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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29. 2019

두근두근 카우치서핑

@터키, 이스탄불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부터 현지인 집에서 무료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카우치서핑'에 관심이 있었다. 현지 문화도 배우고, 잠도 공짜로 자고, 일석이조잖아!? 솔직히 타지에서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간다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아무 탈 없이 카우치서핑을 했다는 말을 듣자 용기가 솟아났다.



그래...!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지?
한 번 도전해보자!



컴퓨터를 켜고 카우치서핑 사이트 (https://www.couchsurfing.com/)에 가입해 프로필을 작성했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몇 명의 터키인에게 연락이 왔다. 한참을 고민하다 리스트에서 Kamar라는 이름의 터키인을 선택했다. 나와 동갑내기였던 그녀는 한국어를 독학하는 중이었다. 직접 만든 한국 이름도 있다던데... '샛별'이라고 한단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답장을 했고, 몇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이스탄불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벽에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이 되자 그녀를 만나러 공항철도를 타고 이스탄불 외곽으로 향했다. 지하철역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샛별이는 오래된 친구처럼 비행기를 잘 타고 왔냐며 포옹해주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그녀를 쫄래쫄래 따라 주거지역에 위치한 어느 주택에 도착했다. 일단 현관을 지나 거실에 왔는데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카우치서핑 초보자인 나에게는 모든 게 새로웠고 모르는 것뿐이었다.



밥은 각자 요리하는 걸까? 잠은 어디서 자면 되는 거지?
화장실도 쓸 수 있는 거겠지? 시내에 나갈 때는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 걸까…?



일단 거실에 배낭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안절부절못하며 소파에 앉았다. 온 가족이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괜스레 긴장되었다. 잔뜩 눈치를 보고 있는데 샛별이가 터키식 커피를 내왔다.


"어제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하겠다. 아직 아침도 못 먹었지? 같이 먹자! 아니다.

먼저 씻고 올래?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알려줄게. 부모님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연락드려. 걱정하시겠다."


샛별이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스탄불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집에서부터 시내까지 가는 버스와 시간표를 종이에 적어주었고, 가이드북을 펼쳐놓고 꼭 가야 하는 곳은 물론 숨겨진 맛집들까지 표시해주었다.




▲  카우치서핑 호스트 샛별이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카우치서핑, 소파를 서핑한다는 의미에 걸맞게 나는 거실의 소파에서 고양이들과 한 공간을 쓰게 되었다. 샛별이네 가족은 내가 불편한 건 없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신경 써주셨다. 그러나 처음 하는 카우치서핑이라 모든 게 익숙지 않았다. 마음을 편히 먹으려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은 온통 긴장 상태로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하물며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물건이 사라질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중요한 물건을 몽땅 에코백에 넣어 화장실까지 들고 가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적어놓았던 버킷리스트, 카우치서핑에 순조롭게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카우치서핑은 그저 무료로 잠자리를 해결하는 방편이 아니라,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계를 넘어 서로 간의 문화를 교류하는 장이었다. 단순히 랜드마크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터키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지 옆에서 보고, 함께 경험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호스트와 마음이 잘 맞는다면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이스탄불에서 지내면서 동네를 무작정 탐방하러 다니기도 했고, 바게트 중간에 양상추와 고등어 구이가 꽂혀 있다는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시내까지 먼 길을 걸어가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샛별이와 함께 블루모스크를 보러 가기도 했고, 가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면 거실에서 영화를 보거나 가족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현지 드라마를 봤다.



▲ 샛별이네 집 근처 해안 산책로.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단지 일상의 일부분이겠지만 나에게는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졌던 매일. 친절했던 샛별이와 그녀의 가족들 덕분에 낯설고 새로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카우치서핑에 갖고 있던 편견과 걱정도 사라졌다. 내 첫 터키인 친구이자, 첫 호스트로서 소중한 기억을 심어준 샛별이 덕분에 계속해서 카우치서핑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동갑내기였던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친해졌다. 이스탄불에 몇 주 더 머무르며 그녀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나를 버스 정거장까지 배웅하러 나왔고, 우리는 약속을 했다.



아직은 헤어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지 벌써부터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아쉬운 작별인사. 그녀를 뒤로 한채 나는 작은 어촌마을인 아마스라행 야간 버스에 올랐다.



연락 계속하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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