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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Feb 14. 2024

기적을 보았던 유대 고관

나의 믿음은 얼마나 변덕이 죽 끓듯 하는지 눈에 보이거나 체험을 해야 확실히 믿겠다고 한다. 말씀을 볼 때는 그리스도인인 것 같았는데 이내 곧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하얗게 잊어버린다. 이럴 때 뭔가 확신할 수 있는 표적을 보여 주신다면 믿음이 좀 더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은데…안타깝다. 

유대 고관에게는 병약한 아들이 있었다. 의사도 손을 놓은 상태라 이제 사람이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끝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 사랑하는 아들에게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나사렛 예수님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분이 메시아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참이었다. 그도 그분이 메시아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믿음으로 자기가 돌아오기 전에 아들이 죽을 수도 있는 그 절박한 상황에서 길을 떠났다. 그러나 막상 그 예수라는 분을 만나고 보니 너무나 평범하고 기대 이하의 초라한 모습에 순간, 의심이 물밀듯 몰려왔다. 그는 몹시 흔들렸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흔들림까지도 놓치지 않으셨다. 아들의 생명을 위하여 집을 나선 이 아버지의 첫걸음부터, 아니 아들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그 순간의 슬픔과 고통을 이미 보셨다. 그분은 이 연약한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불일 듯 일어나는 얄팍한 계산, 즉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돌아설 기세였던 이 고관의 마음을 이미 읽으셨다. 사랑하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기에 무섭게 흔들리는 이 인간 아버지의 마음까지도 헤아리시며 그가 원하는 대로 기적을 보여 주기로 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는 본다. 

예수님의 헤아림을 감지한 순간 그는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을 그제서야 본다. 아들의 생명을 담보로 예수님께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기 아들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이기적인 믿음 때문에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겨우 깨닫는 순간, 아들을 살려 달라고 애타게 부르짖으며 매달렸다. 마치 야곱이 밤새 천사와 씨름했던 것처럼…. 

그런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분의 참사랑은 이것이다. 


구주께서는 당신께 매달려서 심히 필요한 것을 간청하는 영혼을 물리칠 수 없으시다 (DA, 198).


그러고는 아들을 살려주시겠다는 보증을 주셨다. 드디어 그에게 평화가 찾아온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평화이다. 폭풍우 속에서 널뛰는 듯한 갈등과 근심을 친히 잠재워 주시고 마음에 허락하시는 평화, 이것이 은혜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큰 축복이 되는 일을 위해서 아무에게나 부탁하며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가족의 목숨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유대 고관의 처음 믿음은 그것이었다. 그는 조건적이었지만 일말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대단히 절실했다. 그 작고 절실한 믿음을 헤아려 주셨던 분, 결국 그분은 그 아들의 생명뿐 아니라 그의 온 가족을 구원으로 이끄셨다.

그동안 나는 유대 고관처럼 살아온 것 같다. 발등에 불 떨어질 때마다 늘 이것만 해결해 주시라며 동동거렸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나를 위하여 하락하셨다. 많은 시간을 기적을 보아야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믿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알아서 하신다는 걸 몰랐다. 이제는 이 감정이 죄송스럽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유익을 얻으려는 욕망으로 예수님을 구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요구가 수락되는 여부에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건다. 구주께서는 우리가 구하는 것 이상으로 큰 축복을 우리에게 주기를 원하신다 (DA, 200).


우리의 이기적인 요구마저도 그 강한 능력으로 넘치도록 주시기를 원하신다니, 꼭 기적을 보여 주셔야 믿겠다고 할 것인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인생에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심을 이제 믿는다. 내가 고민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살피시고 고통의 기간 내내 나와 동행하시는 그분의 은혜가 한없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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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의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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