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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fruit Nov 13. 2024

홍콩살이 7

국제학교 Camp와 Bullying에 대한 대처. 그리고 한국 학교

어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 보건실 교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아들 입술 아래와 잇몸이 터져 피가 났다고 한다. 친구에게 맞았단다. 보건 교사는 치료를 하고 바로 가해학생의 담임선생님과 우리 아들의 담임선생님, 그리고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난 학기에 아들 팔을 할퀴어 피가 나게 했던 그 아이다. 아내에게 간단한 자초지종을 물은 뒤 바로 교장 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을 포함해 진상 조사와 대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학교에서는 즉각적으로 답장이 왔다. 가해 학생의 담임선생님이 상황을 파악한 결과 그 학생이 의도적으로 우리 아들을 때렸음을 알았다. 가해학생의 부모에게도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며 반복적인 일이었음을 알리며 지난 학기에 보냈었던 메일 또한 포함시켰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로,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반복적인 일이었음을 분명하게 알려달라.

둘째로, 가해학생 부모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알려달라.

셋째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경우 학교 측에서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알려달라. 


처음에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이 두리뭉실한 답이 왔다. 그래서 재차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고, 이어서 모든 조치를 취했음을 알려왔다. 부모에게 반복적인 일이었음을 알렸고, 가해학생은 스쿨버스에서 지정석에 앉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계속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할 것을 약속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아침 스쿨버스를 타는 곳에 와서 아내와 아들에게 사과를 했다. 모든 대화는 교장선생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메일에는 항상 교장, 교감, 담임 및 관계자가 다 포함되었다. 교장선생님은 나의 메일에 1일 이내로 답변을 주곤 했다.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의 즉각적인 조치와 대응, 그리고 아들에게 확인한 결과 가해 학생이 더 이상 가까지 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직접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취해진 조치와 서로의 이해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면담 시 교장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현실적으로 괴롭힘은 어느 학교에나 있습니다.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한 학생도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워야 하고 부모님의 아들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지금은 안전을 위해 두 학생을 떨어뜨려 놓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에게 요청하실 사항이 있으실까요?"


나는 지난 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 지난 사건 때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방학식 날이었어서 회신을 받지 못했었다. 그리고 방학이 지나고 담임선생님도 바뀌었기에 그냥 넘어갔었다. 당시 이메일은 담임 선생님에게만 보냈었다. - 더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표했고, 교장선생님은 그 선생님과 확인할 것을 약속했다. 


약 1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서로 메일이 오갔고, 마지막으로 면담을 했다. 교장 선생님이 전면에 나서 모든 소통을 했다. 진상 조사는 각 담임선생님들이 했고, 스쿨버스 지정석 조치는 교감선생님이 했다. 초반 감정이 오를 대로 오른 내 입장에서는 학교의 대처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학교는 이성적이고 중립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고, 본 사건에 대한 책임은 교장이 직접 지며 교사를 보호했다. 대책 위원회를 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우리 아이도 배워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교장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고 있던 기간 중, 딸은 학교에서 3박 4일의 캠프를 다녀왔다. 홍콩의 사이쿵이라는 지역의 캠프로 가서 3박 4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다. 산을 오르고, 바위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고, 카약을 하고 텐트에서도 하루를 자고. 사진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제법 높은 데서 뛰어내리고,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통나무 빔을 건넜다. 밧줄을 잡고 차례차례 산을 오르는 사진부터, 바비큐와 식사 장면까지. 딸은 중식, 홍콩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2박 3일 캠프를 갔었는데,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서 거의 굶었다며 볼이 핼쑥해져서 돌아왔었다. 이번 캠프에 가기 전에 아빠의 군대 경험을 곁들여 딸에게 말해줬다.


"맛없어도 먹어야 해.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살려고 먹는 거야. 그리고 배고프면 다 먹을 만 해."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딸은 엄마를 보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집이 너무 그리웠고 힘들었단다. 텐트에는 벌레가 들어왔고, 집에 가고 싶다며 밤새 우는 친구가 있어 잠을 거의 못 잤단다. 텐트에서 화장실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에는 꼭 2명 이상 가라는 지도가 있었다. 한 친구가 밤새도록 화장실에  5번을 갔는데 다른 친구들이 다 가기 싫어해 5번을 다 동행했다고 한다. 사과를 먹을 때는 아무도 껍질을 깔 줄도, 자를 줄도 몰라 딸아이가 직접 잘랐고, 친구들이 휴지로 설거지 하는 것을 보고 스펀지를 집어 설거지를 도왔다고 했다. 바위 위 점프대에서 물에 뛰어들 때는 다들 무서워했지만 자기는 2번이나 뛰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아빠, 나 밥이 맛이 없었지만, 살려고 먹었어. 먹으니까 먹어지더라."


그리고 다시는 캠핑 안 간다며, 집에 너무 오고 싶었다며 징징대며 다시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참 재밌는 것이, 그 이후 달라진 딸의 태도다. 먼저 동생과 다투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하지 않던 심부름을 나서서 했고, 말을 훨씬 더 잘 들었다. 한 1주일 정도 지속됐지만, 그것만 해도 큰 변화다. 


담임선생님과 미팅을 했다. 일 년에 3번 진행하는 규치적인 면담이다. 캠핑과 관련해서 집에서 있었던 얘기들, 딸아이의 변화된 태도 등에 대해서 공유했다. 선생님의 답변이 재밌었다.


"하하, 캠핑에서 많이들 울었습니다. 혼자만 운 게 아니에요. 대부분이 울었어요."


그러면서 성장한다는 얘기, 성장에 정말 좋은 밑거름이 된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결국 아이들은 결핍*에서 배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원 하는 모든 것을 가진 아이,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 해 주는 환경은 사실 성장에 밑거름이 되기 보다는 걸림돌이 된다. 결핍이 있을 때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더 노력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나도 내 아이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해 왔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나의 교육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물질적, 환경적 결핍을 말합니다. 정서적 결핍은 부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말릴 수 없다' (PD 수첩, 2024년 11월 5일 방송)라는 영상을 봤다. 두 학부모의 민원으로 교육 현장이 파괴된 전주 M학교의 사연이었다. 가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는, 교사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요구, 민원과 고소로 이어지는 집요한 괴롭힘에 한 해동안 교사가 6번 바뀌었고 7번째 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극단적인 부모의 드문 사례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2023년 서이초교 교사 자살 사건을 경험했다. 마음만 먹으며, 학부모 한 두 명이 학교 전체를 뒤흔들고, 교사를 그만두게 하고, 같은 반 학생들도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현재 한국 학교의 상황이다. 교사들은 교사조합을 통해 변호사 지원을 받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후,  4명의 교사가 교권 침해로 부모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지만, 법원 판단은 30시간의 교육 명령, 미 이수시 300만 원의 벌금이었다. (그 모든 내용 가운데 교육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의문스러웠다. 결국 고생은 일선의 교사들만 담당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홍콩의 국제학교에서도 이런 식의 부모의 요구와 민원(?)이 가능했을까? 홍콩도 교육열이 매우 높다. 경쟁이 치열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시험을 보게 되면 엄마들이 휴가를 내고 시험공부를 시킨다. 서이초교 사건이 있었을 당시 이곳 동료들과 교육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었다. 홍콩에도 자기 아이들만 끔찍이 사랑하며 학교를 괴롭히는 소위 Monster mom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행동도 보통이 아니라고 하는데, 한 동료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Monster mom들도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면, monster 짓을 못해"


결국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 한국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민원과 소송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고, 교사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학생이 난리를 쳐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이곳 국제학교에서 피디수첩에서 방영된 그런 부모들의 요청과 민원들이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다. 학교가 싫으면 학생이 학교를 나가면 되고, 학교도 규칙을 따르지 않는 학생을 무리해서 붙잡지 않는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려면 학교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물론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많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교사에 따른 편차도 크고 국제학교라고 다 만족 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학교에서는 규칙을 지키도록 가르칠 교권이 서 있다. 학교에서 올바른 권위를 배우며 자라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올바른 귄위를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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