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그리고 자유로움

예찬주의자 #2

by 매버지

음악 경연 프로그램 예찬가인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싱어게인]이다.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이 프로그램은 무명이거나, 혹은 지금은 무명이 되어버린 기성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자리다. 매 시즌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취향을 정면으로 저격하는 가수를 만나게 되면, 한동안 그 사람의 음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번 시즌 4에서는 두 명의 가수가 내 마음에 남았다. 가수 '도라도'와 '서도'다. 개인적으로는 TOP4에 오르지 못한 서도가 유독 아쉽다. 서도라는 가수를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외모만 보았을 때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조니 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서도는 서도밴드의 리더이자 보컬로, 전통 국악과 현대 대중음악을 결합한 ‘조선팝’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단순한 가수라기보다 종합 예술가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마치 접신한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몰입의 깊이가 범상치 않다.


나는 무대 위에서 진짜로 자유로운 아티스트를 사랑한다. 서도는 바로 그런 가수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과 감성으로 무대 위에서 칼춤을 춘다. 때로는 신명 나게 한 판 놀고, 때로는 모두의 심금을 울리며 황홀하고도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보여주는 자유로움 속에는 분명한 진중함이 있다. 만약 자유롭기만 하고 음악과 삶에 대한 진지함이 배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다.

https://youtu.be/hwl3gAVxsS0?si=Uk4qK_f_wW3QnROM

출처 : JTBC


TOP4까지 살아남은 필리핀 출신 가수 도라도는 또 다른 방식으로 청자의 가슴에 다가온다. 그녀의 강점은 압도적인 기교가 아니라, 음악 안에 담긴 진정성이다. 그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가 노래 속 주인공이 되어 허공을 걷고 있다. 익숙한 기성 가수들의 목소리에 조금 이골이 나 있던 터라,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호소력 짙은 음성과 가사 한 줄 한 줄에 온 마음을 담아 부르는 모습이 유독 깊게 남는다.


그녀의 나이가 고작 스물한 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진정성을 넘어서는 이 감정의 깊이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가능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남긴다. 심사위원들이 그녀의 무대를 볼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된다. 만약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면 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무엇보다 노래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음악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는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음악과 한 몸이 된 사람,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무대에서는 진정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https://youtu.be/Unkid54qtnc?si=fozd8L0QtjS7oMZW

출처 : JTBC


진정성 그리고 자유로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는 사실 맞닿아 있다. 진정성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로움은 진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방종에 가까워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흘러갈 때, 비로소 자신만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이 취향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며, 어쩌면 궁극적인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스스로 바라보거나 타인이 보았을 때, 우리는 그 삶이 빛나고 있다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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