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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Sep 28. 2019

백종원이 다르게 보인 이유

[이형준의 모티브 91]


슈가보이, 방송 천재 백종원을 유심히 보기 시작한 것은 TV에서 유명해지기 훨씬 전이다. 어렸을 때부터 살던 곳이 논현동이라 영동시장의 한신포차를 알게 되고, 그 이후로 쌈밥집, 새마을 식당, 홍콩반점, 성성식당, 빽다방 등 한 골목을 중심으로 백종원의 가게가 어떻게 생겨나고 없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




가게가 생기는 것을 안다고 그 가게의 사장까지 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새마을 식당에 붙어 있었던 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다. 그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다. "식당에서는 매일 같이 문제가 생기는 데 자신은 이를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제라고 보는 순간 해결 능력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을 기회라고 보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너무 많은 음식점이 있어 성공하기 힘들다는 요식업의 문제를 한 가지 특별한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고, 가게에 매여 다른 것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는 근처 상권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기회로 보았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진 백종원이 그때부터 남다르게 보였고, 이후로 백종원이 나오게 되면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고정관념에 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그중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 새마을식당




홍콩반점에 가면 짬뽕과 탕수육도 맛있었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얇은 단무지였다. 평소 짬뽕이나 짜장면을 먹게 되면 단무지를 반쯤 먹고 올려놓은 단무지가 몇 개나 된 것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너무 많이 단무지를 먹는 것을 줄이고, 손님들도 한입에 하나씩 먹도록 단무지를 아주 얇게 썰어놓은 것이다. 평소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관찰하거나, 주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발상이다. 아직도 그 정도 얇은 단무지를 주는 곳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




얇게 써는 것이 가능한 것은 대패삼겹살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백종원의 히트 상품으로 유명한 것이 한신포차의 닭발, 쌈밥집인 본가의 우삼겹이 대표적이다. 백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삼겹살 고기를 써는 기계를 사 왔는데 싼 것을 사려다 보니 햄 써는 기계를 잘못 사 왔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를 썰면 너무 얇게 썰려서 고기가 말려서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걸 한 장씩 펴서 줬는데 이것도 한 일이라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손님이 "대패처럼 얇은 고기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그냥 우삼겹을 대패 삼겹살로 불렀다고 한다. 이 역시 문제를 기회로 보았기에 이런 대표 상품이 나온 것이다.



© blog.daum.net/limsumin




백종원 대표가 사업을 키워가던 2000년대 외식 시장을 기억해보면 전체적인 추세는 고급화, 글로벌화였다. TGIF, 아웃백스테이크, 베니건스, 마르쉐... 주차장이 구비된 대형 레스토랑에서 세트 요리가 몇 만 원씩 하고, 생일을 하면 종업원들이 와서 축하를 해주고, 평소에 먹어보기 힘든 스테이크나 외국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남들은 이렇게 멋지고 화려하게 비즈니스를 키워나갈 때 백 대표는 싸고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확장해 나갔다.




한신포차는 밤새 저렴한 비용으로 마실 수 있는 핫플레이스였고, 쌈밥집은 괜찮은 가격에 다양한 쌈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밥집이었다. 새마을 식당은 대한민국 대표 회식 메뉴인 삼겹살과 목살을 먹고, 짜글짜글한 김치찌개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저녁에 달렸다면 다음날 홍콩 반점에 가서 짬뽕으로 해장하면 됐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겉모양만 그럴싸하고 입에는 잘 안 맞는 식당은 점점 안 가게 되고, 가성비 좋고 입에도 잘 맞는 백종원 식당은 점점 더 잘되어 나갔다.




백종원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고, 혼자만 아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살피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들은 이야기로는 새마을 식당이나 홍콩반점이 활기차고 잘 돌아가는 이유가 거기서 일 하는 사람들이 점장이 되어 나간다고 한다. 자신이 앞으로 새로 생기는 가게의 점장이 되어 나갈 수 있으니 지금 일할 때 조금이라도 더 잘 배워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잘 관리했기 때문에 그 프랜차이즈가 성공했다고 한다.



© 홍콩반점




"잘 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라고 이야기하는 데 그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관점 perspectiv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관점은 오랜 시간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잘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신선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문제가 다른 사람, 상황 등 바깥의 문제라고 느껴질 때는, 안쪽도 바라보고 성찰 introspect 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은 때는 다른 방향에서도 문제를 바라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그 상황의 어렵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보다 가능하고 긍정적인 기회가 되는 부분을 찾고 그쪽으로 실천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을 맛있게 요리하려는 사람들의 관점이다.



© quora.com





[이형준의 모티브 91] 백종원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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