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쏟기 May 28. 2024

책과 작가의 이야기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북콘서트를 다녀와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떤 이들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하나하나 곁에서 시행착오를 수정하면서 배움을 갖고, 어떤 이들은 좋은 교육기관에서 잘 정리된 내용으로 배움을 갖습니다. 

이렇게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닐 경우는 대부분 스스로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경험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게 되죠. 이렇게 내가 직접 겪어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는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더 많기도 하죠.


책을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느끼기 어렵지만, 직접 책을 쓰는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면 다른 관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목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전개하는 순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겉표지는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책을 꼭 내어보지 않았어도 그 난이도는 훨씬 높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가?

이 책을 쓰면서 어떤 고민을 했을까?

책을 무엇 때문에 쓰는 걸까? 이 책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가?


이렇게 잠시나마 독자가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책의 내용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저자 안나 님의 북콘서트 중

주말에 시간을 내어 지인의 북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두 번째 책을 내신 필명 안나 님의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라는 책에 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아침모임을 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두 번째 책을 내어 격려차 시간을 내어 봤습니다. 


평소 자주 얼굴을 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책을 쓰면서 느낀 감성등의 내용을 들어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네요. 역시나 이렇게 내공이 있으시니 평소에 이런 말씀을 하셨던 거구나... 하는 이해도가 넓어졌습니다.


이 책은 첫 번째 '안나의 일기'를 이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안나의 일기'는 중국에서 겪은 코로나 봉쇄시기를 이야기하셨고, 두 번째인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는 봉쇄시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같이 엮은 내용입니다.


전 북콘서트를 참석하고 또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되더군요.

저 또한 전 세계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건을 겪었는데 그냥 잊고 싶은 희미한 기억들이 돼버렸고, 어떤 분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당시의 생생한 자기 느낌을 책으로 출판하셨구나 하는 자기 한탄과 부러움등의 감정들이 생겼습니다. 


평소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도 정리를 해놨는데 저 자신은 스스로 잘 실행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도 한 몫했습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요?

개인의 능력, 경험 뭐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 의지'이고 이것은 또한 '동기부여'의 측면도 있겠죠. 이를 통한 자기만족이 클 경우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쉬쉬하다가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는 거죠. 


그게 무엇이 되었든, 

기록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저도 자극을 조금 받아서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예전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4000년을 살아온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수많은 역사를 겪으며 살아왔고 또 그렇게 불멸의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만으로 풀어나가는 정말 멋진 영화입니다. 

140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하고 번뇌했을까요? 그리고 헤어짐. 그 수많은 과거를 겪으면 삶의 모습이 달라질까요? '죽음'이 어쩌면 우리처럼 짧은 생을 사는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싶습니다. 

여러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큰 관점을 전해준 것은 따로 있습니다.


"나의 경험은 역사 속의 일부일 뿐이다. "


그 많은 세월을 살아왔다면, 예수고 부처 혹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주인공을 향해 쏟아지는 질문들...

하지만 주인공은 답변을 하기도 못하기도 합니다. 

영화 '맨 프럼 어스'

돌이켜보면 우리는 과연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회귀하게 되네요. 결국 내가 인식하고 기억하는 경험이란 것도 결국 나의 범주안의 것. 내가 관심 갖고 알려고 하는 영역에 한정되는 것들인 거죠. 시대적인 큰 사건들은 인지하겠지만 모든 것을 우리가 역사책 속에서 알듯이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매번 사건마다 '역사 속에서 후대인들이 평가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겠죠. 


이렇듯 2022년 겪었던 상하이 코로나 봉쇄도 비슷한 경험을 했건만, 구체적으로는 다른 경험, 다른 느낌들이 존재합니다. 역사라는 것들이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편성되는 것이지만,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는 민중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권력자들에게 있기에 이들의 역사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안나 님의 책들은 개인의 기록이면서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그것이 설사 한 개인의 경험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책으로 묶어지면서 하나의 역사적 사료가 되고 어떤 평가의 근거가 되겠죠.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 봉쇄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중국의 타 지역 사람들 중에는 상하이 봉쇄를 전혀 인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국은 국가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이 있는 내용들은 철저하게 검열을 해서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황당하고 엄청난 사건도 낮에 꾼 꿈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평범한 일상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한 명의 외국인이 겪은 상하이의 사건은 객관적 기록의 한 부분이 되겠죠.


책을 쓰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전문적 작가들 뿐 아니라, 이제 막 책을 쓰려고 시작하는 분들에겐 더 큰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 시작에 좋은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에,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기에 시작하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로의 배움, 몸으로의 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