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다. 길이 꽁꽁 얼었다. 이런 날에는 나가지 않는 게 너나 나나 좋겠지? 마음을 다잡았다가 종일 시무룩한 너의 표정을 보고 결국 옷을 챙겨 입는다. 밖으로 나온다. 시린 공기를 만나니 눈물이 나오고 또르르 흘러내리기 전 눈 밑에서 얼어버린다. 눈을 깜빡깜빡할 때마다 아프다. 우리는 서둘러 공원으로 향한다. 걸어가면서도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다. “나오는 게 아니었어…”
그러다가 짠 –
하얀 세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흥분한 너는 너의 엉덩이를 조절하지 못한다.
씰룩 쌜룩.
붕 붕.
떠다니는 강아지의 엉덩이.
우리는 생각 없이 뛰어다닌다. 그러다 네가 멈추고 눈을 진득하게 바라본다. 네가 눈을 먹는다. 맛있나? 또 먹는다. 나는 착하게 너를 기다린다. 네가 다시 뛰면 나도 함께 뛴다. 뛰다가 너의 발을 쳐다본다. 푹 푹 짧은 다리가 반쯤 눈에 묻힌다. 아, 너는 키가 작지. 그럼 눈이 더 가깝겠구나. 냄새도 엄청 잘 나겠네. 눈은 무슨 냄새일까?
나는 네가 되어본다. 땅 가까이에서 걷는다. 밑에서 걸으며 눈 냄새를 진하게 맡고 높은 나무를 올려다보는 상상.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흠칫하는 상상. 매일 오는 공원이 지겨우면서도 반가운 상상. 숨통이 좀 트이는 상상. 그러다가 궁금해진다. 강아지도 상상을 하나? 나는 너를 다시 쳐다본다. 넌헉 헉 거리며, 엉덩이를 씰룩이며 뛰어다닌다. 음… 아마 안 할 거야. 그래서 나는 상상을 멈추고 너와 함께 뛴다. 함께 뛰는 것이 네가 되는 상상이다. 이번에는 나도 엉덩이를 씰룩이며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