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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9. 2024
사랑이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여보를 사랑할 수 있도록 부여받은 오늘 하루에 감사해 덕분에 나는 자라
여보 당신을 사랑해!
닫혀 있던 지난밤 창문 커튼을 활짝 열고,
쏟아져 내려오는 햇볕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
우리 두 사람 마음 공간을 서서히 채우는 이 열기와 여유로운 아침 시간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다 자기와 똑 닮았어
나는 여보가 참 좋다!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아 내 마음이 늘 그래
십 년 동안 아이 위해 헌신해 온 자기 뒷모습을 오래 봐와서이겠지
십사 년 간 나를 위해 조용히 헌신한 자기 애씀을 내가 알아서겠지
당신 등 뒤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 짐을 늘 대신 지고 싶기에 나는 여전히 고민 가운데에 있어
그럴 수만 있다면 대신 짐을 져주고 싶은데 각자에게 주어진 짐이 만만치 않아 여전히 나는 자기 짐을 더 덜어주지 못해 미안해
여보 미소 바라볼 때마다 나는 향긋한 진한 꽃내음에 빠져드는 나비와 같다는 생각을 해 그 짙은 향을 직접 맡을 수 있는 남편이라는 자격을 얻어 영광스럽게 여겨 같은 공간에 함께 사는 것 자체로 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서 있어 감사해 당신이 내 아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 아내가 되어 주어 지금도 고마워 여보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나는 가장 소중한 특권이라 생각하고 있어 나와 당신을 오래 지켜보신 하나님께, 저녁마다 두 손을 모아 기도드리는 것으로 나는 당신을 향한 불타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 당신을 보면 여전히 마음 한쪽이 쓰리거든 그래서 기도를 매일 드리지
이젠 제 아내의 눈물이 마르게 해 주세요 주님
우리에게 허락하신 광야 40년을 이제 마치게 하옵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끌어 주세요 주님
얼마 전부터 이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어
여전히 당신에게 존경심을 담아 말 걸 수 있어 감사해 당신을 시시때때로 존중할 수 있어 행복해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없는 감정이거든. 주님 안에 있을 때만 생기는 특별한 감정이라 더욱 소중해 기쁨이 일 상의할 때도, 시시콜콜한 이야기 주고받을 때도, 자기가 방금 마친 그 어떤 일이 궁금할 때도 무슨 일이야? 상기된 목소리로 물어볼 수 있어 감사해
내 마음에 존경과 존중을 담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 걸고 싶어 자기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그 사실을 목소리만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기쁨이란 감정에 더 가까워질수록 기쁨은 마음에 공간이 원래 넓어서, 쉽게 자기 마음을 열어 주더라 그 기쁨 안에 자기가 늘 거하길 바랄게
이리 와, 어서 와서 나 기쁨이랑 친해져 하고 말 거는 것 같아
그 기쁨 안에 자기를 두고 싶어 언제까지나 자기가 안전하도록
결혼 선서할 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노라 약속했던 그 시간에 주례를 맡은 목사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셨지 결혼하면 누가 경제권을 맡기로 했나요? 그때 자기가 말하도록 가만히 있었어야 했는데 나는 지체 없이 제가 그 역할을 맡겠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어 그러자 목사님께서 다시 물으셨지 형제가 지금 마음이 급한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대답하는 게 나을 텐데 나지막이 말씀하셨어 그렇게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으셨지 나는 땀을 뻘뻘 흘려 더웠지만,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은 진심으로 우리 결혼에 큰 박수를 보내 주셨어 성혼선언을 끝내고, 식장을 걸어 나오며 굳게 다짐했어. 자기 몸과 마음을 최대한 상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이야 오히려 기쁨이 가득한 순간만 많이 만들어 주어야지 나 자신에게 약속을 했어
며칠 전에 당신이 예쁜 원피스 골라 입고 방에서 나오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나는 우아하고 바로 탄성을 질렀지 30대 내내 기쁨이 돌보느라 항상 면바지에 티 한 장 걸쳐 입고 다니던 자기 모습이 늘 안타까웠거든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쁜 당신에게 옷 가지고 뭐라 할 수 없었어 그저 때가 오면, 당신도 당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꾸미며 살 수 있게 해 줄게, 혼자 속삭이듯 독백했었지
이제 때가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여전히 아름다운 자기가 이제 자기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 생활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 그 말을 건네자마자 당신도 이젠 그렇게 하고 싶다 말해 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아름다움은 드러낼수록 좋은 영향력을 미치니까
이내 원피스 몇 벌 번갈아 입고 나오는데, 정말 예뻤어. 기쁨 이가 바로 이렇게 말했잖아
"우리 엄마 공주 됐네"
이윽고 내가 그랬지
"기쁨아 얼른 와서 아빠 따라 해!"
그렇게 우리 둘은 자기를 공주님으로 대접했어
공주님이 길을 걸어 나올 때 마중 나온 기사들처럼,
각자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걸어 나오는 방향을 향해 뻗어 주는 것으로, 당신을 공주님이라 불러 주었지
기쁨 이는 그저 그 기분에 취해 웃고 난리가 났어 마음이 순식간에 기뻐졌나 봐 1타석 2안타를 때린 기분이었어 내 계획이 딱 들어맞았어 오 주님 감사합니다
"뭐~야~" 하고 싱긋 웃는 당신 앞에 기쁨 이도 나도 깔깔 웃었어
바로 그 순간,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이 만들어졌어 주님 앞에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 생각해 당신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테니까 10년의 재활 생활도 자기를 무너뜨리지 못했어 자기 얼굴에는 여전히 생기가 돌고 절대 지지 않는 불멸의 꽃처럼 당신은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그게 당신의 본질이란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면 좋겠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마음이 외로울 때도.. 나는 피어오른 예쁜 꽃이다 생각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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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재활을 시작하고 가장 오르기 힘든 언덕을 향해 숨 가쁘게 오르고 있던 거친 시기였다 그 시기에 나는 깊은 고뇌에 잠겨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무엇을 나중으로 미뤄야 할지 자주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때 기쁨 이는 너무 어렸으니까. 모든 필요가 아이에게 집중되던 시기니까 거기에 더해 그 아이는 병원에 일주일 내내 입원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어느 날 교회 주보에 올라온 유럽 성지순례 소식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유럽 성지 순례를 통해 아내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결심이 단 번에 섰다 기쁨 이가 재활 병원 입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외벌이 직장을 그만두고 1년 가까이 경력 단절이 되면서 내 마음이 완전히 닳았었다 상상하지 못할 큰 금액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잔고는 거의 남지 않아 나는 말라붙은 목소리로 주님을 찾고 있었다
그때는 가정 경제가 특히 어려울 때였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영혼에 유익하면 몸도 건강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아내에게 간곡하게 권유를 했다 성지순례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를 갈 수 있는 기회가 교회를 통해 제공되니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10박 11일 일정 동안 유럽에 작은 나라 세 곳을 순례하면서 종교 개혁지를 방문하는 시간은 특별한 추억이 될 거라 말해주었다.
종교 개혁지에 가서 아내는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종일 기쁨 이가 생각났다고 했다. 슬픔이 수시로 몰려왔다 했다 겉으론 내색하지 못했지만 외로움도 느꼈다 했다 내내 마음 한편이 편하지 않았지만,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적잖은 위로도 받았다 했다 그때 예쁜 원피스와 따스한 스웨터, 점퍼를 선물해서 보냈어야 했는데,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아내는 순박하고 소탈한 사람이었기에, 유럽을 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내 불찰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나는 굳게 마음먹었다
우리의 평생은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으로 가득 차게 될 거라고, 그리고 지금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 점점 때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때면 동시에 내 마음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아내가 다녀온 성지순례지를 언젠가 같이 다녀올 생각이다 그때는 가장 예쁜 옷을 입게 하고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그곳을 방문하리라 아내가 과거를 추억하며 그땐 슬픈 감정이었는데 이젠 그 반대네 말할 수 있도록,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와 함께 유럽을 순회하는 그때를 조용히 기다린다
사랑이란 오래 참고, 온유한 법이다. 오래 기다리는 시간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되고, 그 사랑이 여물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한 사랑은 온유하다. 사랑은 쉽게 화를 낼 수 있는 성질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동에서 서쪽이 먼 것처럼. 사랑은 기다려 주는 것, 따뜻하게 대하는 것, 한결 같이 대하는 것이다. 그 사랑을 이루어 가는 데 인생이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좋은 모든 시절을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오늘이 천국이 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한 물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