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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n 24. 2024

본격적인 프놈펜 여행의 시작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2)

 오늘은 시작부터 좋았다. 며칠 만에 7시간 이상 잤던 덕분인지 어제까지 좋지 않았던 컨디션도 많이 회복됐고, 날씨도 그렇게 덥지 않았다. 9시 반 정도에 호스텔에서 나와 일단 숙소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여유를 부릴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지, 유명 관광지를 갈지, ATM에서 달러 출금을 할지 고민을 하며 숙소 바로 근처 올드 마켓 부근을 걸으며 거리 구경을 하다가 지역 주민들로 꽤 북적이는 야외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경험 상 시간대를 불문하고 지역 주민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채운 식당들은 맛이나 가격 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 내가 발견한 곳은 쌀국수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여러 종류의 국수들 중 다진 돼지고기가 올라간 쌀국수를 주문했다. 약간 긴장한 채 국물 먼저 맛을 보니 아주 깔끔하고 맛있었다. 면과 돼지고기도 괜찮았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차도 만족스러웠다. 가격도 3달러로 생각보다 높다는 프놈펜 물가치고 괜찮아 보였기 때문에 프놈펜이라는 도시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쌀국수 식당 구글 맵 링크: https://maps.app.goo.gl/fn3w3gYnm3wS9ypY6)

다진 돼지고기가 올라간 쌀국수 3달러



 캄보디아에서의 첫 끼를 맛있게 먹고 테이블에서 일어나 다시 무작정 주변을 걸었다. 목적지는 일단 정하지 않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길거리 풍경이 보리면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다. 프놈펜은 도시설계나 건축 등에서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베트남의 사이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좀 더 걷다 보니 사이공과 다르게 툭툭이 많이 보이고, 사람이나 오토바이도 덜 북적거려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거리도 훨씬 깔끔했고, 걸어 다니기에도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쾌적했다. 툭툭 기사들이 지나갈 때마다 호객을 하는 게 약간의 고역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날씨도 좋고 처음 보는 프놈펜의 거리 구경이 재미있어 즐거운 산책이었다.

어지러운 전신줄과 발코니가 많은 낮은 건물들, 그리고 툭툭과 오토바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시장 같았다.



 걷다가 지도를 보니 마침 근처에 캄보디아 국립 박물관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10달러로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비싼 듯했다. 혹시나 해서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구글 맵에서 본 리뷰와는 다르게 오디오 가이드는 현재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때마침 내가 방문한 시기가 박물관 건물 보수공사 시기와 맞물려 그 멋지다는 박물관 외관의 온전한 감상은 힘들었다. 박물관 안에는 크메르 왕국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불교나 힌두교 관련 동상들이 가장 많았고, 고대 크메르어가 새겨진 석판이나 왕국에서 사용하던 물품들도 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역사는 잘 몰랐지만 전시된 유물들만 봐도 불교와 힌두교가 이렇게나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전시품들을 감상하며 약 2시간 정도를 보냈다. 캄보디아의 대략적인 역사와 문화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었던,  여행지에서의 첫 일정으로 유용한 시간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박물관 내 촬영이 금지되어 마음에 드는 전시품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다는 것.(하지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여러 문화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듯한 박물관 외관, 하필 한창 보수공사 중이었다.
박물관 중정에 있는 앙코르톰의 유명한 동상(모조품)과 숨어있는 물고기를 불러내고 있는 아이



 안 그래도 덥지 않은 날씨였는데 박물관 관람 도중에 온 비 덕분에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날씨가 되었다. 박물관도 다 둘러봤겠다, 어제부터 현금이 수중에 얼마 없다는 사실이 계속 불안했기에 미리 알아두었던 ATM으로 가서 달러를 조금 인출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선 자국화폐인 리엘과 미국 달러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의 리엘 환전은 환율도 좋지 않을뿐더러 보유 환전소 찾기도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달러로 환전해 가거나, 현지 은행 ATM에서 달러를 인출하여 사용한다. 거의 모든 ATM에서 출금 수수료로 5달러를 요구하는데 1달러 저렴하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이 있다 하여 걸어가 보았다. Vattanac Bank라는 곳인데 거기서 여행 경비로 쓸 300달러를 인출하였다.


 이제 뭘 할지 몰라 구글 맵을 켜보니, 마침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독립기념탑과 노로돔 시아누크 동상이 있다기에 그곳을 목적지로 걷기 시작했다. 여행하며 정말 많이 걸을 땐 하루에 30km 정도 까지도 걷곤 하는데, 걸으면 천천히 보이는 풍경이 좋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바로 멈춰 서서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교통비도 꽤 절약할 수 있다는 삼중의 장점이 있다. 물론 여유 시간과 체력이 충분할 때만 가능하다는 작지 않은 단점도 함께. 독립기념탑과 노로돔 시아누크 동상 앞에 다다라 실제 눈으로 봤는데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별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독립기념탑과 멀리 보이는 노로돔 시아누크 동상
한 남자가 시아누크 왕의 보살핌(?) 아래 한낮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바로 걸음을 옮겨 꺼삑 섬이란 곳으로 향했다. 프놈펜은 씨엠립 근처의 톤레삽 호수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톤레삽 강과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인 메콩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데 꺼삑 섬에서는 그 두 강의 합류 지점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직접 가보니 걸어 다닐 수 있는 길도 잘 정비해 놨고, 인적도 거의 없는 한산한 분위기라 조용하게 톤레삽 강과 메콩 강을 조망할 수 있었다. 이게 그 유명한 메콩 강이구나. 역시 듣던 대로 넓고 누렇구나. 저 멀리 티베트에서부터 시작해 미얀마, 태국, 라오스, 내가 지금 있는 캄보디아,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까지 아주 길게도 흐르고 있구나. 강 위로 배도 꽤 다니는구나. 강 너머는 어떤 풍경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휴대폰 카메라라 사실 셔터는 없다.)

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옆으론 식당, 카페, 주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운데 건물을 기준으로 왼쪽은 톤레삽 강, 오른쪽이 메콩 강
강변 곳곳에 선착장이 있었다. 강 바로 옆은 정비가 덜 된 듯했다.
데크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음에도 어느새 내려가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
사람과 차를 싣고 강의 이편과 저편을 활발히 왕래하는 배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아마추어 여행기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재미로 읽어주시고, 궁금한 내용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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