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늦은 퇴근,
습관처럼 PC를 켜고 유튜브를 틀었습니다. 사무실에서 듣던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를 이어서 듣기 위해서였죠. 약 50여 명의 군장성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있었습니다.
영상을 틀기 전 옆에 올라온 영상은 한강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라이브 방송이 나오더군요.
모두 보고픈 욕심에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를 하나 더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동시에 두 개의 화면을 틀어놓고 시선을 오가며 야심한 시간에 영상에 귀 기울어고 있었죠.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큰 경사를 맞이하는 이 순간에 다른 한 곳에서는 또 한 번의 치욕의 역사의 현장이 보이고 있으니 말이죠. 하루 전이었나 한강님의 노벨상 인터뷰를 잠시 보았었습니다. 작가답게 아주 멋진 말을 하시더군요. 본인이 계엄에 대해 공부해서 소설을 썼는데 2024년에 이렇게 현실이 되어 마음이 매우 무거웠을 겁니다.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우리는 잊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많은 폭력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들이 흘러 잊히려던 순간에 다시금 폭력으로 얼룰질뻔한 사건이 터진 거죠.
어디선가 이런 문구를 본 듯합니다.
아마도 지금 이 시간에도 추운 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하는 어리고 젊은 청년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 거짓말 같은 상황은 분명 일어났고, 우리 스스로 이 숙제를 풀어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겠죠.
얼마 전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서울의 봄'은 꽤 많은 분들이 관람을 하셨습니다. 과거 계엄을 경험했던 분들은 과거의 끔찍했던 사건을 상기시키게 되었고, 청년들은 계엄의 과정과 무서움을 간접체험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올라오는 분노를 느끼며 다시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들을 가졌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이 거리에 나온 젊은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이렇게 '학습'된 계엄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가 겪었던 과거가 지금 이 어처구니없는 계엄을 막아내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 어떤 교과서보다도 교훈적인 민주주의 학습을 우리는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행동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겠죠. 이렇게만 본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이 국면의 어려움을 이기고 나면 분명 더욱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분명 그러해야겠고요. 너무나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하이에서도 시국선언문이 작성되었습니다.
이곳의 교민지에 저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정리되어도 그동안 그러했듯이 그렇게 정권이 바뀌고 그러고 얼마 지나면 또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금방 잊어버리고 보수당을 찍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진보, 보수....
누가 진보이고 누가 보수일까요?
그리고 진보가 되면 보수가 되면 안 되는 걸까요? 그렇게 좌우의 날개로 새가 날아가듯이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일 텐데요. 민주주의는 그렇게 대립되고 논쟁하면서 시끄럽게 맞춰가면서 나아가는 건데요.
중국인들은 한국의 정치를 보면서 혼란스럽다고만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가장 힘든 직업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일당으로 끌고 가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죠.
이번 '친위쿠데타'라는 익숙지 않은 용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문화혁명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땐 이 문화혁명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결국 '친위쿠데타'라는 이 용어하나로 정리가 되네요. 정권을 잡은 자가 더 많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입니다. 그 결말은 여러분들이 잘 아는 그런 모습이었죠. 문화혁명을 비판했는데 그렇게 중국은 퇴보했었는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은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 또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남기고 잘 정리가 될 것입니다.
다시금 대한민국의 위상을 되찾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저력으로 더 굳건한 문화적 힘을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혼란이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앞으로의 정치인들은 더 많은 감시와 비판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사회가 성숙해 나가겠죠.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면서도 예상 못하는 전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네요. 적어도 지금은 걱정보다는 재미가 더 맞을 듯싶습니다. 그렇게 되길 기원하기도 하고요.
나라밖에서 지켜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