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신부전 판정을 받았다. 어제. 그렇구나 고작 어제구나. 그럼 내가 오늘 바로 정신을 차리고 괜찮아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잠을 못 잤다. 술을 조금 마신 탓도 있고 너무 일찍 일어난 탓도 있었다.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고양이에게 피하수액을 놓으려고 해서다. 혼자서 잘 놓을 자신이 좀 부족했다. 이따가는 혼자 해야지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날짜는 정해져 있고 일은 돌아가야 한다. 고양이가 아프다고 일을 미룰 수가 없다. 카페를 가든 케이크를 먹든 떡볶이를 먹든 주문을 외든 아무튼 일을 해야 하는데, 고양이가 금요일부터 앓고 병원을 가고 하는 동안 나는 잠을 못잤고 열이 났고 체했다. 나는 건강하고 쌩쌩해서 고양이를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해서 잘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 우리 애기 병원비를 댈텐데. 그래서 어제도 일을 했고 오늘도 일을 할 건데, 평소라면 오전에 끝냈을 일이 자꾸 늘어진다. 하긴 어떻게 매일 같은 컨디션으로 일을 해. 그 와중에 어제 강의도 챙겨 들었다. 이번학기 수업... 모르겠다. 근데 뭘 할 수가 없어서. 고양이가 아프니까 하루가 엄청나게 길다. 왜냐면, 고양이가 언제 괜찮아지는지 시계를 쳐다보고 고양이를 쳐다보고, 그걸 계속 반복하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 응급상황을 넘기고 집에서 애를 보고 있는데 이제 막 조금 편안해지는 정도니까 무슨 활력이 있기는 어렵다. 이런 때는 나도 괜찮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할 일을 어떻게든 줄이고, 밀리지 않게 일정을 조정하고... 다 놓을 수는 없으니까.... 한편으로는 살면서 이런 일이 또 계속 있을텐데 그때마다 일을 줄일 것인가? 하지만 살면서 이런 일이 자주 있진 않을 것이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사실도 내가 고양이를 케어하는 일도 익숙해질것이고...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그런 것도 뭐 자주 있을 일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은 적응을 하니까. 그리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일정하게 무언가를 출력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
두서없는 글이라도 써야 마음이 진정되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워도 네 시 부터는 일을 할 거다. 컨디션이 어떻든 기분이 어떻든, 나는 일의 내용을 알고 있다. 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