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흑곰 Jul 31. 2019

내 꿈이 뭐였더라?

이제 무슨 꿈을 꾸어야 하지?

마흔이 되면 성숙해져 가고, 해박해져 가고, 인자해져 가고, 마음이 넓어져 가고, 사랑을 알고, 어루만질 줄 알고, 여유 넘치고, 안정을 찾을 거라 생각했었다. 

역시나,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다지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남의 눈치를 보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면은 아직 그 그늘에 갇혀 있고, 고집만 늘어나고, 나도 모르게 꼰대 짓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는 비교하지도 않고 오롯이 나날이 발전하는 나를 꿈꾸고 있으며, 고집은... 인정하는 부분이고, 꼰대 짓이나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내면의 자아도 그럴까? 억지로 아니라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본질적인 자아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보이지 않는 처절한 외면과 내면의 싸움으로 이리도 힘든 것은 아닐까?




젊은것도 늙은 것도 아니다. 도대체 마흔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나이만 먹은 것인가? 이대로 50세를 향해 가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도대체 내 꿈은 뭐였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10년이 넘도록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마흔이 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내 꿈이 뭐였더라? 무슨 꿈을 꾸어야 하지? 나는 앞으로 어떤 꿈을 가져야 할까? 

느닷없이 다가온 장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출간 작가가 되었으니 이렇게 작가의 삶을 시작으로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일까? 책은 출간했는데 과연 제대로 된 작가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고민이겠지만 늘 그렇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 

꿈 따위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당장 떠오르는 꿈은 회사를 빨리 때려치우는 것 하나다. 안정적인 삶의 근원이 무너지지 않을까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직장에 갇힌 삶 자체가 삶의 근원까지 고려해가며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훼방만 놓을 뿐이다.


이런 삶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차라리 내가 원하는 꿈이라도 꿀 것을. 
어른들이 말하는, 친척들이 말하는, 옆집 이모가 말하는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았을 것을.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힘든 것은 매한가지인 인생에서 누가 욕을 하든 말든 내가 원하는 것을 해 보고 살 것을. 
이제와 기억조차 없는 꿈을 기억해내려 버둥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인생 2막을 열어갈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게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을.




그래 후회도 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거기에 미련을 갖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이런 회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아이에게 꿈을 강요하거나 무엇이 되라는 요구를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그것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좋다고, 지금 좋지 않다고 해서 아이의 선택을 가로막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자라 나와 같이 마흔이 되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하는 행복에 근접한 현재를 마주하고, 덜 두려워하면서 긍정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태어나 10년은 그냥 자라기만 했고, 이후 30년은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제 남은 30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좀 살아보고 싶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성취감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