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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n 05. 2024

상하이의 AI 공부모임 SEB

상하이의 아침 공부모임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합니다.

모임을 통해 성장하고, 상처받고, 격려를 받기도 합니다.

모임을 통해 인연이 맺어지기도 하고 사업파트너를 찾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임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사회활동의 핵심이기도 하죠. 


상하이에 살면서 한동안 한국인들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회사도 외국회사이고, 직장동료도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고객들도 죄다 중국인이었죠. 

이런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너무 한국사람들이 그리워져서 교민지의 각종 모임공고등을 쳐다보곤 했었습니다. 그랬던 적이 있었던 거죠.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메타버스를 개인적으로 공부하던 터라 이 새로운 인공지능의 능력에 세상이 뒤바뀌는 듯한 상상에 잠자리가 불편했습니다. 이게 무엇이든 세상의 변화에 따라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으로 학습방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IT에 문외한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상하이에서 거주하는 터라 한국어로 된 자료를 얻기도 쉽지 않고, 같이 논의할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모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뜻이 맞는 몇 분이 모여 인공지능 학습을 시작했죠. 

뭐 대단히 깊이 있는 전문학습이라기보다는 여럿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다자간의 탐구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SEB(Shanghai Early Birds)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고. 

매주 수요일 아침에 모여 출근하기 전에 학습을 하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했죠. 

처음에는 시한부 모임으로 몇 번의 미팅 후 모임을 끝내려고 했지만, 상하이에 사는 회원분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모임은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진행되던 모임은 중간에 쉬는 시간과 새로운 멤버 유입을 갖추며 시즌1~5회까지 이어지게 되었네요. 


오늘은 시즌5의 마지막 날입니다. 

간단하게 '의식'을 치르고자 케이크를 준비하고, '책거리'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치렀습니다. 

작년 2023년 2월에 시작한 모임이 오늘 (2024.6.05)로 시즌5를 마무리한 거죠.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과정 속에서 48번의 발표가 있었고 총 24분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어떤 모임을 1년 넘게 끌고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분들은 여러 경험으로 아실 것입니다.

회원분이 찍어주신 회의 진행 모습


우리는 왜 모일까?

왜 매주 아침 그 귀중한 시간에 참여를 하려고 할까?

우리 모임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이 모임은 향후 어떻게 발전하고 나아가야 하는가? 

도대체 모임의 발전이란 무엇일까?


희생을 강요하는 모임은 지속되기 어렸습니다.

모든 모임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임에 참여할 의지도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자유도 존재해야 합니다. 

자발적이어야 하고, 가치를 얻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모임의 원칙과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책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_프리야 파커'를 참고했습니다. 

아직 책 내용을 모두 체득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방향성 하나만은 분명 해지더군요.


1. 어떤 모임이든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2. 모임 주체자는 '독재'를 해야 한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우선 이 두 가지를 언급하려 합니다. 

어떤 모임이든 시간이 지나면 말들이 많아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목적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엔 그 방향성을 잃기 쉽고, 참여하는 구성원들에 의해 변화가 생기게 되죠. 새로운 이해관계와 요구가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이때 모임의 목적이 분명하게 서 있지 못한다면 개개인간의 관계와 새로운 이해관계로 인해 목적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하게 되고 초기 시작을 잊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들 차려진 밥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고 싶어 합니다.

주체가 되어 모임을 주도하길 꺼리죠. 그냥 잘 차려진 밥상만을 주면 참여를 고려해 보겠다는 자세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모임의 주체가 되는 호스트는 앞서 말한 '모임의 목적'에 맞는 '독재적 지위'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를 위한 모임은 존재할 수 없으며, 기존의 충성 회원들을 내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모임의 목적에 부합하는 호스트의 '독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게 무엇이었든 우리 SEB는 짧지 않은 시간을 이어왔고 오늘 시즌5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국 국내와는 다르게 정보와 소통이 부족하기에 이를 목말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급변하는 인공지능시대에 시대를 앞서가진 못할망정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회원분들을 아침 일찍 모이게 한 동력이란 생각입니다. 


재미있는게 아침모임은 출석률이 높습니다.

저녁 모임처럼 다른 핑계를 대기 힘들죠. 출장 이외는요. 

그래서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입니다. 그럴 준비를 하고 모이시는 분들이라 참석률이 높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즌6의 시작은 아직 결정하진 못했고,

시즌5의 마무리는 오늘 간략한 행사 외에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진행하면서 혹은 진행이 끝난 후 내용을 정리하고,

오늘은 잠시나마 모임을 마치면서 생각나는 내용들을 적어봤습니다.


진심으로,

모임에 같이 참여햐고 발표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인사를 한번 더 드립니다. 

SEB 5기 모임 종회식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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