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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Jul 28. 2021

안녕~샤리쥔(夏立君)

그해 여름은 너무 따뜻했네​




남도 여행길에 동반자로 시립도서관 소유의  '시간의 압력 '샤리 쥔(夏立君 이 책을 선택했다. 작가 샤리쥔은  '도연명의 유산'을 쓴 장웨이(張煒)와 더불어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초로의  소설가이다. 특별히 애정이 있어서라기보단, 거의 이천수백년 전의 인물들을 옆집 아저씨 불러내듯 생생하게 그릴 줄 아는 글쟁이이다. 때때로, 그의 필력과 도발적인 어휘에  휘둘리다 보면, 한숨과 함께 진땀이 흐른다.  누구의 간섭과 매몰찬 비평에 굴함 없이, 그저 두려운 것이 있다면 오직 '시간'뿐이라는 문림의 무서운 고수. 이 서늘한 골기의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다니, 긴장이 악수가 된 걸까... 여행 초입부, 대천 발 목포행 기차를 타고서야 이 작가가 떠났음을 알았다.


 이미 기차는 출발했고, 샤리쥔은 보이질 않는다. 대천 역사에 책.을. 놓.고. 온 것이다.. 이런 이런~ 어쩌다 이 지경을 맞았을꼬~

 찬찬히 정신을 가다듬고, 망측함을 무릅쓰고, 뻔질나게 전화를 해  수소문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역사 안팎을 샅샅이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습니다. 혹 나중에라도 누군가가 가져온다면 연락드리지요.. 네네 감사합니다. " 그렇게 해서 목포까지 수없이 자책하며 샤리쥔을 못내 원망했다. 생각건대 샤리쥔은 흐리멍텅 술꾼과의 동행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고백이지만 대천 친구와, 중복이라고 낮술을 한잔 걸쳤다). 



목포에 도착했다. 제 일 순위로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샤리쥔을 찾는 일. 버스터미널 한 켠에 위치한 영풍문고 목포점에서 드디어 손때 묻지 않은 샤리쥔을 만났다. 그런대로 극적인 해후를 맞은 셈.  달가워하든 어쩌든 샤리쥔을 내 품에, 단단히 결박을 두른다. 샤리쥔~ 너무 난체하지 마시오!  싫든 좋든 이번 여행에는 당신과 죽기 살기로 같이 하기로 했어, 그러니 다시 도망이라도 치는 날에는 진짜 쓴맛의 펀치를 날려줄 거야~  여행 내내 이렇게 반 겁박을 하며 샤리쥔을 만나고 또 만났다. 



 여행은 끝이 있는 법. 부산 노포 종합터미널 발 원주행 버스를 타고 샤리쥔을 품에 앉고 잠들기를 수차례. 그도 지쳤는지 다시는 굼적도 않는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확인 또 확인. 오늘, 그간 빌렸던 책들과 샤리쥔을 정중히 가방에 담는다. 시립 도서관을 방문해, 잃어버린 경위를 소상히 아뢰고, 국가 재산을 손괴한 죄를 대신해, 시립도서관에 변상 조로 샤리쥔을 반환했다. 많이 그리울 거야  당신도 나도.  안녕~ 샤리쥔 .      



                                          






    시간의 압력 ....샤리 쥔(夏立君) 작 홍상훈 옮김   출판 글항아리  초판 발행 2021.4.5  정가 25,000원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을까~'허구헌날 노랠 부르다, 드디어 길을 나섰다. 여행 기간  7.20부터 일주일, 여행지 남도 일원. 이동 수단 도보 기차 버스 등 닥치는 대로.  불온하고 애매한 시대, 제아무리 오랜 벗이라도 막상 간다고 하면, 그리 달갑지 않은 코로나 조증의 시국. 다들 제 한 몸 건사가 우울하다. 해서 노선은 단순하고  짧게, 만남은 가급적 피하면서 첫 시작을 대천으로 잡았다. 다짐은 그러했음에도, 부득이 대천엔 꼭 들려야 할 벗이 있어 가급적 만났다. 매년 칠월 하순 경 시작한다는 '보령 머드축제'도 무기한 중단된 해수욕장엔,   줄줄이 늘어선 빈 파라솔들이 시원한 남풍에 흔들릴 뿐, 해변은 고요하고 찬란하다. 와!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기막히게 한산하구나, 연실 친구는 나의 백수 장도를 부러워하며 술을 따르고 또 따른다. 목포는 낯설다. 남도 특유의 억양은 날카롭지만 정겹다. 그럼에도 정겹지만 결코 구수하지마는 않은, 자세히 들으면 이  또한 슬프다. 그 목포에서 하일 없이 이리저리 걷다 버스를, 버스 타다 걷기를 반복하며 얼추 만 이틀을 쏘다녔다. 단 한 사람의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적어도 내겐 낯선 이국이 따로 없었던 이곳에서, 말 한마디 섞을 짝을 찾지 못한 채 강진행 버스에 오른다. 강진은 유배지의 색깔만큼이나 다산 선생이 곳곳을 꽉 잡고, 강진만 너른 벌판엔 초록의 벼들만이 적막을 달래 준다. 이곳에서 더 오래 있다간 발바닥이 남아 나질 않겠다. 서둘러 짐을 꾸리고 부산 다대포항을 향하여 도망치 듯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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