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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밉지 않은 푼수를 연기하는 배우에 대하여

올해 나를 잘 아는 두 명의 친구로부터 “닮았다” 수식어를 붙여준 대상이 있다. 하나는 EBS 뚝딱이 캐릭터와 다른 하나는 배우 문소리. 두 개의 갭 차이가 꽤 있지만, 문소리 닮았다는 말이 싫지는 않게 들린다.


근데 문소리 진짜 닮았다.


에이~

처음에는 유명한 배우의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이 좋기도 하면서 딱히 싫지도 않았다. 미모가 받쳐주는 유명한 배우와 비교된다는 게 좋은 뜻 같았고 또 문소리가 풍기는 고유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해석은 뭐 내 마음이니까~ 닮았다는 말을 들은 뒤로 브라운관 속 그녀를 적지 않게 마주친 것 같다. 그녀의 왕성한 활동 덕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덕질이라는 행위에 편승하고 있는 게 아닐지. 은근히 문소리의 작품을 많이 챙겨보긴 했다.

#서울대작전 #메기 #세 자매 #리틀포레스트 #1987 #여배우는 오늘도 #보건교사 안은영 #푸른바다의 전설


배우 문소리의 이미지는 우리 세대에서는 ‘오아시스’ ‘효자동 이발사’ ‘처럼 진지한 연기파 배우로만 알고 있었지 친근한 느낌으로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5년 정도의 작품들을 보면 우아함 한 스푼에 얄미움 한 스푼이 더해진 캐릭터에 가까워져 현실에서 있을 법한 존재감으로 변해 있는 것 같다. 고유 캐릭터성이 있으면서도 모든 작품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달까.


배우 문소리를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작은 얼굴 안에 올망졸망 눈코 입이 조화롭게 들어가 있는 예쁜 얼굴. 볼록한 이마에 정갈하게 묶음 포니테일 머리. 작고 오뚝한 코와 고급스러운 턱 라인이 부각되는 비주얼. 나이가 들수록 우아하고 Gorgeous(내가 좋아하는 단어)한 아우라가 나온다. (타인의 외모를 표현해 보기는 또 처음이라 새롭다) 초겨울에 즐겨 입는 핸드메이드 코트와 블라우스, 슬랙스 팬츠가 잘 어울리는 스타일. 잔소리하는 듯 툭툭 던지는 말투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애정이 담겨있는 눈빛.  


가만가만 뜯어보니까, 10년 뒤 내가 그녀의 외형을 닮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누가 나보고 문소리 닮았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문소리 배우를 내 미래의 이미지로 덕질하고 있는 것 같다. 나쁘지 않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공통적으로 철없고 푼수 같은 역할이 다수였다. 돈이 많아 전략적으로 누군가를 찌르거나 악의 없어도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그런 말투. 깍쟁이 같은 부분이 있다. 미운 행동을 해도 밉지가 않고 자존심 세고 허영심 많은 캐릭터. 이렇게 펼쳐 놓고 보면 성격이 별로인 건가? 싶지만 그 역할을 깔끔하게 제 옷처럼 소화해 내는 문소리의 연기가 나는 좋다.


어쩌면 그 역할에 몰입한 문소리 캐릭터의 성격이 나와 닮았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나는 문소리의 캐릭터가 좋아서 왠지 실존 인물이라면 그녀와 닮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가난한 형편보다는 부유한 생활에 고급 저택에 사는 마나님처럼 보인다. 악한 누군가를 그 캐릭터만의 방식으로 복수하면 했지 남에게 혼자 당하고만 살 것 같지 않다. 표독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다. 강약약강에 푼수 같은 스타일이지만 크게 미움을 살 인물은 아니다.


아 몰라. 문소리에게 빠져버렸어. 앞으로도 문소리 닮았다는 말 자주 해주길 바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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