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장의 #퍼실리테이션 적용기 2
퍼실리테이터가 가장 많이 활약할 때는 워크숍 현장이다. 그러면 워크숍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워크숍은 무엇일까? 좋은 워크숍이란 과연 무엇일까?
<워크숍이란?>
워크숍(Workshop)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매우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정기적으로 실행되는 전략 회의나 외부에 나가서 하는 단체 활동, 또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시간도 모두 워크숍이라고 폭넓게 칭해지곤 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람들이 공동의 주제로 모이면 워크숍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에 따라 교육 워크숍, 문제 해결 워크숍, 팀 빌딩 (워크숍), 비전 워크숍, 갈등 해결 워크숍 등으로 세분이 가능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생각, 의견을 공유하여 혼자 또는 특정 분야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집단 지성의 도출 과정에 참여한 개개인들의 높은 참여로 그 결과물이 실제로 잘 구현되는 것을 기대한다. 따라서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고 소통하는 것, 그리고 다양하게 나온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높은 참여를 끌어내는 기술과 도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기술과 도구의 저변에는 소통과 참여를 이루어 내려는 깊은 인간존중의 철학이 깔려 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워크숍을 디자인하고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워크숍을 돕는 전문 인력이 퍼실리테이터다.
이 글에서는 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해 워크숍을 실시하는 일반적인 경우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워크숍의 과정>
본격적으로 워크숍을 시작하기에 앞서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참가자들의 높은 참여를 끌어내는 데 있어 초기 분위기 형성이 약 50%는 차지한다. 이 분위기가 워크숍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생각이다. 퍼실리테이터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 워크숍의 목적이 명확히 공유되어야 한다. 사람은 목적 지향적이다. 참여자들이 왜 모였는지,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어떤 결과물이 기대되는지 알았을 때 참여의 이유와 명분, 본인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한다.
둘째, 모든 참여자가 의견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소통되지 않는 워크숍은 의미가 없다. 소통 없이는 좋은 결과물이 도출될 수도 없다. 소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구나 자기의 생각과 속 마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회의나 워크숍에서 의견이 적은 이유는 “몰라서”, “의견이 없어서” 보다는 “비판이 두려워서”, “기분이 나빠서”가 더 많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한다.
Ice breaking: 참여자들 간의 어색함을 줄이고 에너지를 올린다.
그라운드 룰의 설정
워크숍이 시작될 때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열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각을 묻는 것보다는 경험을 묻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생각에서 경험으로 가는 것을 연역적 접근이라고 한다면 경험에서 생각들을 모아가는 것은 귀납적 접근이다. 연역적 접근을 하게 되면 구체화를 위해 생각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 다시 물어야 한다. 그리고 공통된 의견들을 묶어야 한다. 반대로 구체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하면 공통된 생각이나 패턴들을 발견하기 쉽고 사안을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도 절약된다. 또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때 구성원들은 더 열심히 참여하기 마련이다. “OO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다는 “OO와 관련되어 어떤 경험을 했었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질문은 쉬운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말이나 글보다 그림을 사용한다면 더 꾸밈없고 솔직한 경험과 생각들이 표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표출된 다양한 생각들을 그룹화한 후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 원인들을 선정한다. 그리고 핵심 원인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논의하는데, 이 때 Brainstorming 기법이 많이 활용된다. 그 외에도 상황에 맞는 다양한 도구들을 적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각화다. 시각화는 참여자들이 논의 중 나온 모든 의견을 조회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차트, 전지, 포스트잇, 마커를 통해 시각화하며, 퍼실리 테이터는 효과적인 시각화를 위해 애초에 공간 디자인을 해야 한다.
<워크숍에서의 의사결정>
다양한 해결 방안 중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을 선정하는 것으로 워크숍은 마무리된다. 효과적으로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 도구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투표, 다중투표, 거수, 동의단계자 등의 다양한 도구를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필요에 따라서 두 세 가지 도구를 적용하기도 한다.
한국 성인들에게 “가장 좋은 공동 의사결정 방법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다수결”이라는 답변이 지배적으로 많다. (교육의 폐해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만장일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만장일치는 어렵기 때문에 다수결을 적용한다. 하지만 다수결과 만장일치 사이에는 ‘합의’가 있다. 즉, 워크숍에서는 '합의'를 지향한다.
합의는 주장하는 바의 이유와 내용을 잘 이해할 때 이루어진다. 즉,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리고 결정하는 바에 따르 겠습니다.” 정도가 된다. 수렴을 위한 도구로 투표 방법이 실시되기도 하지만 이는 다수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합의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적용해야 한다.
워크숍은 워크숍마다 특별한 상황이 있고 조직적 분위기가 있다. 과정에 대해서 정말 간략하게 기술했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리고 단계마다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법들은 매우 다양하다. 워크숍은 각 조직적 상황에 맞게 디자인되고 도구 또한 적절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잘된 워크숍>
과연 잘된 워크숍이란 무엇일까? 다음의 세 가지가 잘 되었다면 잘 된 워크숍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기대했던 결과물을 얻었는가?”
결과물이 없는 워크숍은 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다. 기대했던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물로 인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혹은 상황이 나아져야 참여와 수고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혹, 오해가 있을까 하여 덧붙인다. 기대했던 결과물이란 애초 목적했던 방향에 부합한 합의된 결과물을 말한다. 특정 임원이, 또는 기획자나 진행자가 기대했던 결과물을 얻었는가가 아니다. 이는 조작(manipulation)에 해당하며 워크숍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둘째, “충분한 대화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는가?”
이는 워크숍 중간 또는 끝에 참여자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할 말을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느끼는 참여자들은 밝고 웃음이 많다. 소통이 잘 이루어진 결과다. 반대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참여자들의 표정은 어둡다. 무언가 할 말이 남아있는 듯한 표정이다. 결과물은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모두가 노력하였음에도 획기적이거나 참신한 결과물을 얻지 못할 때도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 주최 측 상사와 실무자는 결과물에 대해 다소 실망했지만, 모든 참여자가 그 사안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해당 사안을 가지고 부서 간에 다투는 일이 줄어들었고 후일에 획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여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과정의 정립이라 한다. 워크숍은 충분한 대화의 과정을 통해 이해와 동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만든다.
셋째, “결과물에 대한 적극적인 실행 의지가 고양되었는가?”
실행 의지는 참여 의지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이는 두 번째 요소, 과정의 정립이 잘 이루어진 결과로 따라온다. 워크숍을 하다 보면 처음 워크숍을 시작할 때에는 의지도 없고 기대도 없었던 구성원이 워크숍 끝에는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워크숍을 하는 이유다. 과정이 잘 정립되면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구성원들의 결과물이 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진정으로 참여하고 이를 기꺼이 실행한다.
<워크숍이 잘 되어야만 하는 이유>
관료주의 문화가 강하거나 상명하달이 익숙한 어떤 조직에서 워크숍을 시도할 때에는 무언가 기존과 다른 기대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명하달을 벗어나 직원들의 의견으로 새로운 무엇을 해 보려고 하거나, 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고자 할 경우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서 시작하였음에도 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이유는 조직의 장이 또는 그 상급자가 워크숍의 결과물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급자는 결과물에 대해 평가자의 자세를 취하고 본인이 생각한 기준이나 방향에 맞지 않는 경우, 워크숍의 결과물을 반영하지 않는다.이런 일을 겪은 직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면 왜 워크숍을 하라고 했지?”
이후 워크숍이 열리면 직원들은 ‘어떤 방안이 상사에게 통과될 수 있을까? (어떤 방안이 상사의 입맛에 맞을까?)’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만 논의를 진행하여 상사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소위 '정답'이라고 칭한다.) 그런 결과물이 상사에게 받아들여지고 조직에 반영되면, 이후 조직의 상황은 더 악화된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답정너, 꼰대, 불통과 같은 불만들이 쌓여가지만, 상사는 그 영문을 모른다.
여기에서 여러분은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 있다.
“어떻게 직원들이 가져온 결과물을 무조건 반영하라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겠다.
“그러면 애초에 왜 맡겼습니까?”
워크숍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직원들을 믿고 그 결과물을 무조건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워크숍이 잘 진행되어야 한다. 결과물의 질이 너무 낮다면 반영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면, 워크숍이 잘 진행된다면 질 낮은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다. 문제의 수준에 맞는 참여자들이 선정되고, 워크숍 과정이 잘 설계되고,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합의가 잘 이루어진다면 결과물은 좋을 수밖에 없다.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은 워크숍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전문적인 퍼실리테이터 가 워크숍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다.
조직 문화에 관해서 얘기할 때, 소통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소통의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다. 요즘 세대는 소통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 과거 세대처럼 그냥 참고 지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시대적으로도 소통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고객과의 소통, 부서 간의 소통, 직원 간의 소통 없이는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가 없다.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교육, 캠페인 등을 시도한다. 워크숍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방법의 하나다. 그런데 워크숍의 결과가 반영되지 않거나, 워크숍 결과물의 질이 터무니없이 낮을 때, 조직과 구성원들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워크숍도 별수 없구나’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워크숍을 할 때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워크숍을 통해 진정한 참여, 소통, 반영을 경험하는 것은 조직문화 변화의 시초가 된다. 나아가 사내에 숙련된 퍼실리테이터들이 양성되었을 때 소통과 반영의 조직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