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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해도 좋은, 유재은

무용(無用)한지 알면서도, 무용(舞踊)하려 했다.

by 아헤브

무용(無用)함에 대하여


아헤브


무용(無用)한지 알면서도, 무용(舞踊)하려 했다.

쓸모없음의 통념에 저항하기 위하여 춤을 추기로 했다.


어쩌면 무용(無用)함을 너무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사마리아인의 친절은 무용(無用) 한 것이라 했다.


자기 잇속을 차리지 않는 일은 어느덧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무용(無用)해 보이는 일을 그저 묵묵히 해나갔다.

그는 결국 무용(無用)해졌다.


사람을 살리는 일, 시간이 들고, 에너지가 쓰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누군가를 돌아보는 일은

그날을 무용하게 만드는 지름길처럼 보였다.


생산적이지 않은 선택이 나를 무용(無用)하게 만들 때

통념은 나의 무용(無用)함을 무모(無謀)함이라 치부했다.


허나,


무용(無用) 해도 좋다.

무용(舞踊) 해도 좋다.


나의 무용(無用)함이 비로소 하늘을 날아오를 때,


나의 존재는 나빌레라.

한없이 아름다운 나빌레라.




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 나왔다.

때 묻은 마음, 깨끗이 씻어내고 싶은 사람 있다면 마침내 읽어야 할 책이 여기에 있다.


내 마음 온도 재고 싶을 때,

내 마음 색이 궁금해질 때,

그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 책을,

내 작은 가슴속에 품는 것이다.


결이 고와 미끄러지듯 읽을 수 있는 책이 여기에 있다.

눈물 마른 사람이라면,

커피 한 잔을 한 손에 쥐고,

편안한 소파 위에 앉아

형형색색에 푹 젖으면 된다.


언어가 존재의 집인 것처럼,

빛깔 역시 존재의 집이다.

빛은 우리의 내면을 밝히지만,

빛이 스러질 때, 우리의 내면은 꺼져간다.


드러날 때 한없이 아름다운 빛이

어둠 속에 갇힐 때, 한없이 무너져버린다.

빛과 어두움은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예쁜 첫째 따님이 저희 아들 기쁨이와 이름이 같네요, 작가님 읽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책은 스스로 말한다.


무명빛, 무용함의 여백

# 무명의 색깔처럼 하얀빛


가림빛, 볕뉘의 순간,

#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동물의 눈에 띄지 아니하도록 주위와 비슷하게 된 몸의 색깔


거먕빛, 불안을 살아내다

#아주 짙게 검붉은 빛


연보랏빛, 슬픔

#연한 보랏빛


먹빛, 마음을 흐리는 말

#먹물의 빛깔과 같은 검은빛


잿빛, 허물어지다.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은빛


얼음빛, 닫힌 마음

# 얼음의 빛깔과 같이 파랗고 반투명한 빛


발간빛, 매운 게 당기는 날

#밝고 엷은 붉은빛


반물빛, 그날이 오늘이라면

#검은빛을 띤 짙은 남빛


감빛, 꿈을 그리다

#잘 익은 감의 빛깔과 같은 붉은빛


제빛, 문장의 향기를 헤아리다

#본래의 색깔


살굿빛, 글 짓는 마음,

#살구의 빛깔과 같이 연한 노란빛을 띤 분홍빛

.

.

.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마음들

안아주고 싶다.

꼭 안아주고 싶다.


화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의 어두웠던 시절과 만나는 나를 만난다.

슬픔을 먹고 자란 유년 시절이 이윽고 보이고,

너무 어두워 수십 년 판도라 상자 안에 가둬 두었던 나의 청춘과도 만난다.


바삐 움직이는 세상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입안이 온통 헐어서 내가 무용(無用) 해지는 기분이 드는 지금 순간을,

어떻게 벗어나면 좋을지 고민하던 순간 이 책을 두 번 읽게 되었다.


유재은 작가, 그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성인이 된 두 딸을 만들어준

그녀의 첫사랑, 그와 결혼에 이르기까지 칠년이란

낭만적인 그녀의 사랑을 보았다.

책 속에서, 그녀는 시종일관 경어체로 말한다.

마음을 조아려 말한다.


작가의 차분한 숨결이 내 마음에 와닿을 때,

나는 고요한 침묵 속에 침잠해 들어갔다.


읽고 또 읽었지만, 결국 여백을 두기로 했다.

모든 내용을 밝혀 쓰기보다는

작가가 좋아하는 여백을 나 역시 아껴주기로 했다.


나의 서평은 여기까지다.


유재은 작가의 삶이 노래가 되고 춤사위가 되어,

내 마음에 닿아, 내 마음을 뒤흔들 때

나는 무용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무용(無用) 해도 좋아.


무용(舞踊) 해도 좋아.


나의 존재는 나빌레라.


한없이 아름다운 나빌레라.


https://brunch.co.kr/@pasi0625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83519


유재은 작가님의 이 책이 많은 독자님들의 손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재은 작가님의 브런치를 소개해 드립니다.


무용해도 좋은, 에세이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진: Unsplash의 Daria Rom

자정 시간 시스템 버그로 인해 알람이 구독자분들께 바로 가지 않아 이전 글을 삭제하고 재발행했습니다. 아마도 예약발행을 마지막에 일반발행으로 바꾸면서 12시 정각에 일어난 일 같습니다. 브런치팀 관계자 분이 보신다면 발행 전환에 따른 알람 관련 버그 부분을 살펴봐주세요 :) 감사합니다!


작가님 댓글을 없앨 수 없어서, 캡처해서 옮겨 왔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라이킷 눌러주신 열 분께도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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