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룬의 '진화의 힘' 2024년 강연
토요일 오후.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위챗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무슨 선거포스터 같은 이미지를 여러 명이서 올리더군요. 이게 뭔가 싶어서 들어다 봤더니 무슨 강연을 하는 모양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방영을 한다고 나와있더군요.
그런데 우선 이 포스터가 넘 맘에 안 들었습니다.
AI로 수정(요새 너무 많이 나와서 그 느낌을 다들 아실 듯)한 듯한 느낌에 일본이나 대만에서 볼 법한 선거포스터의 어색한 모습. 요새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도 잘 만들던데요. 암튼 너무 촌스러웠습니다.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이전엔 관심도 없었고, 생긴 것도 호감형이 아닌(이러면 안 되는데....) 뭐 첫 느낌이 그러했는데, 오후에 좀 쉬려고 했던 터라 이게 뭔가 하고 눌러서 온라인 강연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부터 거의 끝나는 시간까지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리우룬(刘润 liu run). 1976년 생으로 중국의 유명 경영컨설턴트이자 작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전략 파트너십 이사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더군요. 현재는 매우 영향력 있는 강연자로 알려졌으며, 2021년에 시작된 '진화의 힘(进化的力量)' 연례 강연 시리즈는 매해마다 영향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야 제 안테나에 잡힌 모양입니다.
'진화의 힘(进化的力量)'은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데, 중국 비즈니스와 기술, 사회적 변화에 대한 통찰과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죠. 주로 기업 리더들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다룹니다.
이 연례 강연의 수익 구조는 주로 티켓판매, 기업 후원, 그리고 강연 후 진행하는 워크숍으로 구성되는데 이 분이 창업한 '润米咨询'이라는 자문회사를 통해 많은 수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진화의 힘' 현장 강연에 참여하는데 최소 1180위안(2023년 기준)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대체 얼마나 벌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공개된 자료는 아직 없는 모양입니다. 점차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분명 엄청난 수입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21년에 시작했다고 해서 코로나 시기엔 어떻게 운영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이 시기에 중국의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그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었다고 보입니다.
강연뿐 아닌 책들도 쓰고 있는데 주요 저서로는 '5分钟商学院(5분 상업 학교)', '互联网+(인터넷+)’, '商业洞察力'등이 있습니다.
이 분이 강연한 2024년 '진화의 힘(进化的力量)'강연을 들으면서 제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정리를 해보자면.
먼저, PT를 정말 잘합니다.
제가 이 분처럼 중국어를 못해서 부러워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저도 한 PT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분의 PT가 매우 정교하게 준비되고 설계되었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수익규모가 품질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 어떻게 4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쉬지 않고 혼자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단 말 밖에 안 나옵니다.
두 번째로는 연구를 많이 한 듯 싶었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들이 저를 사로잡게 된 이유는 그 내용들이 평소 제가 관심 갖고 나름 분석과 정리를 하고 있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이죠. 저도 중국 고객들에게 이러한 내용들을 주로 말하는데, 중국에 이미 이런 유명 컨설턴트의 영향이 많이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 저 또한 소통의 방법에 있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중국의 한 해 변화를 엿보면서 비즈니스 전반의 통찰적 사고를 전달하는 그런 내용들이죠. 실제 만나 본 수많은 기업가들의 예를 들면서 최근 중국의 발전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외국인인 제가 봤을 땐 지금 중국의 현재 기업가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이더군요.
세 번째로는 너무 일본의 예를 많이 든다는 것.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이 분의 많은 통찰적 사고가 일본 학자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의 개인적인 인맥과 연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언급하는 학자들과 사회현상 많은 부분이 일본 소비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저도 일본 학자들 책, 경영자들 책 종종 봐왔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의 소비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일본을 따라잡거나 앞서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 이상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들이 많지 않게 된 상황이죠. 적어도 현재 소비문화 쪽에서만 보면요.
최근 한강님이 노벨문확상을 받으면서 한국의 소프트웨어의 파워가 이미 정점에 오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꽤 오랫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왜 중국의 지식인들은 아직도 일본을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이라는 '소국'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인가요? 하지만, 많은 중국의 MZ세대들은 이미 한국문화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으며 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학자들이 이젠 한국을 더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번째로는 중국의 강연시장은 점차 커질 것이다라는 점.
정말 이 나라는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규모도 크죠. 이 강연만 하더라도 하루 4시간 벌어들인 수입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궁금한데 데이터가 안 나옵니다. 무척 많을 것입니다.
이 분의 이야기들 듣다 보니 적어도 한국에서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은 꽤나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내용 중에 제가 익히 알고 있고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많이들 아는 내용들에 경외와 감탄의 표정을 짓는 중국 기업가들의 표정을 보다 보니, 이 분들은 뭘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저의 관점으로는 이것도 비율의 문제이겠지만, 대다수의 기업인들은 체계적인 비즈니스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도 무릎을 치면서 공감하는 거겠죠. 바로 이 시점이 강연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겠죠.
배움의 욕구는 강할 것입니다. 과거와 다른 비즈니스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도전해야 살아남은 점차 격렬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성장은 주춤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하에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의 전략은 이제 먹히질 않죠. 좀 더 세상을 바라다봐야 할 것입니다. '대중'의 흐름을 보고 '소중'의 취향을 이해해야 하는 시기이고, 게다가 기후변화와 기술의 변화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이 분이 강연을 마치면서 내년 이맘때 다시 보자고 합니다.
이 말을 듣다 보니 우리나라의 '트렌드코리아'가 생각나더군요.
저도 꽤나 열심히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매년 한 해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다음 연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의 작품이죠. 이 분들도 이런 비즈니스로 많은 발전을 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 말장난이란 이야기들도 하고요. 그렇다고 이분들의 연구와 노력에 비난을 하면 안 되죠. 수많은 관점들에서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결정하면 되니깐요.
참고로 내년 2025년 트렌드코리아의 슬로건은 'SNAKE SENSE'라고 합니다.
매년 말 만드는데 얼마나 힘들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근데 바로 이 '리우룬'이라는 분이 중국의 김난도교수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지금 진행사항과 '진화의 힘' 발표 후 여러 인터넷상에서의 퍼 나르기 등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과연 김난도 교수팀도 이 분 만큼의 수익을 거둘까요? 궁금해 집니다.
결과적으로 저도 배운 게 많이 있습니다.
리우룬의 통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고요. 이 분의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러모로 우연찮게 들어본 강연이었지만 또 하나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비호감 이미지에서 조금은 호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절대 사람은 외모로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파이팅 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