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지금 당장이 아닌 시점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알에서 닭이 나오고 닭이 알을 낳는데 도대체 뭐가 처음이었는지... 이런 류의 질문에 혼자 답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내가 과학자도 아니고 어떤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기 굉장히 애매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순서란 말 그대로 선이 있고 후가 있는 것일 텐데 어떤 기준에서 선이고 후인지 모르겠다.
사람과의 대화 중에 이견과 다툼이 있을 때 위의 문제만큼이나 원인의 선후를 따지기 굉장히 어렵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방이 先일 것이다. 원인을 나에서 찾는 것이 말만큼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입장을 나눌 기준이 없기에 논리적 판단 기준을 가지기 어렵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로 많은 소요가 있으리라.
자주 쓰고 글에도 여러 번 올린 내용이지만 이럴 땐 "다름"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자 한다.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 위해 그전에 선행된 행동이나 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변환되기 때문에 서로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게 된다. 최초의 원인만 찾고자 노력하면 "틀림"과 "내 입장"만 반복될 것이다. 말 그대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답도 없고 순서도 흐트러지게 되는 것이다.
A : 왜 말을 그렇게 해?
B : 네가 먼저 그렇게 말했잖아!
A : 내가 언제?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식으로 들렸겠지!
B : 그런 식으로 말한 게 너 아냐?
친구, 연인,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위와 같은 말들로 다툼을 겪어 본 적이 있으리라. 나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다툼을 한 적이 많았다. 이해와 화해가 없이 이 상태로 대화가 끝났을 때 연인관계도 결국 끝이 났고, 친구와도 멀어진 적이 있다.
말의 의미는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과정이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 그런데 대화는 청자와 화자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대화인데 "다름"과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틀림"과 "내입장"만 얘기하게 되면 결국 대화는 온데간데없고 그 내용까지 변질되어 버린다.
과학적 접근이 아닌 대인관계에서의 인과관계는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 때론 토론도 필요하고 내 주장을 관철시켜야 할 때도 있고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내 주장을 관철시킬 때 언성을 높이거나 지위를 이용하게 되면 그건 명령이나 아집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물러설 때 피하기 위해 물러서는 것이라면 무관심이나 관계의 끝맺음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사람과 평생 안 볼 것이다"라면 명령하고 무관심하면 되겠다.
그런 게 아니라면 끊임없이 나와 "다름" 그리고 "내가 너라면"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야겠다. 말의 의미는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고 했는데 내가 배려하고 인정하는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이 그렇게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