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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버지 May 27. 2024

어떻게 살 것인가?

순수한 몰입과 집중

  독서모임이 하나 더 늘었다. 보통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지인들과 하는 모임만 주로 내가 개설하는 편인데 알고 지낸 지 1년 정도에 불과한 멤버가 조인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좀 파격적인 시도이다. 기존 독서모임은 10년 이상 지인들과 시작한 것으로 5년째 이어오고 있고, 이번에 함께 하기로 한 형님 역시 나와는 20년 지기로 친분이 깊다. 이번에 합류한 동생은 애니메이션 IP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만난 20대 중반의 IT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대표이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형님과 나의 고리타분한 뷰와는 다른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 줄 수 있는 멋진 멤버라고 생각된다. 첫 모임을 앞둔 우리는 법정스님께서 살아생전 강연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을 엮은 '진짜 나를 찾아라'를 읽고 있다.


  백수가 된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매일 던지고 있는데 책 첫 장부터 내 마음을 흔드는 말씀이 가득하다. "나를 찾기 위해 순간순간에 몰입하고 집중하여 자기를 마음껏 살려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 무아에 이르러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법정 스님의 다른 책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더 큰 울림이 느껴진다.

  살아오며 순간에 집중하던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다. 보통 집중을 못하게 할 땐 무언가 걱정스럽거나 잡생각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내게 부여된 혹은 내가 부여한 목표에 집중되어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였다. 스타트업 임원으로 일할 때 아내는 나에게 일에 미친 자라고 할 정도였다. 야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자다가 깨서 핸드폰 노트기능을 켜서 아이디어랍시고 글을 적거나,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할 정도였으니. 그 모든 것이 다 불안 때문이었다. 난 불안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며 어떡하나, 그로 인해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어떡하나, 어떡하나... 이러한 수많은 어떡하나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불안은 우울감을 일으키고 심하면 우울증의 단계까지 올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나는 40대 중반에 5세 딸아이를 두고 있는 백수로서 우울증에 아주 취약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순간순간 순수한 몰입과 집중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이것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면 내 인생은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오지 못해 조금 낯설지만 요즘은 순간을 즐겨보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아이가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라고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부를 때, 그런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응, 아빠 여기야~"라고 말하며 종종걸음으로 아이방으로 다가가 안아주고 이마와 볼에 입 맞추고 "잘 잤어?"라고 물어보는 그 순간(놀랍게도 매일..ㅎ).

  백수가 된 덕에 평일 대낮 동네의 작은 카페에 들러 맛있는 케이크를 발견하고 먹고 눈이 커질 때, 그리고 케이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한 조각 사서 걸어가는 그 길(비록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더라도..ㅎ).

  대학교 창업동아리 소속 반짝반짝한 3학년 학생이 조언을 구하고자 지인을 통해 나를 찾아 약속을 잡고, 만나서 그 순수하고 열정적인 눈빛의 청년과 3시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얻은 에너지 넘쳤던 시간.


  앞으로의 삶은 너무 먼 미래의 목표 또는 성공한 모습에 집중하기보다 오늘의 순간, 사람, 음식, 날씨 등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나로 살아길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느낀 순수한 몰입과 집중의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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