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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다정함_莫逆之友(막역지우)

또 한 명의 꽃보다 아름다운 숲 속 단풍 같은 친구 한 명을 소개합니다

by 아헤브

https://www.youtube.com/watch?v=MVJ3Z3w2vRw&list=RDMVJ3Z3w2vRw&start_radio=1

출처 유튜브 최유리, 다정한 친구를 추억하며 이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2006년 12월 25일, 델타항공 DL196 편은 인천을 떠나 시애틀을 경유, 장장 18시간 19분의 여정 끝에 미국 대륙의 낯선 공항 MCI(캔자스 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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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으로 이코노미 좌석에 구겨져있던 몸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드디어 기지개를 켤 자유를 얻는 순간, S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었고 이내 "우두둑" 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서 내린 S는 캔자스의 대지를 디디며, 조용히 떠오르는 해를 품은 지평선을 마주했다. 그의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 두 눈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I'm starting a new chapter!"


미국 유학이란 인생의 새로운 결단 앞에서 그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단 패기 하나로 마음을 다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 끈을 다시 한번 고쳐 매고 있었다. 그 순간 마침 3번 게이트 앞으로 G의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이윽고 차량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슬라이딩 도어 너머로 온화한 인상의 G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채 1초가 지났을까? G의 인사말이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Hey S, Welcome to the States!"


그는 낯선 땅에서의 첫 발을 내디디며, 훗날 평생의 지기가 될 나와의 만남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이 유난히 더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슬라이딩 도어는 닫히고 그는 단숨에 차량에 올라타, 공항을 뒤로 한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그가 낯선 땅에서의 첫걸음을 떼고 있을 즈음, 나의 타임라인도 그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일요일 아침 인터내셔널 모임 가운데 이뤄졌다.



그와 나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는 유학생으로, 나는 교환학생으로 그곳에 앉아있었다. 첫 소개를 마치자마자, 새로 온 그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일었다. 환한 미소를 가진 친구는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고 서글서글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특별한 어려움 없이 스물다섯 즈음에 만나 막역지우로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축구공을 차면서 차츰차츰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가 되었다. 수시로 발동되는 인원제한 속에서 3인 이상이 모이지 못하는 날이 속출하였다. 다행스럽게도 2인 모임 제한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는 내가 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그 가운데서도 관심이 많았다. 통화를 할 때면, 잠을 얼마나 잘 자고 있는지, 잠의 수면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쩍 마른 몸을 가지고 내가 약속 장소에 나타날 때면, 기름지고 영양가 높은 전복 삼계탕 같은 비싼 음식을 먹자 했다.



그는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날 대접하고자 했다. 오랜 재활 병원 생활을 통해 교환학생 시절에 비해 훨씬 더 마르고 왜소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이었고 말하고 듣는 것에 전심이었다. 막역지우(莫逆之友)와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비록 순간의 만남이지만 잠시마나 모든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재활병원 곳곳에 배인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아이의 답답해하는 울음소리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종종 응원금을 보내곤 했다. 아이 치료에 보태 쓰라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내와 아이와 더불어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라는 따뜻한 마음 역시 전해주었다. 그는 내게 있어 아낌없이 주는 "친구"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자주 조명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 하나의 정의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역할을 자임했다.



데이터 분석가가 된 이후, 조직 안에서 동고동락을 하는 동료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지속적으로 알아가면서 정치가보다는 상담가, 코치, 혹은 작가가 되는 편이 나에게 더 어울릴 거란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는 사람의 마음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했다. 말하다 보면 자기 속내를 다 말하게 된다 했다.



신동민. 그의 아름다운 미소처럼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이천 년대 초반 꿈꾸는 사람이 오는도다 라는 책 한 권이 있었다. 백 만부에 가까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 강준민의 말처럼, 그는 여전히 새로운 꿈을 찾고, 새로운 꿈 속에서 희망찬 미래를 일궈나가는 꿈 꾸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간 기울여온 모든 수고와 땀방울에 나 개인의 찬사를 보낸다.





세상이 혹여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날이 올지라도, 나는 홀로 남아 그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이 땅에서 내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하얗게 새더라도, 우리의 우정은 숲처럼 영원토록 남아 그 푸르름의 기운을 여전히 머금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하늘에서 맺어준 나의 벗이다.

그리고 나는 하늘이 내려준 그의 벗이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02675


2026년이면 저희가 서로를 알게 된 지 스무 해가 됩니다. 그사이 그는 훌륭한 인품의 사회 사업가로 변신했고, MBA 과정을 거쳐 공정 무역 커피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한때 계양구에서 구의원에 도전하며 지역 사회를 위해 뛰었고, 지금은 작가로서 경영지도사로서 자신의 길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 저는 현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정치라는 도구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며, 현실에 뿌리 박힌 영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도 그 덕분입니다. 소아 재활 의료 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고,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정치가의 꿈을 꾸었던 제게 그의 지혜는 언제나 든든한 등대였습니다.


친구란 서로를 고양시켜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마음을 알아주며,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관계 말입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며 그리운 단짝 친구를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삶을 꿈꿔봅니다.


작가 신동민, 기아대책 기구의 공정무역 커피팀 담당에서 지역 정치인으로, 그리고 작가와 강연가로 쉼 없이 변주해 온 신동민. 그의 찬란한 삶을 온몸과 마음 다해 응원해 마지않습니다.

내 책 서가에 꽂혀있는 그의 책, 막역지우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작년 11월에 출간되었습니다

(공정 무역 커피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커피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며, 지역 사회와 환경을 지원하는 윤리적인 방식으로 거래된 커피를 의미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카페 창업, 커피 교육, 커피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분들께 친구의 책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친구 책이 벌써 출간 후 1년이 되어 판매 증진을 위해 최대한 많은 링크를 모두 걸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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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의 책 많이 사랑해 주세요 :)

친구 책의 커피 서평은 어느 좋은 날에 다시 보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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