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를 읽다가
뭔가 왈칵 눈물이 났다.
잘 살고 싶어서.
이상한 기분인데, 아 그래, 내가 좀 망할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까 내가 잘 살고 싶구나 하는게 좀 더 느껴졌다. 그러니까... 잘 살려고 해보고 있는거니까 괜찮구나,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뭐 딱히 늦은 건 없다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런저런 시도를 할테고, 어떤건 잘 안되고 어떤건 잘 될 수도 있는데, 그렇구나. 좀 오래 실패할 수도 있지. 실패한채 살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다 돈인데, 돈을 잘 못 벌었다고 그것들이 다 무가치하겠느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잖아. 어떻게든 먹고 살면 되지. 그렇다.
가난한 부모는 가끔 밉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밥 세끼 먹고 살면 되지, 라고 아빠가 말할때마다 너무 짜증이 났다. 왜 밥 세끼 먹고 사는 걸로 만족해야 하는 삶으로 나를 밀어넣었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좋은 것도 같아. 밥 세끼 먹고 살면 되는, 그런 패배주의까지 물려준다고 생각했는데, 밥 세끼 먹고 살면 되니까 이제 세상에 못할 게 없을 것 같아.
친구와 같이 있을 때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냥 웃으며 들었는데, 혼자 들었어야 했었던 것 같아. 혼자 읽으니까 눈물이 막 쏟아져. 이제 좀 생활이 안정되었다고 더 어른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아, 아니었다. 아, 정말, 아, 멍청이.
그리고 나 내가 서른 둘인줄 알았음. 아니 이게 그러니까, 진짜 웃긴게, 5월달까지는 나이를 안 헷갈리고 잘 세고 있었는데, 7월에 갑자기 조바심이 나면서, 누가 내 나이를 물어보면 어.. 서른 하나? 둘? 이러면서 '둘인가...?' 하고 있었다. 천천히 가면 된다고 해놓고 막 조바심 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근데 서른임. 아니, 와. 바본가봐! 그래서 지금 기뻐하고 있음... 잃어버린 두 살을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