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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Feb 11. 2023

디자인 포트폴리오 (part 2)

Portfolio != what you delivered at work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껏 쓴 글 중에, 포트폴리오 관련된 파트 1이 제일 반응이 좋네요. 이 맛에 글을 쓰나 봅니다. 


첫째, 보고(듣는) 상대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둘째, 다양한 스킬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고르기



셋째, 출시된 제품 그대로, 제출한 과제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당연히 있는 그대로, 작업한 그대로 담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는 경연 대회에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작품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강점들이 잘 드러나게 하는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내가 스티브 잡스처럼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처음 디자인 한 것이 수정 없이 제품으로 나오지 못한다. 내가 고심해서 만들어 낸 디자인은 여러 번의 디자인 크리틱을 통해 수정된다. 이 수정된 디자인을 만들어 주십사 하고 개발 팀에 가져가면, 시간 내에 못 만든다며 퇴짜를 맞기 일쑤다. 힘들게 합의점을 찾아 수정된 디자인을 윗선에 보고 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은 날이 아니고서야) 바로 통과되는 일이 거의 없다. 적어도 한 두 가지 코멘트를 받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최종 제품에 들어간 디자인이 내 디자인인지, AI가 그린 디자인인 지 알 길이 없다. 


그럼, 내 포트폴리오에는 이 마지막 수정본 (디자인_최종_최종(1)_진짜마지막_그만해_수정이 제안함_지시사항반영)을 올려야 하는가? 


1) 최종 디자인이 본인 마음에 꼭 들거나, 

2) 최종 디자인이 나오는 과정에서 배운 점(예를 들어, 협업하는 방식이나 유연한 자세)을 어필하고 싶거나

3) 수정하는 이유들을 조리 있게 잘 설명할 수 있거나

4)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수정된 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때


그 마지막 수정본을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 같은데, 그래도 수정본만 올리는 것으로 만족할 것 같지 않다. 



넷째, 적절한 MSG는 필요하다.


파트 1에서 포트폴리오는 스토리 텔링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한 작업을 내가 했다고 거짓말하는 건 절대 안 되지만, 포트폴리오 리뷰 시 단골 질문인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가?"에 답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이 프로젝트가 더 빛날 수 있는 추가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반응형 웹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번 단계에서 모바일이 포함되지 않아 웹 디자인만 일단 론칭이 되었고 그 모바일 단계는 내가 안 했거나, 아니면 하는 도중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고 하면, 나는 모바일 디자인을 따로 해서 포트폴리오에 넣고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것 같다. 발표할 때는, 솔직하게 외부 사정으로 웹만 론칭이 되었지만 만일 모바일까지 진행을 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고... 마이크로 인터액션까지 넣어서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마법의 세 단어를 기억하자.


예전 회사에서 디자인 디렉터 뽑는 인터뷰에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러 들어간 적이 있다. 처음 발표한 프로젝트는 큰 대기업의 디자인 시스템을 여러 팀과 협업해서 만든 걸 자세히 보여줬었고 그다음, 자신이 추가적으로 한 디자인 작업을 한 장씩 보여줬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 (탄탄한 기본기) 앞에 그 누구도 실제 디자인 적용된 제품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곤 회사로 들어와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다섯째, 발표는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스킬이다.


일주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서 포트폴리오에 올릴 만한 작업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발표는 일주일 내내 연습하면 는다. 엄청 는다. 정말이다. 웬만하면 한국말이어도 스크립트를 다 적는다. 적고 읽고 수정하고를 엄청 반복한다. (주변에 친구가 없다면) 본인 발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에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을 다듬어 간다. (사실, 친구를 먼저 만든다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변에 잘 들어주는 친구나 가족 있다면 그 사람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계속 연습한다.  


나 역시도 첫 직장을 잡기 전까지 너무 많이 떨어졌었다. 운이 좋게 온사이트까지 가서 정말 많이 떨어졌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발표 스크립트를 계속 개선해 나갔고, 마지막 온사이트를 볼 때는 키노트를 보지 않고도 45분 동안 열심히 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했기에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아직까지 생각한다.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연습이고 당연히 하면 할수록 늘기 때문에,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미리 가지 않아도 되는 회사들과 인터뷰를 한 뒤에 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요약해 보면,


포트폴리오는 

- 나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한 스토리 텔링이며

- 내가 이제껏 무얼 했었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리는 자리이며

- 왜 그 경험과 재능이 지금 이 회사의 이 포지션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자리이다. 

- 그렇기 때문에 시간 순서 말고, 듣는/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하고 때로는 MSG도 적당히 버무려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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