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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2. 2024

사천성 어느 작은 도시의 저녁산책

중국 사천성 핑우시엔 강변을 거닐며

상하이에는 교민들을 위한 신문이 있습니다.

이전엔 여러 개가 존재했었는데, 이제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몇 개 남아있지 않죠. 그중에 오래되고 굳건히 자리르 지키고 있는 '상하이저널'이라는 교민신문이 있습니다. 최근 여기에 실린 기사 중에 '푸바오가 쏘아 올린 한 '쓰촨 관광'열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상하이저널 인터넷 주소 : http://www.shanghaibang.com)


지난 4월 중국으로 반환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한국인의 쓰촨성 관광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신화사(新华社)의 보도를 언급한 내용이더군요.

최근 쓰촨성 여행을 막 마치고 와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라,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한국인들이 푸바오 보러 쓰촨성 간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저희 가족은 판다 서식지는 여행코스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뭐 딱히 이 내용에 대해 쓸 내용이 없어 좀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떠나 이곳저곳 보면서 경험하는 건 모두 견문을 넓히는 학습이 되는 거라, 느낀 거 생각한 거 재밌는 거 담아보겠습니다.




여행 2일차 삼성퇴박물관을 오후까지 관람하고 숙박을 위해 거쳐가는 작은 마을로 진입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조금씩 탱크운전도 익숙해지고 (탱크? 여행기 두 번째 내용 참고), 이동 중에도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대가 높은 지형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터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찌나 터널이 많은지... 터널을 나와 다시 터널이 연결되기를 반복합니다. 어쩔 때는 3킬로미터가 넘는 터널도 보입니다. 이 많은 터널을 뚫느라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까? 이런 산악지형은 터널만 막아도 완전 고립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터널을 뚫고 나오니 눈앞에 또 다른 토목공정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무지막지하게 높은 도로들이 나타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우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걸 정말 어떻게 지었을까요? 참 대단합니다.


주행 중 통과하는 터널과 계곡 사이에 이어진 고가도로의 모습

그렇게 굽이굽이 펼쳐진 도로를 지나 드디어 한 마을에 진입했습니다.

平武县 평무현, 핑우시엔.

'县'은 중국의 지방행정단위로 흔히 '현급도시'를 지칭하며, 중국 전역으로는 1,299개의 현급도시가 있습니다. 대략 13만이 안 되는 인구가 살고 있죠. 타 지역과 비교해 봐도 매우 작은 도시인데요, 저흰 다음 목표지인 '九寨沟 구채구, 지우자이고우'를 가기 위해 중간에 거쳐가는 숙소로 이곳을 결정했습니다.


작은 지역이라 그런지 숙소도 마땅치 않고 그냥 우리식 여관 같은 데서 묶었는데, 늘 좋은 호텔만 이용해 봤던 딸아이는 매우 낯설어하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역시 인생교육이기에 하룻밤 셋이서 210위안짜리 호텔에 묶었습니다. (바로 전날 청두시에서는 하얏트호텔에 묶었으니... 차이가 좀 많이 나죠?)


우선 체크인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해야 해서 낯설기만 한 이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큰 강을 가로지르는 형형색색의 다리인데, 나름 지역 명물처럼 잘 색칠해 놨더군요. 탁 트인 강바람을 맞으면서 다리를 건너 식당을 찾아 헤맸습니다.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형형색색의 다리

딱 해 질 녘의 시간이라 마을풍경이 멋지게 보이더군요.

어렸을적 한때 지냈던 지역에는 집앞에 강이 있었습니다. 강에서 고기를 잡고 수영도하고, 겨울엔 썰매도 타면서 놀던 기억이 있죠. 탁 트인 강을 보자니 자연스럽게 옛 기억들이 떠올라 아내에게 다리를 건너면서 설명을 해줬습니다.


우선 무엇을 먹을까 하고 눈에 보이는 다리 건너편의 식당들을 둘러봤는데, 어쩜 이리도 하나같이 비슷한 메뉴들만 있을까요? 죄다 훠궈식의 매운 음식들 뿐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상해사람들이라 평소 매운 음식에 익숙치 않거든요. 특히나 딸아이의 그 까탈스러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란 이 낯선 타지에서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중국 어느 지역에서도 먹을 수 있는.....'扬州炒饭 양조우차오판(계란을 넣은 볶음밥)'을 시켜 아이 먹여주고 아내와 전 요리법을 주문해서 안 매운 물고기탕을 시켜서 먹었죠. 실은 저도 조금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편인데, 아내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르는 편입니다.


주문을 처음할 때 직원이 무엇을 시킬지 물어봅니다. 그런데 당연히 현지 말을 먼저 쓰죠. 중국인인 아내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순간 직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선지 당황한 표정으로 저한테 물어봅니다.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순간 제 눈이 커져서 아내를 쳐다봤죠.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중국인이 말 못 알아들어서 외국인한테 물어보는거야?"

"당연 나도 모르지." "请说普通话 칭슈어푸통화. 표준어로 말해주세요" 제가 말했죠.

아내도 그 순간 제가 외국인이란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한참을 웃었습니다.


식당에서 맛나게(?) 식사를 하는 아내와 딸

딸아이는 처음일 것이고, 아내도 이런 작은 도시는 거의 경험이 없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나름 중국의 곳곳을 누벼봤죠. 지금도 가끔 유튜브에서 외국인 주숙등록이 안되어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던데, 중국의 작은 지역들에 가면 여권을 처음 본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이 외국인을 못 묵게 한다기보다는, 숙박업소 측에서는 반드시 의무적으로 공안국에 신분확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들의 방문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지 못한 경우라 거부를 하게 되는 겁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이 외국인 등록이 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혹시 모를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중국인인 아내 신분증으로 들어갔으니깐요.


중국생활 20년이 넘다 보니 산전수전 다 겪어봤는데요. 정말로 외국인이 묶을 숙박업소를 찾아 못할 경우엔 근처 파출소에 가서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의외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죠.


사천지역은 전반적으로 매운 음식을 선호합니다.

중국전역으로 보자면 매운 음식을 먹는 지역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유난히 중국 남방인 상해, 소주, 항주 뭐 이런 잘 알려진 도시에서 매운 음식을 안 먹으니 중국음식은 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내륙의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은 매운 음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같은 매운맛이라도 조금씩 다른 매운맛기에 좀 설명을 곁들어봅니다.


사천지역은 마라(麻辣)로 화자오(花椒, 중국 후추)와 라자오(辣椒, 고추)로 매운맛을 냅니다. 요새 우리에게도 익숙한 훠궈, 마라탕, 마라샹궈 등등이 있죠. 호남지역은 샹차이(湘菜)라고 불리는 음식인데 아주 강렬하면서 매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 지역도 이런저런 재료로 지역 특색의 매운맛을 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매웠던 맛은 강서지역의 음식입니다. 사천의 매운맛은 이미 그 색깔부터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들어가는데, 강서지역 음식은 그냥 고추가 들어갔구나 하면서 우리에겐 익숙하지 하고 맛을 보지만, 암튼 엄청 매웠습니다. 그래서 더 인상이 깊은지도 모르죠.


다들 아시다시피 매운맛은 5가지의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에 들어가지 않죠?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고통(통감)'이라고 하니...

그래도 그 매운맛이 없으면 '살맛'이 안나는 사람들 많이 있습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안 먹는 상하이 사람들이 매운맛으로 유명한 사천지역을 방문했으니, 앞으로도 먹거리에 대한 걱정은 계속 이어집니다. 윗 사진의 물고기탕은 매운 거 절대 넣지 말고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한 음식인데... 역시나 매운맛이 안들어가니 맛이 별로더군요.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새 저녁 장이 열려있었습니다.

각종 과일과 먹거리들을 들고 나와 노점을 열고 있는데, 오랜만에 도심에선 보기 어려운 이런 풍경을 보니 꽤 정겨웠습니다. 이 쪽 지역이 체리로 유명한 지역이라 여기저기 체리를 팔고 있더군요. 저희도 한 무더기 구매(한 근 500g에 26위안)를 하고 다시 건넜던 다리를 넘어와 산책을 이어 갔습니다. 강을 따라서 도로 정비를 잘해놨더군요. 강바람을 맞으며 저녁 산책하는 지역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곳곳에 생활용품을 파는 노점들도 있고요. 좀 넓은 공간엔 여지없이 열심히 춤을 추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녁쯤 개설되는 가판대와 생활잡동 물품을 파는 모습. 살다 보면 꼭 필요하지만 요샌 인터넷 외엔 파는 곳을 찾기 힘들죠.
저녁 무렵 열심히 광장에 모여 춤을 추시는 지역인들 모습


음식 소화도 시킬 겸 한참을 걸어 이곳저곳 누비고 다녔는데요.

주거지 쪽 골목을 들어가 보니 잘 정비된 농구장에서 지역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노인들이 모여서 게이트볼을 하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여러 공공시설들이 잘 정비되어 있어 조금 놀랐습니다. 어떤 건물은 꽤 이국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흔히 볼 수 없는 건축물 모습에 유심히 쳐다보기도 하고... 집떠나면 모든것이 신기해 보입니다.

여행자의 여유라고 할까요?


그렇게 지역탐색도 마치고 내일 일정을 위해서 구매한 체리 봉지를 들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지역 산책중의 주변 풍경과 체리를 들고 복귀하는 필자의 뒷모습





최근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바로 옆 건물에 주차를 하라고 하던데요. 그곳은 건물이 짓다 만 골조만 형성되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전체 규모가 꽤 커 보이던데, 아마도 여러 개발을 진행하다가 최근 경기침체로 사업을 접은 모양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지방도시에서 더욱 많이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산책 중에 관찰한 지역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아 보였고, 퇴직 후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라 여겨졌습니다.

아내는 우리도 퇴직 후엔 지방도시를 돌아가면서 여유 있게 살면 어떨까라며 물어보더군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별 답변을 하진 않았습니다.

인구 대국이라고 많은 인구를 걱정하던 중국이 인구소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중국전역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 곳이죠. 여기저기서 유치원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합니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노령화 문제도 점차 농도가 짙어지고 있죠. 우리와 고민하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지방의 작은 도시를 거닐면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걸어 8시가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밖은 아직 낮처럼 환해 있더군요. 덕분에 주변의 더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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