나에게 다른 요구를 하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나. 낯선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을 때 생겨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이렇게 어른이 되었는데도

마음 안에는 여전히 상처 받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는

여린 아이가 있는 것이다.


퐁이는 두려움을 모른다. 일단 까르르르 웃으면서 들이대본다. 아직 모든 것이 새것이어서 한번도 다친 적 없는 아이의 용감함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조건의 새인간 (다른 어린이)들과 비교해도 타고난 서슴없음이 있다.  

안되면 어쩔 수 없고!

되면 좋고!

나쁜 사람이면 나에겐 지켜줄 엄마, 아빠가 있고!

그런데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이렇게 부딪혀보는 것이다. 깊이 뒷면을 생각하지 않은 채 대담하게, 반짝거리게.


나의 어린 스승은 하루하루

엄마인 나보다 잘 살아가고 있다.









#관계 #두려움# 용기 #육아 #에세이 #웹툰 #에세이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