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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ug 25. 2024

가을 문턱에 서서

기쁨이를 사랑해 주는 선생님이 그린 기쁨이 얼굴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지금 불어오는 살랑바람은 대체 어느 방향에서 불어오는 걸까요? 처서를 지난 지 이제 이틀밖에 안 됐는데, 한밤중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산자락 옆에 집이 있기도 하고, 실개천도 가까이 흘러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에 비해 제가 조금 일찍 가을을 만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엇보다 자연이 베풀어준 혜택을 누리며 산다는 것이 의미 깊고 감사한 나날입니다 매일 밤 감사제목을 나누고 대화를 해야 잠에 드는 저희 가족은 오늘 밤에도 습관을 따라 감사제목을 나눴습니다 아이가 금세 잠들고 조용히 거실로 나와 홀로 선선한 바람을 맞다가, 문뜩 오늘의 감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동시에 여러분들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짜잔, 기쁨이 잘 생겼죠? 기쁨이는 눈썹이 참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미남입니다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지요~ 안경 벗으면 이모들이 너 정말 잘 생겼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신답니다 제 생각에 기쁨이가 잘 생겨 보이는 이유는 아이가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쁨이는 오늘도 깔깔깔, 재활 병원 선생님이 그려주신 기쁨입니다 행복을 나누는 기쁨 전도사입니다


<오늘도 감사>



첫 번째 감사는 오늘은 기쁨이와 함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입니다 마주 본 상태에서 서로의 얼굴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그리고, 바로 대화 주제가 바뀐 탓에 미완성의 그림은 여전히 아쉽지만 적어도 서로의 특징만큼은 잘 잡아낸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깔깔 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기쁨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예쁜 아이라는 생각 속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두 번째 감사는 기쁨이와 엄마가 함께 영화관에서 코미디 애니메이션 영화 가필드 더 무비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영화 본 게 뭐 대단하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 가정은 학교 이후 재활 병원을 다녀오면 기쁨이 체력이 거의 바닥이라 문화생활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기쁨 이에겐 생애 두 번째 영화 관람이었답니다 열 살 아이에게 너무 했지요? 그래도 기쁨이가 영화 보는 내내 너무나 즐거워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빠는 그 시간 두 손을 모으고 진심을 담은 감사 기도를 드렸답니다



세 번째 감사는 기쁨이 화상 치료에 대한 감사입니다 이번 주에 화상 성형외과 선생님을 만나 정기 진료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1년 넘게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으면 조금씩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자가 치료를 열심히 받는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친 부위가 깊고 넓어서 심부까지 다쳤지만 회복 속도가 예상에 비해 생각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향후 1년 간 집에서 열심히 치료해야 할 인고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것처럼 앞으로도 무사히 인내하며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네 번째 감사는 기쁨 이의 표현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음에 대한 감사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쑥스러움이 여전히 많지만 필요한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조금씩 자라 주는 모습에 또 한 번 감사합니다 아내의 헌신으로 어린아이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정말 눈앞이 캄캄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아이가 많은 면에서 성장해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학업에 어려움이 많고 장애로 인한 교우관계, 재활 치료까지 모두 어려운 상태이지만 하나님이 아이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 가운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다섯 번째 감사는 제 마음속에 소망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감사합니다 경제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밝은 미래를 믿고 기대하게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살아가면 되겠다는 확신과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많은 기쁨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 무엇보다 걱정하지 않는 진실한 믿음을 구해왔는데 응답이 되고 있어 감사합니다 기도의 자리에 오래 서 있을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하나님 말씀을 사랑할 수 있음도 감사합니다



나의 형편과 상황과 나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새벽 눈을 뜨고, 기도를 드리고 설교 말씀을 듣고, 찬양을 부르고, 아내와 아이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녁에는 운동을 합니다 지금의 어두운 터널에 끝이 있음을 믿고, 지금 이곳에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예레미야 29:11)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조만간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계절에 곧 들어서면 저의 인생도 더욱 새로워질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도 먹이시는 그분께서 기쁨이를 아름답고 쉴만한 물가로 이끌어 주신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혹시 주님을 믿는 분들께는 기쁨이를 위해 오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기쁨이의 재활 치료, 화상 치료, 언어 치료, 단짝 친구가 생기기를 위해, 기쁨이가 재활하는 동안 외롭지 않도록 건강한 환경과 만남이 계속 조성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부디 마음으로, 목소리로, 기도수첩에 적어 오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께는 기쁨이를 위한 마음의 격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쁨이가 헤쳐 나가야 하는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다리 수술을 놓고 의사 결정을 다시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저희 세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감사하게 여기고, 저희 셋을 가정으로 묶어 주셨음을 사명으로 알고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쁨으로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오늘 저희와 같이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픈 모든 분들께 간곡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기쁨이 가정이 정말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샬롬!


아빠가 그린 기쁨이(눈썹 강조), 아들이 본 아빠(왠지 모르게 할아버지 같은 느낌)
기쁨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 돌밭을 뚫고 나오는 생명력 앞에 할 말을 잃고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기쁨이 인생을 보는 듯했어요


24.8.25일 자정 무렵에 감사를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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