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Mar 23. 2019

16년 차에 상무, 초고속 승진의 비밀

[이형준의 모티브 64]

매출액이 5천억 원이 넘고 직원수는 1,500여 명에 가깝고 이름만 딱 들으면 아는 해당 부분 업계 1위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코칭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50명에 가까운 팀장들을 대상으로 1:1 코칭을 진행하는 큰 사이즈의 프로젝트다.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투자 된다.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실제 진행될 때는 어떻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지. 실무진을 통해 들었지만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듣다 보면 조금씩 자신의 의견이 가미되어 왜곡되는 부분이 생긴다. 그래서 경영진과 실제 코칭을 받게 되는 대상자들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 stheadline


이 분은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분이다. 보통 임원이 되는 데까지 20-2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이 분은 남들보다 최소 5년 이상 빨리 초고속 승진을 한 분이다. 5년 전에 이 회사에서 리더들을 대상으로 코칭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팀장도 아니었던 분이다. 그런 분이 5년 사이에 팀장도 달고, 본부장도 거쳐 상무가 된 것이다.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인지. 


안내를 받은 신임 임원의 방은 조용했다. 아직 회의 중이라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새 책상 위에는 새 노트북 그 옆에 서류와 책이 놓여있고, 의자 뒤로 보이는 책장은 아직 깨끗하다. 왼쪽 뒤에는 회사기로 보이는 깃발이 서있고 그 옆 앞쪽으로 제품 상자가 보인다. 내가 앉아있는 회의 테이블도 새것이다. 가운데에는 작은 가습기가 열심히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는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에 밝게 웃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명함을 교환한 후 임원 승진을 축하드리자 겸손해하며 감사를 표한다. 너무 겸손해하시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본인은 임원 중에 막내이고, 특히 자신의 본부에 자신이 모시던 분들이 구성원으로 있기 때문에 잘난 척하면 안된다고 것이다. 어찌 보면 솔직한 대답에 조금 더 묻고 싶어 졌다. 공감대도 형성할 겸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그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아니 다른 분들은 되기도 힘들다는 임원을 그렇게 빨리 다실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 Workmaniac


지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에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죠. 하지만 그때부터 그런 마음이었어요. 처음부터 치열한 마음으로 일했죠. 아주 독하게 일했어요. 그때 그렇게 일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하는 것이 저에게는 당연한 것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오고 인정받고, 인센티브도 많이 받고. 그런 게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그게 계속되다 보니까 일하는 게 좋아졌고 재미있어 진거에요. 일이 좋아서 일했는데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게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팀장을 시키시더니만 일 년 만에 본부장, 다시 일 년 만에 상무가 된 거예요”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최선을 다하게 했고, 그것이 쌓여 자신을 만들고 결과를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속 승진을 한 것은 요 몇 년 사이라고 한다. 축적의 시간이 느껴졌다. 일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자신이 한 노력에 대해서 그것에 상응하는 노력이 돌아온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임계점이 지나면 그것에 대한 결과가 쏟아져 들어오게 되어있다. 




© Marketing Land


또 다른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기는 부끄럽지만 그렇게 물어보시니 대답을 드리자면 시뮬레이션이요? 저는 고객을 만나러 가기 전에 꼭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처음에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지, 그러면 고객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거죠. 예상되는 몇 가지 대답에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거죠. 그렇게 하고 들어가면 고객은 거의 생각한 대답 안에서 이야기를 해줘요. 그럼 저는 준비한 것이니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거구요. 그렇게 따져보고 가니까 무엇인가 빼놓고 가는 것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준비해서 가니까 그런 점을 고객분들이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 그는 놓치는 것이 없다. 아마도 그가 단단하면서도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이 미리 다 생각해보고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사실 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질문지를 사전 요청받았었다. 아마도 오늘 진행될 내용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봤을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은 질문지에도 없었던 물음인데 마치 여러 번 리허설을 거친 듯 정리된 대답이 나온다. 한 가지만 더 알려달라고 하니 웃으며 눈으로 책상 위의 책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 Reading Agency


“제가 보이는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 답을 많이 찾는 편입니다. 예전에 저 영업 시작할 때는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잘 가르쳐 주셔서 많이 배웠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왠지 부족한 점들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답을 책에서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답이 있을까 했던 것도 잘 찾아보면 다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도 궁금하고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책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가 눈길로 바라보는 책은 요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책이다. 본인이 이끌어야 할 구성원이기도 하고, 자신을 조기 승진시킨 오너의 의중이 그들을 잘 이끌라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용장처럼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공부하면서 자신의 방법을 찾는 섬세하면서도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야기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실제 인터뷰를 들어가려 하자 그는 회사 제품인 드링크제를 까서 자리 앞에 놓아주며 좋은 제품이니 드시면서 시작하자고 한다. 회사 제품에 대한 애정과 홍보가 억지가 아니라 몸에 배어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앞서 말한 내용이 그냥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느껴진다. 이 느낌이 참 기분 좋다. 아마도 이런 느낌은 그의 고객에게도 그의 상사였던 경영진, 오너에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괜히 초고속 승진한 게 아닌 듯싶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된다.   







[이형준의 모티브 64] 16년차에 상무, 초고속 승진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