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7]
평창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전. 우리나라 선수가 넘어지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순간 다른 선수가 터치를 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 바퀴이상 떨어진 우리나라 선수는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지도 않는다. 점점 따라잡고 있다는 캐스터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리고, 다른 선수를 밀어주며 3위, 2위를 거쳐 최종 1위로 들어온다. 넘어졌다가 따라왔는데도 올림픽 신기록이다. 정말로 놀랍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렇게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탁월함의 일상성 The Mundanity of Excellence'을 주장하는 다니엘 챔블리스 Daniel F. Chambliss는 인간의 업적이 사실은 평범해 보이는 무수한 개별요소의 합이라고 말한다. 스케이트를 탄다고 하면 발의 움직임, 호흡, 몸의 위치, 손의 리듬, 코너링 등 스케이팅에 영향을 미치는 수 많은 일상적인 요소들의 완성도가 모여서 탁월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남보다 우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릿 Grit'의 저자인 앤젤라 더크워스 Angela Duckworth 박사는 재능과 노력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기술이고 (재능x노력=기술), 기술과 노력의 작용으로 나온 것이 성취이므로 (기술x노력=성취), 성취를 이루는 데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이 곱절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재능x노력²=성취)
이는 재능이 두 배라도 노력을 절반 밖에 안 들인다면 보통 수준의 성취가 나온다는 이야기고, 노력하지 않으면 재능은 발휘되지 않는 잠재력에 불과 하다는 소리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캐서린 콕스 Catharine Cox 교수는 위인과 일반인을 확실히 구분하는 지표를 발표했다. 콕스 교수는 업적을 남긴 위인 301명의 전기傳記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을 해보니 그들은 일반인에 비해 1) 장기적이고 확고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정도'가 뛰어났으며, 2) 단순한 변덕으로 과제를 '포기하지 않았고', 3) 한번 결정한 사항은 조용히 밀고나가는 ‘결단력'이 있었으며, 4) 장애물 앞에서 과업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 집요함, 완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전할 주제를 찾고 끈기있게 노력할 수 있을까?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베리 스워츠 Barry Schwartz 교수가 소개하는 방법은 이렇다.
관심사는 외부 세계와의 상호 작용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 성찰 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관련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관심사는 점점 더 커진다.
주도적으로 관심사를 발전시켜야 한다. 탁월한 수준까지 가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 시켜서 하게 되면 동기는 점점 떨어진다. 처음에 관심이 생긴 후에도 계속 그 일을 주도적으로 경험하고 만족함으로써 흥미를 느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데 도움이 된다.
본인에게 열정이 느껴지는 목표라면 평생 노력할 마음으로 길게 봐야 한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진가를 바로 알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자신의 열정도 그 목표가 주는 가치도 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열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평생 심화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관심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가 있을 때 더 깊어진다. 부모나 선생님, 코치나 친구들로부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인정을 받으면, 해당 역량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어렸을 때 부터 운동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학교나 작은 대회에서 승리하면서 느끼게 된 만족감이 더 큰 도전을 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동영상을 찾아보니 우리 선수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 큰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승리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기술과 체력 등 승리에 필요한 요소 하나 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이다.
금메달을 따는 선수는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평범한 하루의 노력, 목표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린 열정, 그러한 과정에서 배운 평범한 기술들이 모여 금메달을 목에 걸어준 것이다. 탁월함은 그렇게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