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JI Apr 30. 2020

독일에서 장보기 (feat. 코로나)

독일에서 프로생활러 되기



요즘 일상생활 중 나름 큰 즐거움을 담당 중인 독일 슈퍼마켓에서 장보기에 대해 써볼까 한다.



무려 코로나 7주 차


그렇다. 우리 회사는 3월 16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 오늘 부로 재택근무 7주 차에 들어섰다. 원래부터 회사는 근무시간의 20%까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태껏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격주에 한번 정도 재택근무를 하곤 했다. 그치만 하루도 아니고 매일 그것도 8시간씩, 사무실 책상도 아닌 내 조그만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첨엔 동료들이랑 장난 삼아 "한 한 달 푹~ 쉬었다가 오자" 했던 농담이 사실을 넘어 이제 두 달 차가 다 되어간다. 물론 "재택근무 = 쉬엄쉬엄 일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여태까지 내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바쁜 평소보다는 보통 5-6시간만 집중해 일하면 되는 미팅 없는 금요일(Meeting-free Friday) 정도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하는 중 휴식을 갖는 것도 셀프, 일하다 잡담 떠는 것도 셀프라 생각보다 일찍 사무실과 동료들이 그리워지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국보다 훨씬 강제적으로 시행 중에 있어,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다 문을 닫고 모든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남은 일이라곤 운동 말곤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게 전부, 업무 시간외에 하는 고민의 8할도 "오늘은 또 뭐 먹지" 되어버린 요즘이다.

  

자연스레 장보기 리스트 작성이 이제 하루 일과가 되었고 슈퍼마켓에 갈 때가 되면 어디 멀리 놀러 가는 사람처럼 좀 설레기도 한다.


동네 마트 REWE 요즘 풍경


독일의 마트도 이렇게 팻말을 붙여, 또 마트 바닥에 거리두기 스티커를 붙여 타인과의 거리를 1.5미터 정도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에서 장보기 어떤 점이 특별하고 재밌을까?


착한 가격


식품 가격을 단순 비교해 봤을 때, 한국에 비해 대부분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꽤 자주 장을 보다 보니 오늘도 부족한 재료만 샀는데, 산 재료에 비하면 20유로도 안 썼으니 성공했다.


REWE 영수증


오늘 산 물건 중 제일 비싼 게 오븐치즈. 친구가 먹어보고 싶대서 샀지 평소에 자주 사는 메뉴는 아니다. 나머지 다소 평범한 식료품 가격을 보면, 애호박, 천도숭아, 양파 250g, 버250g, 참치 캔 등 61센트부터 2.7유로까지 정말 저렴하다.



한국에 비해 특히 저렴한 식료 품목이 있다면 맥주, 육류 그리고 유제품


맥주, 고기, 우유 진열장


역시 맥주의 나라 독일 답게 맥주가 참 싸다. 독일 5년 차인데 아직도 저 수많은 맥주 브랜드들을 다 맛보진 못했다. 일반 병맥주(330ml)가 여섯 병에 5유로가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고기는 부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보통 400g 이 3.5유로 미만이니 4,500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고 삼겹살 같은 경우 마트나 정육점 모두 생고기 500g 기준 4유로 미만에 구매할 수 있다 (맛은 똑같은데 독일에선 인기 부위가 아니므로 더 저렴). 우유 또한 비싸도 대부분 1L 한 팩에 1.15유로를 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보통 1인 기준 일주일치 장을 실컷 봐도 보통 50유로를 넘기기 힘들다. 장도 실컷보고 돈도 아끼는 느낌이라 독일에서 장보기가 더 재미있는 건 아닐까 싶다.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 브랜드


독일의 식료품이 저렴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낮은 부가가치세와 소/도매상의 부재 그리고 치열한 대형 슈퍼마켓 사이의 경쟁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식료품 부가가치세는 10% 인데 반해 독일의 식료품 및 생필품 부가가치세는 7%로 독일의 부가가치세가 약간 더 낮은 편이다 (식료품 및 생필품 외 부가가치세는 19%). 또한, 독일 식료품 산업에선 소/도매상이 거의 없고 모든 거래는 생산자와 대형 슈퍼마켓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도매상의 중간 마진이 생략되면서 가격이 저렴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중소형 슈퍼마켓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주말장터가 있긴 한데 파는 식료품도 제한적이고 가격도 훨씬 비싼 편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에 비교하긴 좀 그렇다. 사실상 대형 슈퍼마켓만 있는 것인데, 그 숫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아무래도 주변 유럽 국가에서 들어온 브랜드들도 있어 그런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브랜드만 해도 위 이미지에 보여이는 8개 정도가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보니 많긴 많다.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이들 간의 가격 경쟁도 심할 수밖에.


Aldi 나 Lidl, Penny, Netto 같은 슈퍼마켓은 Discount Supermarket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더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식료품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채소나 과일의 경우 Aldi 나 Lidl이 Edeka 나 Rewe보다 오히려 더 신선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Penny나 Netto는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싫어하는.. 마트라 설명은 생략하겠다 (마트가 어느 점을 가던지 정돈도 안 돼있고 너무 지저분하다).



냉동식품의 재발견

닥터 오트커 © picture1 alliance / dpa 그리고 이글루 제품 © picture2 obs/iglo Deutschland


독일 생활 5년 차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냉동식품 생각보다 신선하고 맛있어요. 개인적으로 냉동식품에 관해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편견은 1년이 조금 안되어 깨졌다. 우선 직접 먹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눅눅하고 신선하지 못한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고 독일 사람들도 워낙 냉동식품을 자주 먹다 보니 그런 편견은 어느새 사라졌다. 독일 냉동식품은 오븐피자 뿐만 아니라 시금치 퓨레, 강낭콩, 브로콜리, 감자볼(kartoffelknödel), 생선튀김과 같이 본요리에 곁들여 먹기 좋은 재료부터 얼린 딸기나 라즈베리처럼 케익이나 디저트 요리에 유용한 재료까지 백가지가 넘는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독일 음식 레시피 중에는 냉동식품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더해 실제 독일 식품위생법이 꽤 까다롭다고 하니, 큰 걱정 없이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위 사진은 내가 애정 하는 냉동식품 브랜드인 Dr. Oetker와 iglo의 제품. 닥터 오트커는 냉동 피자 외에도 Musli나 제과, 제빵용 제품으로도 유명하고 이글루는 생선, 야채 위주의 냉동식품이 유명하다.




앞으로 몇 주나 더 집콕 생활을 계속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맨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나마 장보는 재미로 지낸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쳐야겠다. 나중에 코로나가 잠잠해져 언젠가 독일로 여행을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디즈니 성 투어도 좋지만 시간 날 때 꼭 마트 투어도 해보시길 :).  





작가의 이전글 잠이 오지 않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