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77]
“아직도 안 됐어요?”, “그거 그냥 제가 할게요.”
성격이 급한 리더일수록 속도가 곧 성과라고 믿는다. 눈앞의 답답함을 못 참는다. 결정은 빠르고, 실행도 빠르다. 팀원보다 훨씬 많이 알고, 훨씬 능숙하게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직접 나선다. 일을 넘겼다가 더 답답해질까 봐, 기다리다가 결과가 틀어질까 봐, 결국 다시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한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일이 빨라질 수는 있어도, 팀은 자라지 않는다. 팀장은 일 잘하는 팀원이 되고, 팀원은 여전히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그 안에서 피곤해지는 건 결국 리더 자신이다.
▷ 기다리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사실 기다림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훈련이 필요한 능력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다릴 수 있으려면 ‘불안’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이 이걸 못 하면 어떡하지?” “일이 틀어지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 마음속 불안이 기다림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그 불안은, 때때로 완벽주의나 통제욕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은 내 안의 ‘불안감 회피’가 더 큰 이유일 수 있다. 자신도 기다려본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사람은 변화하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즉, 기다리지 못하는 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안의 오랜 습관이나 신념이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
▷ 기다림은 팀원을 키우는 리더십이다
빠른 리더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내가 했으면 30분이면 되는 걸, 왜 저 친구는 며칠을 해도 이 모양이야.” 그렇다. 팀장은 할 수 있고, 할 줄 안다. 그런데 그걸 계속하면 팀원은 영원히 못 하게 된다. 리더가 나서지 않고 기다려줄 때, 팀원은 스스로 판단하고, 실수하면서 배우고, 책임지게 된다. 그 과정이 없으면, 팀은 늘 ‘리더가 없으면 안 되는 팀’으로 남는다.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 지연이 아니다. 그건 리더가 팀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 그걸 말로 하지 않아도, 기다리는 행동 자체가 신뢰의 언어다.
▷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물론 현실은 바쁘다.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고, 상사는 결과를 기다린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건 이상적인 인내심이 아니라, 전략적 기다림이다. 이럴 때 기다릴 수 있다. 실수가 치명적이지 않은 구간에서는 기다릴 수 있다. 실패가 배움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시점까지는 기다려본다. 데드라인 전까지는 맡기되, 마감일엔 함께 점검할 수 있다.
기다림은 무조건 손 놓는 게 아니다. 타이밍을 보고, 실험하듯 조절해 보는 감각이다. “지금 이건 내가 할 타이밍인가, 아니면 맡길 타이밍인가?” 이 질문만으로도 리더의 행동은 달라진다.
▷ ‘참는 리더’는 고통스러운가? 아니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기다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때론 억울하다. 하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리더가 혼자 성과 내는 사람에서, 함께 성장하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혹시 당신이 그런 중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기다리느라 힘들죠. 그래도 잘하고 계신 거예요. 지금의 불편함은, 진짜 리더로 자라는 증거입니다.”
팀을 믿는 만큼, 나 자신도 믿어야 한다. 빠르게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멀리 가는 길을 선택한 당신, 그 길은 분명히 더 단단하고 오래갈 것이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joon@achievecoaching.co.kr)
#코칭 #비즈니스코칭 #리더십코칭 #세일즈코칭 #팀코칭 #어치브코칭 #팀코칭은어치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