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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Jun 02. 2024

백수와 구직자 그 사이

in between jobs


좋아하는 색을 물어볼 때 난 대개 오렌지색이라고 말하지만 내 맘 속에서 살아있는 내 인생의 색깔은 제 몫의 명찰이 없어 때로는 주황 때로는 등자 열매 빛깔 때로는 이국적인 탠저린이라 하지만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어딘가 있어


한 때 즐겨 들었던 노래 가을방학의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의 가사처럼, 나는 무언가 사이에 있는 거에 안정감을 느낀다. 사이 간(間) 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처럼, 무언가 설렘이 동반되는 그 시간, 뚜렷한 주장을 매번 꺼내기보다는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것에 편함을 느끼는 사람. 


얼마 전, 아이의 학교 소풍에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평일 아침이었지만, 예상 밖에 아빠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뛰어노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빠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 아빠는 카메라 감독인데, 한창 코로나와 배우와 작가들의 파업으로 인해 일감이 없어서 집에서 육아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아빠는 나와 비슷한 분야의 일을 했던 사람인데 첫째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육아를 도맡아서 하려고 일을 그만두었고, 복귀를 하려는 차에 둘째가 생겨서 뜻하지 않게 장기간 아이를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차례가 되었는데, 난 in between jobs에 있다고 대답해 줬다. 직업과 직업 사이, 그러니까 백수인데, 구직자인 그런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서로가 다 이 사이 시간이 소중할 것이다라고 동의하면서 각자 아이 곁으로 돌아갔다. 




사실, 위의 제목 포함해서 에피소드까지는 작년 10월쯤 서랍에 저장한 글이다.


지난 9월, 4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이별 통보를 받았다. 이따금 서로 감정이 식어가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함께 했던 정으로 그 친구는 다른 부서로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럴 수 없다며 돌아섰다. 결국 내가 먼저 선수 치려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구직 시장으로 나왔다. 


언젠가 "그 사이 시간", 내가 겪은 일을 회고해야지 싶었는데 그렇게 미루다가 어느덧 예전 회사에서 나오게 된 지 10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우연찮게 보게 된 정김경숙 (로이스김)님의 구글 레이오프 된 이후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참, 나도 저런 배움이 있었지.' 많은 공감이 되어서 나 역시 레이오프 된 날과 그 이후에 어떻게 보냈고, 다시 취직을 하게 된 이야기들을 네 편에 걸쳐서 해보고자 한다. 



1. 그날의 기억, 한국에서의 마지막 2주일

2. 방향 다시 잡기 (re-orient)

3. 어색한 자기소개

4. 새로운 직장, 그리고 마음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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