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연경

예찬주의자#2

by 매버지

지난주 김 부장에 이어 오늘은 '김 감독'을 예찬한다. 바로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의 김연경 감독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보게 된 첫 화를 시작으로 매주 정주행하려고 노력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멋졌거니와 프로에서 방출 당했거나 뛰지 못한 선수들의 성장기가 아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하지만, 먼저 김연경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배구라는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면 지금의 손흥민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 참 박지성과 손흥민과 같은 인기 스포츠 축구 선수들에게 미쳐있을 무렵 그녀는 전 세계를 휩쓸고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데뷔를 하자마자 신인상, 정규 리그 MVP, 챔피언 결정전 MVP, 공격상, 득점상, 서브상을 휩쓴 괴물 같은 선수였다. 심지어 이전 시즌 최하권에 머문 흥국생명을 단숨에 챔피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보면 뛰어난 한 명의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전파하는 에너지가 어마어마 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을 평정하고 떠난 일본에서 정규 리그와 파이널 우승을 이끌어 내고,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JT 마블러스에게 첫 우승을 안겼다. 실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자배구 리그인 튀르키예 리그에 입성한다. 놀랍게도 그녀는 리그 우승과 파이널 우승은 물론 유럽 배구 연맹(CEV)이 주관하는 챔피언스 리그(축구로 치면 UEFA)까지 우승하였다. 이후에도 중국과 터키, 한국을 오가며 셀 수 없는 우승을 일구어 낸다. 그녀가 터키의 페네르바체라는 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을 때, 상대팀 감독 안 지오반니 귀데티는 그녀를 이렇게 묘사했다.


러시아의 체격, 미국의 힘, 일본의 기술, 브라질의 민첩성이 모두 있는 선수


보통 뛰어난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즉, '잘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의미인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김연경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선수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데로 플레이를 따라와 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과 다그침이 있지만, 그것은 감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라 생각이 된다.

출처 : MBC


운동경기는 상대를 잘 파악하고, 공격과 수비 시 대응하는 전략을 짜서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수행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김연경 감독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팀 선수를 분석하여 대응책을 원더독스 선수들에게 맞춤형으로 제시한다. 물론 코칭스탭과 함께 고민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마지막 시합 종료 후 코치들 역시 김연경의 경기운영이나 연습방식이 처음에는 낯설었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감독 스스로 고민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해외에 비해 국내리그의 전술은 단조로운 부분이 많고, 그 패턴이 읽히면 상대방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느껴졌다. 또한, 배구를 소위 '세터놀음'이라고도 하는데,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릴 수 있도록 공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세터를 교체해 가며 전술을 다르게 가져가는 장면도 매우 흥미로웠다. 엄청난 훈련양이 없었다면 그런 플레이는 쉽지 않은 게, 세터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어서 공격수들 역시 그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팀 역시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일을 처음 감독의 역할을 해 본 김연경이 우수하게 해낸 이유는 선수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타인을 성장시키는 다른 종류의 재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는 모두 나오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프로선수들에 비해 위축되어 있던 선수들의 재능을 하나하나 끌어내어 프로에서 탐할 만한 수준까지 올려놓은 것을 보면 그렇다.


뛰어난 선수였던 김연경에 머물러 "이걸 왜 못하는 거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선수가 잘하는 건 뭘까?", "어떻게 하면 그 재능을 살릴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 이는 남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알아야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타인의 언어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프로 데뷔 이후 늘 최고의 스타 자리에 있었던 선수가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와 방식을 해체하고, 다시 배우고 새롭게 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감탄했다.


출처 : KBS

그녀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지금은 190cm가 넘는 큰 키이지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170cm도 안 될 정도로 키가 작았다. 그러다 보니 큰 키가 주요한 배구라는 종목에서 주전보다 교체 멤버를 전전했고, 주로 '세터'나 '리베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키 때문에 배구를 관둬야 하는 고민까지 했다고 하니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 키가 무려 20cm 이상 자라며 공격수 역할을 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3학년에 성인 국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는 타고난 재능보다 '겪어온 결핍'이 더 큰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키가 작아 주전이 아니었던 시절, 세터와 리베로를 오가며 배구의 전 영역을 이해해야 했던 시간들, 누구보다 오래 벤치에서 관찰해야 했던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김연경을 만든 것이다. 자신이 겪은 부족함이 타인의 가능성을 읽는 감각으로 바뀌고, 그 감각이 다시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단순히 ‘전설의 선수’가 아니라, 어쩌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미래를 열어주는 ‘진짜 지도자 김연경’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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