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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Oct 10. 2024

습작10

1부:스무살

기현은 시간을 딱 맞추어 청량링에 도착했다. 형우를 비롯한 대여섯 명이 약속장소인 롯데마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기현이 왔어?" 형우가 먼저 기현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일찍 오셨네요?"기현은 일행을 둘러보며 숨을 골랐다.


"왔어?" "안녕" 동기들이 각기 기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롬도 기현보다 미리 도착해 있었는데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기현은 새롬에게 안 좋은 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다.


"다 온 거 같은데 이제 장 봐서 가자" 

형우의 말과 함께 그들은 청량리역에 위치한 이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현에게는 태어나서 두 번째 엠티였다. 처음 엠티는 신입생환영회였다. 그때는 워낙 많은 사람이 다 같이 가기도 했고, 기현과 신입생들에게 회장은 "신입생들은 그냥 몸만 오세요"라며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동기들과 함께 장을 보고 놀러 간다는 것 자체가 두근거렸다.


동기리더 격인 형우는 능숙하게 인원을 분배하여 살 것을 알려주었다. 몇 번 해본 솜씨였다. 형우는 BT뿐만 아니고 다른 동아리에도 적을 두어 이미 여러 번 이런 MT를 다녀온 것 같았다. 같은 신입생인데 참 형 같은 형우였다.


장을 다 보고 그들은 기차를 타고 가평으로 향했다. 형우가 예약해 놓은 펜션 사장님은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봉고차를 가평역 앞에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편하게 펜션으로 들어온 그들은 각자 짐을 풀고 둘러앉았다.


"얘들아 잠깐만"

형우가 동기들을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사실 이거 우리끼리 오기로 한 MT였잖아, 근데 어떻게 알았는지 민철이 형이 오늘 아침에 전화 와서 엠티가냐고 묻더라. 거짓말하긴 좀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근데 민철이 형이 그럼 자기랑 선배 몇 명도 같이 가서 놀아도 되냐고 하더라고. 내가 차마 거기서 우리끼리 있고 싶다고 말을 못 했어.. 미안하다.. 우리끼리 노는 줄 알고 기대했을 텐데.."


"괜찮아요 형" "그럴 수 있지" "민철이 형 재밌잖아요 같이 놀면 되지" "선배들이 뭐 좀 들고 온데요?"

대다수는 뭐 그게 어떠냐는 듯, 오히려 선배들이 양주라도 한병 들고 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는 둥 크게 불편하지 않은 기색을 내비치었다. 그러나 새롬은 예외인 듯싶었다. 형우도 무언가 안다는 듯 애써 새롬의 불편한 기색을 모른 척했다. 형우가 기현에게 물었다.


"기현이 너는 괜찮아?"

"아 예.. 뭐.. 저는 별생각 없어요"

"뭐야~~ 반응이 왜 그래~~ 뭐 선배들이랑 불편한 거라도 있어?"

"아뇨.. 괜찮아요"


기현은 속으로 새롬이 계속 신경 쓰였다. 기현은 새롬이 신입생환영회 보물찾기 시간에 민철을 파트너로 뽑았던 것을 기억했다. 어둠 속으로 화기애애하게 사라졌던 그들은 서먹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치 서로를 피하는 듯 신입생환영회를 다녀와서 민철이 동아리방에 들어오면 새롬은 자리를 슬며시 피했고, 민철도 새롬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도 존재자체를 무시하는 듯 행동했다. 형우는 소위말하는 빼꼼이다. 동아리 내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다. 동아리에 일어나는 일들은 뭐든 본인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당연히 새롬과 민철이 어떤 일이 있었으면 형우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형우도 그걸 알기에 새롬에게 미리 말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새롬이 아까 출발할 때부터 얼굴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한두 시간 뒤 민철과 다른 선배 두 명이  펜션에 도착했다. 

"안녕!!!! 얘들아 나 와서 불편한 거 아니지?" 민철이 웃으며 기현과 동기들을 둘러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형 얼른 와요" "형들 뭐 가져왔어요!! 그냥 빈손으로 오신 거 아니죠?" "금방 온다고 하셔서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굼뜨게 오시면 어떻게 해요~~~~"

다른 동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민철과 선배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 미안미안  얘가 아빠차 운전하는 게 오늘이 두 번째래, 오면서 나 죽는 줄 알았어 진짜. 다른 차들은 100킬로로 달리는데 얘 혼자 60킬로로 달리는데.. 뒤에서 그냥 들이박는 줄 알았어"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그러나 새롬은 민철이 온 뒤로부터 부쩍 말수가 더 적어졌다. 기현도 어쩐지 불편했다. 새롬 때문인가? 민철 때문인가? 아니면 그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며.


기현과 동기들은 아까 마트에서 삼겹살 위주로 샀다. 그런데 선배들은 소고기를 사 왔다. 그것도 투쁠한우란다. 거기에 처음 보는 <맥캘란 쉐리캐스크 18년>이라고 쓰인 양주도 가져왔다. 민철은 아버지한테 가져간다고 허락받느라 힘들었다고 생색을 내었다. 아버지가 위스키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끼는 컬렉션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던 중 민철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여기 근처에 야간에 보트 타는 데 있는데 타러 갈래? 엄청 분위기 좋대"

다들 생각지 못한 제안이라 약간 당황해했다. 민철은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내가 예전에 타봤는데 재밌더라. 아 타러 가자~ 어차피 이제 밥 먹으면 할 것도 없잖아~"

그렇게 보트를 타러 가게 되었다.


보트를 타러 가서는 기현의 눈에 형우와 민철이 뭔가 눈빛을 주고받는 듯했다. 

형우는 "우리가 몇 명이냐.. 하나.. 둘.. 셋.. 넷.... 열명이네 2인 1 조니까 보트 5개로 짝지어서 타면 되겠다. 다들 뭐 상관없지? 내가 그냥 나눈다? 선배들이랑도 좀 친해질 겸 선배들이랑도 같이 나눠 타자"

"형은 기현이랑 타고, 형은 얘랑 타고.. 민철이 형 민철이 형은 새롬이랑 탈래요?"

"응?.. 응 뭐 나야 상관없지"민철은 약간 긴장되는 목소리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타자. 이따 다 타고 여기서 다시 만나"


기현은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와 보트를 타게 되었다. 선배도 기현과 타는 게 별 재미는 없는 듯했다. 남자 둘이 가평에서 한밤에 보트라니.. 그냥 무슨 게임 좋아하는지, 뭐 어디 사는지 그런 시답지 않은 신상만 교환하고는 노만 열심히 저어 한 바퀴를 돌고 제일 먼저 선착장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시차를 두고 하나 둘 도착했다. 그러나 십분 이십 분이 지나도 보트한대가 돌아오지 않았다. 민철과 새롬이 탄 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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