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45]
일본 닌텐도의 CEO로서 무너져가던 회사를 부활시킨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원래 HAL연구소라는 프로그램 개발 전문 업체 출신이다. 그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되었을 때 그는 기업을 회생시키라는 책임을 맡으며 대표가 되었다. 말이 대표지 회사의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라 시중 은행을 다니며 꼭 갚겠다고 약속을 하며 다녔다. 그때 그는 은행 관계자들의 태도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고 한다.
어떤 은행은 "힘내세요 대표님”하며 응원을 해주었고, 어떤 은행은 “망할 회사가 뭔 소리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를 기억하고 있던 이와타 사장이 나중에 빚을 모두 청산하고, 닌텐도의 사장으로 영전한 시점에 살펴보니 큰소리치고 윽박지르던 은행들은 예외 없이 다 망했다고 한다. 거품 경제의 은행 통폐합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회사를 살리는 전문 경영인으로 유명한 분이 있다. 엘지생활건강의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P&G 출신인 그는 법정관리 중인 해태제과를 맡아 3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이후 엘지생활건강의 사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코카콜라를 인수해 2분기만에 흑자로 만들었고, 화장품 사업에서도 만년 2위였던 매출과 영업이익 부분에서 1위인 아모레퍼시픽을 제쳤다.
사장으로 취임한 2005년 이후 회사의 시가총액은 44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53분기 연속으로 상승했다. 그에게 이렇게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임직원들 덕분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술, 담배, 골프, 회식, 의전이 없는 5무 경영으로 유명한 그는 언제나 6시에 출근하고 4시에 칼퇴근한다. 주변에서는 그의 수도사같이 절제된 삶의 태도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하고, 평소 직원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배려심 덕에 그의 곁에는 항상 좋은 직원들이 함께 한다.
뛰어난 리더들은 태도를 보고 인재를 판단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캘러허 회장은 기량이나 기술 때문에 인재를 채용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가르치면 되기 때문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그는 언제나 활기차고 도전적인 사람들을 채용했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의 승무원 중에는 치어리더나 고적대원 출신이 많다. GE의 잭 웰치 회장도 리더를 뽑는 기준으로 4E를 강조했는데 활력 Energy, 동기부여 Energize, 결단력 Edge, 실행력 Execute 등, 모두 태도와 관련된 기준이지 뛰어난 지능이나 학벌이 아니다.
여러 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면 개인의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것을 말하더라도 어떤 이는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그 내용이 자신의 현실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를 보는 이가 있다. “그 부분은 저희 현실과 다른데요.” 가끔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에 대해서 교육담당자에게 회사에서 어떤 수준의 성과를 내는지 물어본다. 일반적으로는 그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성과도 부정적이다.
하늘에서 운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린다고 해도 나 라는 그릇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받아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운이든 지식이든 무언가 나에게 다가올 때, 등을 지고 있으면 받아내기보다는 튕겨내기가 쉽다. '나는 다 알아' 하는 자만과 오만, 거만한 자세보다는 그 내용의 속에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거나,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왜 비슷한 환경에서도 누구는 꽃을 피우고, 누구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지 궁금한 때가 있었다. 씨앗의 문제, 재능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관찰해보니 핵심은 그 씨앗들에게 주어지는 영양분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마스터리의 법칙’ 작가인 로버트 그린이 이야기 한 것처럼 '자신의 활동이 꽃 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능의 부족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