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 나가는 삶
글 쓰는 게 너무 좋아 신문기자로 몇 편의 글을 써보았는데 역시 글이라는 것도 내가 편한 글이 있는듯하다. 음악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듯이 글도 사람도 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게 적용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우울함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는데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문득 나를 찾아와 구덩이로 끌고 들어간다.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아 방에 박혀있다 마음 한 켠에는 누군가와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락처를 뒤적거리지만 막상 불러낼 만큼 편한 상대가 주변에 없음에 다시금 휴대폰을 집어던진다.
누군들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움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도움을 주는 사람조차 어떻게 도움 줘야 할지 모르는데 무슨 도움을 받아라는 것인가. 그저 다음 생은 긍정적인 아이로 태어나길 바라는 바다. 힘든 하루의 연속이다. 희망이라는 망상을 껴안고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본다. 언젠가는 적어도 몇 년 뒤에는 좀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라 믿고. 물론 삶이 나아지는 만큼의 고통과 시련이 찾아온다는 건 너무도 잘 알지만 애써 눈 감고 무시해본다.
글을 쓴다는 건 나만의 저항 행위이다. 살아보려는 발버둥이자 나에게 위로를 안겨준 글에 대한 보답이다. 왜 세상은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도 무겁고 힘겨운 짐만을 안겨주는지 모르겠다. 며칠 연속으로 자는 것 외에는 일과라 할 만한 것이 없다. 불과 한 주 전까지는 열심히 살았는데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왔다. 발버둥을 쳐봤자 변화는 아주 조금 일어났고 몸음 더욱 망가져있다.
술은 내 기분을 잠시나마 기쁘게 만들어준다. 우울한 감정을 덜어내 준다. 사람이 우울한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 잠이 오면 잠들고 마는 하루를 보내는 것의 연속이다. 그런데 어찌하랴 우리는 일 하고 스트레스받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존재로 태어났는데. 그래서 남들 흉내라도 내보려 술을 마시고 기분을 마비시켜 괜찮은 척 사는 것이다. 이렇게 알코올 중독이 된다고들 했는데. 아 모르겠다.
내년은 좀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내가 좀 더 나은 집이든 차를 갖게 된다면 해결될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져서 돈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 날이 찾아올까. 취미생활을 여유롭게 즐길 날이 올까. 헛된 기대의 연속이다. 주변을 둘러본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과도한 생각은 나를 죽인다. 생각이 많고 깊은 건 어쩌면 저주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조금만 덜 머릿속에 맴돌았으면. 내가 좀 더 밝은 사람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