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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Mar 25. 2020

향기의 기억



나는 냄새에 좀 민감하다. 일명 개코다. 인위적인 향이나 좋지 못한 냄새(역한 냄새)를 1도 못 견뎌한다. 또 기가 막히게 냄새를 잘 맡는다. 집에서 우리 식구들은 커피를 직접 내려먹는 편이다. 그래서 직접 핸드그라인더로 커피원두를 갈은 다음, 그 원두가루를 통에 보관해놨다가 사용한다. 그런데 통에 넣을 때 어떤 원두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디카페인 원두도 있어서). 이럴 때는 내가 나선다. 냄새를 맡아보면 이게 어느 통에 들어있던 원두인지 금방 알 수 있어서 실수할 일이 별로 없다.     


# Story 1     


나는 샴푸냄새를 좀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바디클렌저도 마찬가지. 한번은 이랬던 적이 있다.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결국 사귀게 되었다.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쓰던 샴푸냄새가 너무 좋았고, 자기가 쓰던 거랑 너무 향이 비슷해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 사람에게 향기, 냄새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구나 하고 말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향기의 기억은 참 오래가는 것 같다.     


# Story 2     


빨래를 매일매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당히 빨래감이 모이면 2~3일에 한 번씩은 하는 것 같다. 뭐 요즘에 먼지 냄새가 심하게 나는 날은 바로 빨아버릴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철이나 장마철. 세탁기로 빨래 후 건조까지 했는데, 너무 습한 날씨 때문에 잘 말린다고 해도 완전히 마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말 최악의 상태다. 그 꼬릿꼬릿 이상한 냄새(정말 토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너무 싫다.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다시 빨아버린다. 그럴 때면 건조기를 따로 사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 Story 3     


겨울에 패딩을 잘 안 입는다. 물론 코트를 비롯한 다른 걸칠 것에 비해 패딩이 따뜻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젖은 상태의 패딩을 방치해놨을 때(사실 패딩은 빨기도, 세탁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그 쾌쾌하고 이상한 냄새가 싫어서 잘 입지도 않고, 사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펑퍼짐하게 보이는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특히 겨울에 버스나 전철을 타면 어떤 사람들이 입은 패딩에서 맡기 싫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조용히 창문을 연다. 조금만 신경 써서 관리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 Story 4     


향수나 바디스프레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너무 인위적인 향은 싫어하기 때문에 쓰던 향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조말론’ 향수를 좀 선호한다. 그나마 자연에서 가져오는 향이 많기 때문에 너무 인위적이지 않고, 튀지도 않는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래서 한 번 사면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려고 한다.

바디스프레이를 자주 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샤워 후 가끔 한번 씩 기분 내고 싶을 때, 살짝 뿌려주는 정도랄까. 몇 가지 제품을 사용해봤지만, 역시 ‘러쉬’의 Lemon Tree가 나를 가장 끌어당긴다. 그 상큼한 레몬과 라임의 향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내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독자들도 각자가 좋아하는 향이 하나씩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방향제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너무 인위적인 향은 싫기에. 참 내가 생각해도 좀 까다로운 것 같기는 하다. 매일 방향제를 켜놓지는 않지만, 가끔 공기가 답답하거나 음식냄새가 날 때 애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향을 켜놓는다고 하지만, 향냄새는 좀 독한 것 같아서(내가 느끼기에) 방향제를 선택했다. 뭐 향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니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무인양품’의 아로마 디퓨저를 주로 사용한다. 예전에 세일할 때 구매했었다. 에센셜 오일(디퓨저에 들어가는 오일)의 종류도 다양하고, 깔끔하고 심플한 작은 병에 담겨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지금은 Welcome, Homing 두 종류를 사용 중이다. 약간 화하면서도 마음 편안한 기분 좋은 향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말이다.     


# Story 5     


나는 비린내도 싫어한다. 누가 비린내를 좋아하겠냐만은,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생선찌꺼기나 조개껍데기 같이 오래 방치해두면 그야말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음식물쓰레기가 있으면 그날그날 바로 버리는 편이다. 그리고 날 것으로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약간의 비린내와 특유의 잡내 때문에 말이다.      


# Story 6     


내가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고, 끌리는 향은 바로 커피 향인 것 같다. 언제 맡아도 참 좋으니 말이다. 특히 갓 갈아놓은 원두나 막 내린 커피에서 나는 그 그윽하고, 좋은 향기는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주변 뿐 아니라 멀리까지 그 향기로운 향이 퍼질 때면 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아마 커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싶다. 내 생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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