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헤브 Jun 30. 2024

대만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공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와 함께 대만으로 함께 떠나요


공간을 사랑한다


나는 공간(space)이 주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좋아한다 아무런 선입견을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간 안에 머무는 것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때로는 공간에 담겨 있는 의미를 분석해 들어가는 걸 취미 삼아 공간에 관련된 역사를 찾아보고, 그 안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찾아 그 이야기 속에 젖어 들어가 버린다. 마치 장대비를 온몸에 맞아 시원하게 젖은 것처럼 온몸과 마음을 완전히 적시도록 공간에 나를 겨 버린다 그럴 때 찾아오는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흠뻑 젖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이면 보이게 되는 본연의 아름다움


공간 자체를 가만히 들여다볼 때 이제껏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이들 삶에 묻혀 있었던 무수한 역사를 엿보게 된다  


공간은 아무 말하지 않는다 그는 늘 여유로워 아무도 채근하지 않는다 

그가 주는 자유로움에는 한계가 없다 그는 아무도 나무라지 않으며 종용하지 않는다 공간은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내 보인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공간을 드나드는 사람에게 자기 목숨을 내어 맡기기까지 한다


인간이 공간을 세우기도 하지만, 아무런 구체적 설명 없이 공간을 허물기도 하는데도 공간은 아무런 탓을 하지 않는다 어떠한 공간이든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천 년 역사를 품고 있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꽃피우는 곳,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갈리 우는 역사적인 순간마저 그 공간 안에서 이뤄져 왔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가며 잊혔을 뿐이거나 그저 기억에서 지웠을 뿐, 실체 하는 공간 안에는 오랜 역사를 따라 갖가지 이야기와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같은 공간이라도 그곳을 누가 채웠느냐에 따른 다양한 모습을 가지있다


20년 전 중국 뤼순 감옥에 갔을 때 그곳에서 고(故) 안중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기 전 지냈던 감옥 안에서, 서슬 퍼런 형장을 바로 목전에 두고 그는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목숨을 잃어야 하는 공간 위에 서서, 그는 무엇을 마지막으로 생각했을까? 자녀와 아내 어머니를 뒤로 하고 형장에 이슬로 사라진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한참을 서 있다 나는 깨닫게 되었다. 독립운동이라는 글자 속에 담긴 숭고한 나라 사랑의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게 되었다.


끝까지 고결한 태도와 정돈된 자세로 일본 순사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다고 하는 안중근 의사의 결기를 그 공간 안에서 느꼈다.

캄보디아 뚜얼 슬랭에 갔을 때 공산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장면을 수많은 사진을 통해 보게 되었다 언뜻 보면 학교와 같이 생긴 그 네모난 공간 속에서 벌어진 수많은 감금과 학살 앞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의 잔악성에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슬픔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그저 넋 놓고 사진을 바라보았다 내 내면 안에 그 기억을 오래 담아 두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진을 번갈아 뚫어지듯 쳐다보았다 그저, 그 공간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주는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캄보디아 슬픈 역사가 적힌 수많은 영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얼굴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기쁨이가 태어난 날 여느 병원 분만실 안에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곁에서 언제 기쁨이 나올지 몰라 두 눈뜬 채 한참 기도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순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태어나는 순간에 터져 나오는 안도감을 느끼며, 그 짧은 시간 속에서 그 공간은 내게 거룩한 성소와 다름이 없었다.    


사람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그날 우리 마음 상태에 따라서 공간이 주는 의미는 다채롭게 변화한다


그래서 누구든 어느 공간 안에 서면 모두 다른 감정과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공간에 발을 디디면 이내 궁금해진다 이곳은 어떻게 이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지어지게 되었을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섰을 때 그랬다.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폭포 맨 아래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웅장한 소리를 내는 거대한 자연의 포효 앞에서 나는 기분 좋은 무력감을 느꼈


초당 수천만 톤 쏟아지는 폭포수 앞에 서서, 나는 나의 작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수많은 생명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누구 앞에서 으시될 이유도, 움츠려 들 이유도 없었다. 교만해지는 것도 자신감을 잃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한 사람에 지나친 관심을 주었기 때문인데, 생명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숭고함 그 자체임을 깨닫는 경험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 그 공간에 서서 깨닫게 되었다. 생명은 생명 자체로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 장엄한 폭포수 앞에서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경우가 있고 그 대단한 모습 자체도 박수받고 인정받아야 할 마땅한 가치가 있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로부터 쏟아지는 생명력이 주는 웅장함과 그 의미에 비하면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의 열광에 지나지 않는 그랬다 공간은 언제나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들으려 하면 공간은(자연, 건물, 장소 등) 숨겨 놓은 수많은 이야기 꽃을 활짝 드러내어 선사한다

"어서 와서 예쁜 꽃을 받으세요, 이 세계에 들어오신 걸 축하드려요"


공간으로 향하는 여행이 그토록 좋은 이유는 우리 안에 묵은 마음, 가라앉은 감정, 지쳐버린 삶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삶을 다시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번아웃으로 이미 힘을 잃어버린 내게 쉼을 주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공간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면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동안 내가 얽매여 있던 삶 보다 훨씬 커다란 삶이 도처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나 버킷 리스트를 적으라 하면 세계 여행을 꼽는다. 세계 곳곳을 돌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나라를 가고 싶고, 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도 한 번쯤 알아보고 싶다고 한다 매우 훌륭한 태도다 우리의 관심사만 내 눈앞에 고정되어 있을 때는 나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분별이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내가 갈구하는 대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거기에 정신이 팔려 점차적으로 몸과 영혼이 지쳐 가는지도 모르고 살기 때문이다. 온몸에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관 속에 불순물이 끼고 혈액 흐름마저 차츰 둔화되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공간 위에서 별다른 자극 없이 살아가다 보면 점차적으로 가슴속 품고 있던 의욕마저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간이 주는 의미를 잊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우리는 한층 젊어지고 성장해 간다 이번 대만 여행기는 이러한 이유를 생각하며 쓰시작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잠시 선언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가겠다는 결단이 여정의 시작이 되었다


작년 오십견이 올 만큼 무리해 오랜 시간 일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부여받은 꽤 아픈 선물이었지만, 그걸 지렛대 삼아 나는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갈 결단을 내렸다. 내 능력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으려 지나치게 노력하다 결국 몸과 마음에 무리가 되었다. 긍정적인 경험이든 부정적이 경험이든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정이었지만 끝내 병가를 내게 되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화했지만 그 결과로 나름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대만 여행을 떠나, 그곳에 새로운 공간 안에 새로이 놓이면서 수많은 배움을 얻었다. 드디어 대만이라는 나라를 자세히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분은 대만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면서 동시에 복잡하다. 무엇보다 그냥 이유 없이 떠나는 경우가 제일 많다. 마음이 가니까 그냥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와 이별 후 모든 걸 잊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오랜 버킷 리스트 도장 깨기를 하기 위한 여행도 있다. 신혼여행으로 떠나는 경우가 제일 많겠다 때론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왔던 나라여서 떠날 결심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이유는 수천 가지에 달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떠나가는 도전은 언제나 바람직하다


새로운 공간을 향한 우리 모두의 호기심은 우리를 고양시킨다. 사실 여행의 별미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짐을 화물칸에 부치는 순간이다. 마음 가득한 기대감을 가지고 도착지에 내리기 전까지 우리 마음은 흥분 상태에 이른다. 새로운 공간에서 조우하는 경험이 긍정적일 때 우리는 그 공간을 다시 찾을 결심을 하고, 내가 있던 익숙한 곳으로 아쉬워하며 돌아온다. 그러나 그 공간에 가서 소매치기라도 당하게 되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장소로 기억해 버릴 수도 있다. 어떠한 경험이든 여행 자체는 떠날만한 가치가 있고 수많은 추억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여정이 된다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대만이 어느 나라 옆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국제 정세 뉴스를 통해 중국 남부 지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섬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다. 대만행 비행기 티켓은 순식간에 이뤄진 클릭 한 번으로 결정되었다. 후쿠오카와 홋카이도, 대만이라는 지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나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대만을 선택했다. 일본은 예전에 한 번 가 본 적 있었기에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가게 된 7박 8일, 대만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났다. 새로운 대만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보는 풍경을 보았고,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버스킹(busking) 경험을 해봤다. 중국어를 못해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그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곳에서 미국, 프랑스, 일본, 필리핀, 독일인, 한국사람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대만이라는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에 눈을 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만 종교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그곳에 노아의 방주 모양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버스를 갈아타고 몇 시간 만에 그곳까지 찾아갔다. 아쉽게도 루체교회는 당시 대공사 중이었고 원래 그 예쁜 자태와 사뭇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었지만, 동해 대학교 안에 루체 교회 자체를 방문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고 그 공간 앞에 서서 오랜 시간 묵상을 하고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할 뿐이었다 그날은 그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던 날이라, 나처럼 처음 그 교회를 본 학생이 많아 보였다.


이제부터 하나씩 대만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려 한다. 대만이라는 공간이 내게 선사해 준 수많은 감정과 조우하려 한다. 대만에 영속적인 평화가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7박 8일 동안 대만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이름도 모르는 동네, 여기가 지금 어디지 하면서 발 길 닫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수많은 대만인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했고, 많은 대만 청년들과 거리에서 교회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국에 대해 소개할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대만이라는 공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대만은 내게 더 이상 수많은 나라 중에 하나가 아니다. 이제는 한국, 미국, 케냐, 다음으로 내 마음을 뿌리내린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올 초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내가 다녀온 대만을, 아내가 갈 수 있도록 권했다. 같은 공간에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고 바로 행동에 옮겨서 감사했다. 아내가 대만을 다녀오고 나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더 깊고 풍성한 대화를 나누게 되겠지.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했던 사실에 놀라게 되겠지. 그녀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올까? 그녀가 만난 대만은 어떤 느낌일까? 벌써 궁금해진다. 그렇다

공간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장소다   


대만이라는 공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와 함께 이 길 걸어 주시겠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