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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22. 2019

지금이 아니라면 뛸 수 없어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2013년 방송된 ‘꽃보다 누나’ 촬영지였던 지상 낙원 크로아티아, 성벽 밖, 절벽에 있는 부자카페에서 사람들은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커피 향을 맡았다. 카메라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을 때, 한 장면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자카페 옆, 아찔한 높이의 절벽에서 젊은 남녀들이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장면이었다.


정수리부터 타고 오는 그 짜릿한 느낌에 잠시 숟가락질도 잊어버린 채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절벽 위에 선 그들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한 가득 담고 있었다. 나도 저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뛰어내릴 때 어떤 기분일까.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려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려나.

언젠가 절벽 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버킷리스트에는 한 줄이 더 추가되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절벽 다이빙




결국 난 뭔가에 홀린 듯 부자카페를 찾았다.

청춘들이 절벽에서 파란 바다로 몸을 맡기는 거침없는 행동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여기다. 바로, 이 장소다!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했던 걸 현실에서 이루어 낼 기회였다.

… 라는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침내 절벽에 올라선 순간,

‘다시 생각해봐. 여기서 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뛰어야지 뭘 고민하고 있어. 청춘남녀가 신나게 다이빙을 하고 있잖아.’

‘언제 크로아티아에 다시 올지 모르는데.’

‘너 고민하다 평생 못 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4시간째 나는 절벽 다이빙 스폿 옆 바위에 쭈그려 앉아 사람들이 다이빙하는 모습을 겁쟁이처럼 구경하다가도, 결심한 듯 바위 끝에 발을 살짝 올렸다가 막상 뛰려고 할 때면 다시 구석에 쭈그리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용기가 두려움을 이길 수 없었다.



포기하자. 그냥 돌아가자.


멍하니 쳐다보던 5시간 끝에 포기하고 카페를 나오려던 그때,

절벽에서 실컷 다이빙을 즐기던 미국인 여행자 댄이 외쳤다.



“너 지금 아니면 못 뛰어.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고 뛰어. 내가 도와줄게”

그 말을 듣자마자 속에서 용기가 마구 터져 나왔다.
어쩌면 등 떠밀어 줄 사람을 기다린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면, 정말 지금이라면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뛸게. 할 수 있어. 댄,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뛰기 직전까지 댄은 내 옆을 지켜줬다. 댄이 먼저 뛰었고, 뒤이어 내가 바로 뛰어내렸다. 그 순간 용기는 두려움을 이겼다. 발 디딜 곳 없는 허공에서 나는 순식간에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 바다의 경계에서 차가운 온도가 피부를 긁었고, 이내 물속에 잠겼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뒤늦게 따라온 풍덩 소리, 나를 감싼 거대한 바다만이 그곳에 있었다. 잠시 멈춘 시간은 다시 빠르게 움직였고 이내 나는 위로 올라왔다.



“Clean Shot!” 사람들은 환호로 맞이해 주었다.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뛰어내린 그 순간의 희열로 그 후에는 다이빙이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높은 곳에 올라서면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무섭지만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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