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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Jul 27. 2019

1등 팀장 vs 10등 팀장

[이형준의 모티브 82]


# 1등 팀장.




웃는 얼굴이 밝다. 이유를 들어보니 회사에서 시상식이 있었는데 '올해의 00인 상'을 받았다고 한다. 회사 최고의 영업팀장으로 뽑힌 것이다. 자신이 그 상을 받은 것도 좋지만 자신이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는데, 팀원 두 명이 자신의 일처럼 같이 우는 모습을 보고 더 감동받았다고 한다.




팀원들이 그렇게 팀장을 따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을 잘 받아내고, 자신들에게는 크게 부담을 안 주고 상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팀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위 상사가 너무 팀원들을 감싸고돈다고 자신을 깰 때도 묵묵히 받아내고 팀원들을 위해서 애쓴 것을 팀원들이 아는 것 같다고 한다.




상은 보통 임원들이 결정하게 되니 그들이 상을 준 이유를 물어보았다. 성과가 제일 좋은 것도 이유겠지만 회사가 주는 상은 꼭 매출이 좋다고 주는 것은 아니란다. 자신은 윗 분이 일을 시키면 제일 먼저 처리한다. 아무래도 일을 내려주는 데 오래 걸리면 답답하다는 것을 자신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내려오면 어느 팀보다 빨리 완수하려고 노력한단다.




원래부터 영업 잘했냐고 물어보자 본인은 원래 영업을 잘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회사에서 처음에는 너무 유하고 느려서 '너는 영업을 잘할 수 없는 놈'이라고 찍히기까지 했었단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되게 노력을 했고, 영업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배웠다고 한다. 자신의 회사에서 잘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업계에서 소문난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거나 소개를 받아서 악착같이 쫓아다니며 배웠다고 한다.




그들은 고객에 맞추어 영업을 하고, 일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평소 일하는 회사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어울리고 같이 운동도 자주 하는데 고객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즐기니 고객도 더 편하고 친구처럼 대한다고 한다. 자신도 이제는 고객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고 편하다고 한다.




팀원 한 명 한 명 어떻게 리드할 것인지 물어보니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분명하게 말한다. 팀 분위기를 살리는 팀원에게는 너 덕분에 팀이 잘 돌아간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낸 이후로 가장 앞장을 선다고 하고, 새로 온 여직원은 상사를 통해서 그 직원이 정말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게 하겠다고 한다. 본인과 같이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 동병상련을 겪은 직원은 워낙 열심히 하니 같이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타고난 영업맨, 열정이 최고인 직원 등 팀원 한 명 한 명을 이야기하는데 애정이 철철 묻어나고 어떻게 그들을 이끌지가 술술 나온다.




본인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계획을 다시 잡으면서 그동안 상 받은 이후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시 희망을 찾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에 나도 함께 감사함을 나누며 시간을 마무리했다.




© Gettyimages





# 10등 팀장




들어오는 표정이 무뚝뚝하다. 뭔가 불편함이 느껴져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별일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팀장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보니 자신은 '팀장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신의 팀은 개인별 역량이 높으니 팀장이 무엇을 하기보다는 그냥 그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자신은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그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리더 중에 잘했던 분은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은 이 회사에 그런 뛰어난 리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본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회사 출신인데 와서 보니 배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현재 성과는 어떤지 물어보니 열 개 팀 중에 10등이다. 하지만 본인은 1등이 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팀원들의 고객사마다 가능한 매출이 얼마이고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방법을 다 세웠다며 본인이 정리해 놓은 페이지를 슬쩍 보여준다. 자신은 팀워크를 좋게 하기 위해서 열 개 팀 중에 비용도 가장 많이 쓰고 있고, 팀원들도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동기부여만 되면 일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진행했던 실습 결과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해주자 자신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유가 그룹코칭을 할 때 회사의 선배 팀장과 같이 했는데 자신은 원하지 않은 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대일로 코칭 할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럿이 같이 할 때부터 자신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그런 이야기를 말을 안한 이유를 물어보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성과향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보니 팀원들이 자신의 계획에 대한 동의와 공감, 이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이 그들이 자기변명이 세고, 일이 잘 안되면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이 걱정된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치며 '네가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무언가 느껴지기에 평소보다 삐딱한 모습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걱정도 되고, 그렇게 이야기해줘 봤자 듣지도 않고, 또 다른 변명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Gettyimages









꼭 일등을 한다고 좋은 팀장이고, 꼴찌를 한다고 부족한 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날은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느낀 날이었다.




1등 팀장은 긍정적이었고, 자신의 팀원들을 아꼈으며, 가지고 있는 것이 부족해도 꾸준히 노력하며 만들어 왔다. 상대방의 도움과 지원에 감사하며 자신을 성장시켜 나갔다.




10등 팀장은 자신은 잘 났는데 조건이 열악하다는 생각이었다. 상황과 환경에 대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한다. 그를 위한 질문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다 보니 대화는 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대답이 아니라 자기변명의 장이 되고 만다.




대화를 마치며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니 일등 팀장은 팀원과 같이 낚시를 가기로 했다고 한다. 비 오는 날 방갈로에 앉아 빗소리도 들으며 아끼는 동료와 이야기를 많이 나눌 거라며 자신이 커피 머신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상황이 상상이 되었다. 괜히 팀원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랜만의 낚시이고 그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가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은 1박2일 동안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하고 올 계획이라고 한다.




다른 팀장은 금요일 저녁에 술 약속이 있어 주말에는 계획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소파에 뻗어있을 것 같다는 대답이다. 시원한 에어컨 켜놓고 그 밑에서 시체놀이할 것 같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두 팀장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한 명은 자신을 계속 쌓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시작은 부족하고 남들보다 뒤떨어졌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만들어가며 하나씩 능력을 쌓아간다는 느낌. 다른 한 명은 가진 것도 많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곳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자신의 것을 소진해가면서 써가는 느낌.




시간이 흘러 10년 후에는 이 둘이 어떤 사람이 될까 상상해 본다. 한 명은 분명 그 조직의 리더가 될 것 같다. 다른 한 명은 글쎄... 잘 모르겠다. 적어도 자신을 만들어가는 인생이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다워 보인다.





© Gettyimages










[이형준의 모티브 82] 1등 팀장 vs 10등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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