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쏟기 Oct 13. 2024

한강이 쏘아 올린 작은 공

한강 신드롬을 접하면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식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흥분감은 각종 기사와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일 한강 관련 기사들이 많이도 나오고 있네요.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주제넘으면서 생소한 브런치 '작가'라는 칭호를 주시는데 듣기 싫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한 힘을 발휘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글을 엮어서 책도 내어봐야지 하는 '희망'도 품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대한민국의 글 쓰는 사람들을 너무 우습게 봤던 모양입니다. 

한강님의 인터뷰들을 보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써 내려가며 글과 함께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 이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혼자 읊조리게 되네요.

모든 글 쓰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아무리 영상과 이미지가 판치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글이 주는, 문장이 주는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글은 대상을 상상하게 만드니깐요. 즉 우리의 뇌가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기에 들인 에너지만큼의 강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거죠. 그냥 멍하니 쳐다보는 영상 하고는 다르다고 합니다. 

어쨌든 글은 역시나 중요한 영역인데 이번 대한민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다른 의미에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듯싶습니다. 동양을, 대한민국을 평가할 때 이제는 무시 못하는 문화파워를 지녔다는 외부로부터의 시선과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우리 것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곳 세계화가 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겨납니다. 


이렇듯 문화강국을 그토록 원했던 김구선생님의 간절한 바람이 진정으로 실현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 한강이 택시에서 듣다가 마지막 구절에 눈물을 흘렸다는 인터뷰 영상을 봤습니다. 이 인터뷰가 다시 조명되면서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라는 음악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하네요. 저도 들어봤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가사도 음미해 봤죠.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한강님은 대한민국의 일반인들은 물론이겠거니와 전 세계의 먹물 좀 먹었다는 분들은 더더욱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붓이 칼보다 강하다'는 '한강의 기적'등 별의별 수식어들이 다 갖다 붙는 형국이네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이런 현상이 못 마땅하다면서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며칠 만에 한강님의 책이 한국에서 30만 부가 팔렸다는 데에 한국인들 문제다 어쩐다 말들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는데, 이게 뭐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이니 뭐니 흔히 하는 말들이니깐요.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를 보려면 좀 더 냉철하게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첫 노벨문학상이잖아요. 

더구나 한강님의 수상은 많은 이들이 예상을 못했었죠. 그리고 수상은 많이 하셨지만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많은 분들이 아는 분이라고 하기도 어렵죠. 하루키 책은 책 좀 본다는 분들은 한두 권 책장에 꽂혀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한강님은 꽤 낯선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분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관심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뭘 어떻게 썼길래 노벨문학상이야? 뭐 이런 관심들이 더 맞지 않을까요? 앞으로 수많은 비평들이 쏟아져 나올 듯싶습니다. 이제 시작인 게죠. 또 이렇게 대한민국의 문단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노벨문학상을 번역본이 아닌 원본을 읽는 이 상황. 저 또한 당장 달려가서 책을 사고 싶지만, 여긴 중국이라. 중국서점에서 책을 사서 번역본을 볼까 했다가도, 원본이 한글인데 어려운 중국어 사봤자 잘 볼 거 같지도 않고. 오늘도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저도 노벨상 수상소식을 알게 된 다음날 유일하게 한 권 있었던 '채식주의자'책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사서 읽었는데,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이 나지도 않더군요. 다시 읽었는데.... 그래도 어렵더군요. 어쨌든 단숨에 읽어내려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전 중에 책을 읽어내었습니다.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게 뭘까? 어려웠습니다. 너무나도 서사적 글에 익숙해져 있고, 솔직히 최근 문학책이라곤 읽어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죠. 반성하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냥 이 책으로는 노벨문학상감이라고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책을 보려고 구독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를 들여다봤는데, 여긴 작가님의 책들이 올라와 있지 않네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한강님의 소식은 그냥 단순히 대단한 상을 수상했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대단한 성과라고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문화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여태껏 조금씩 그 저력을 보여줬던 영화, 음악, 스포츠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져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저력을 확장해 온 K컬처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이 계시고 이들이 한국의 문화를 옮겨내고 있는 거죠. 모든 것은 이렇게 지속적인 연결과정을 거쳐서 결과가 나오기에 한강님의 수상을 단순히 한강님 개인의 성과로만 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분의 표정과 말투.

'차분함'과 '사려 깊음'이 느껴집니다. 

문장하나, 단어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을 거 같더군요.

그래서 이 분의 문장을 두고서 '시적산문'이라는 표현을 하는 모양입니다. 

잘 안 읽혔던 그리고 유일하게 한 권 있는 (중국에서는 책 구하기도 힘듭니다.) '채식주의자'는 빨리 읽는 게 아니라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저도 언제부터인가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을 제대로 배운 적도 잘 쓰는 게 어떤 글인지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글의 형식과 기교보다는 그냥 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 쓰면서 생각하기도 합니다. 제 삶의 기록이기도 하겠고, 어쩌면 제 자신을 위안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죠. 


이렇게 글 쓰는 저도 한강님의 수상소식은 벅차오르는 감격이고 너무 기쁩니다.

같은 '작가'이기에 더 그런가요? ㅎㅎㅎ

'브런치 작가'가 저의 부캐를 하나 만들어 줬기에 이참에 저 역시 열심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누가 아나요? 혹시나.............


이렇게 '한강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저뿐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희망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타국에서 생활하지만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에 박수를 드리며, 저 또한 이곳에서 제가 무엇을 해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지 조금 더 노력을 해야겠네요. 


글 이미지로 한강의 불꽃축제 이미지를 사용해 봤습니다. 

뭔가 중의적 의미를 갖고자........


저와 같은 무명의 '작가'들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加油~! “


오늘도 좋은 하루들 되세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편한 진실의 불편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